황금종이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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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이는 물신숭배의 우상

 

언제부터인가, 신씨 사임당이 한국에서는 최고신 반열에 올랐다. 한 장에 5만 원이니, 사임당 4~50장이면 최저임금을 넘어서니,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위대한 신이 바로 황금종이교다. 작가 조정래 선생의 정글만리에서 보여준 인간군상의 모습은 이제 황금종이를 숭배하는 모든 인간군상으로, 매일 같이 생각하고, 매일 같이 걱정하고, 매일 같이 꿈을 꾼다. 함께해주시기를... 황금종이님께서

 

옛말에 술에 취하면 제 애비도 못알아본다고, 그런데 황금종이에 취하면 이보다 더하다. 애비 에미를 못 알아보는 정도가 아니라 영화 <공공의 적>에서처럼 부모도 죽여버릴만큼 깊은 신앙심을 갖게 된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의 모습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낱낱이 파헤친다.

 

소설의 등장인물 박인규를 비롯, 그의 친구인 변호사 이태하... 골고루 작작으로 등장하는 인물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다.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재산을 나눠갖는 데, 그걸 혼자 먹어버리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들, 어렸을 때는 가족이란 울타리 속에 살아도 머리가 굵어지면, 부모와의 관계보다 황금종이를 신으로 모시는 길을 택한다. 늙은 부모를 꼬드겨 건물을 물려받는 조건으로 두 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매월 생활비를 드리겠다고,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기다. 그런데 몇 달 후, 이 핑계 저 핑계로 생활비를 보내지 않는다. 이미 건물은 손에 넣었으니, 노친네들은 집 한칸 도 없는 저소득층의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것이라고, 적어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주변에 널린 악마들, 기생충들의 이야기가 조정래 작가의 손을 타고 세상으로 이어진다.

 

한 세대 전에 바뀐 민법의 인사법(가족법)내 상속이 장자가 아닌 배우자1.5, 나머지는 혼인을 해서 분가를 했던 시집을 갔던 따지지 않고 모두 공평하게 1이다. 남존여비의 세상에서 어떻게 여성과 동등하게 재산을 물려받냐고,

 

돈이 돌아가는 세상, 돈에 돌아가는 세상, 한 발짝 물러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묻는 작가, 그 역시 고민이지 않았을까?, 그에 관한 풍문, 자식들에게 많은 재산이진 규모를 알 수 없지만, 인세권만 물려주더라도 어딘가, 아무튼 그가 쓴 소설 필사를 시킨다고 했다. 글을 쓸때의 고통, 하나의 세상을 만들 때의 고뇌를 느껴보라는 뜻인가, 무임승차는 안 된다는 의미로도 읽혀진다.

 

우리가 아닌 조선, 여성도 당당하게 유산을 물려받았다. 임진왜란 이후, 시대는 변해, 집안의 노비를 더 옥죄고, 여성의 지위는 어릴 때는 아버지를, 혼인해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결국 독립적인 인격의 여성은 이렇게 사라졌다. 유산상속도 장자상속으로 딱 여기만 떼어내어, 우리 사회에 전통질서가 이랬노라고 한다.

 

 

 

 

황금종이는 이런 세상에 초점을 맞춘다. 매일 같이 황금종이를 생각하고, 매일 같이 황금 종이를 걱정하며, 제 자식, 제 부모보다 먼저 안부를 묻고, 알뜰살뜰챙긴다. 이런 상황을 그저 세상이 변한 탓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작심하고 쓴 이 소설 속에 핵 사이다처럼 퍼붓는 대목 “인간 사회를 지배해 온 두 개의 권력은 정치와 종교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지배하는 권력있다. 그것이 돈이다.” 자본주의는 돈의 위력과 만능성을 최고의 가치로 떠받들어 올린 주의다. 그것은 곧 인간 스스로 돈의 노예화를 선언한 것이다. 모든 종교의 신들은 다 죽었고, 생살여탈권을 가진 돈만이 오로지 살아 있는 신이다. 이어서 사마천까지 끌어들인다. 백금으로는 형벌을 면하고, 천금으로는 사형을 면하고 만금으로는 세상을 얻는다. 2천 여전에 자본주의의 본질 꿰뚫었던 것일까, 인간의 욕망의 속성을 제대로 간파한 듯하다.

 

 

 

 

조선시대에도 더 거슬러 올라가 고려시대에도 나라를 망쳐먹은 작자들은 늘 “황금종이”을 숭상했다. 황금종이는 여전한데 그 모습만 바꿨을 뿐이다.

 

소설, 한 장, 한 구절마다 신문의 사회면을 읽는 듯한 느낌, 태백산맥과 아리랑,그리고 한강을 거쳐온 그 모든 것이 황금종이 속으로 수렴되는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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