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김은미 외 지음, 송유진 그림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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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이 책은 재) 이니스프리모음에서 지원을 받아 진행한 연구결과다. 삼다도, 바람, 여자, 말이 많은 섬, 제주도, 이곳의 상징은 해발 1947.269(1947.3.1.기념식이 제주4.3사건의 시발점 이후 1953년까지), 약 1950미터의 한라산이다. 1947, 1950이란 숫자가 한라산의 운명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우연인지 운명인지 몰라도 1950년 전후로 한반도 남단의 최고 비극의 무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지은이들은(김은미, 송관필, 안웅산은 제주의 야생동물을 한라산의 생태를 연구하며, 조미영은 여행작가 칼럼니스트다) 키 큰 한라산이 제주에서 제일 높지만, 나이로는 한참 형뻘인 “어승생오름”이다. 이른바 우리가 아는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제대로 모르는 곳을 요모조모 뜯어보고 톺아본다. 어승생오름이라는 산이 언제 생겼는지, 그 이름의 유래에 얽힌 제법 그럴듯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섬에서 섬을 이루는 땅과 오름으로 그리고 오름에 사는 생명, 식물과 동물, 여기에 골짜기 골짜기마다 담긴 사연들, 아흔아홉 골짜기…. 이곳에는 야생이 살아있다. 180만 년 전에 태어난 오름과 3,800년 전에 만들어진 산이 어깨동무하면서 그렇게 어울어져 자연을 이루는 곳, 제주, 하와이처럼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섬이지만 결이 다르다.

 

생태계의 보고, 제주 톺아보기

 

이야기를 따라 제주에 흠뻑 빠져들 때면 내가 아는 제주는 얄팍한 관광상품 소개에 실린 어설픈 종류의 이야기처럼 여겨질 정도니까 말이다. 한국에 소개된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한국상영 때의 제목은 “원령공주”) 는 울창한 산림 세계를 배경으로 생사를 관장하는 시시가미(사슴신)…. 인간의 욕망이 수호신을 죽이며, 산은 사람들의 차지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시시가미를 죽이고 목을 베어가는데, 머리를 찾아 헤메는 시시가미는 산과 들을 닥치는 대로 죽여버리는데... 이 책은 마치 모노노케 히메의 영화 속에 펼쳐지는 대자연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오름, 어승생, 이 곳에서 길렀던 말이 조선의 국왕이 타는 말이 되었다는 전해지는 이야기와 몽골의 고고어학자 하르노트가 밝힌 어승생의 어원 “어스 새이”는 물과 관련된다. 어스는 물이고, 새이는 좋다는 뜻이어서 물이 좋은 곳이란 말이다. 실제 이곳은 제주민의 젖줄처럼 물을 공급하고 있단다.

 

생물, 동물도감의 무미건조함과 결이 다른 자연이야기 속에 정보를 담아낸 문화서

 

어승생오름에서 자라나는 식물과 동물을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연구보고서라는 성격치고는 글이 부드럽다. 식물도감처럼 서식지, 길이, 특성 개화 시기를 무미건조한 서술이 아니다. 물론 동물도감 또한 이런 식이지만, 이런 도감류와는 결이 다른 매끄러운 흐름 속에도 빠뜨림 없이 도감 수준의 정보를 담아낸 문화서다. 조금은 과학적인 수필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오름에 얽힌 슬픈 역사, 일제강점기 진지 동굴과 토치카, 1950년 전후로 펼쳐진 제주 4.3사건, 미국이 얼마나 깊숙이 한반도 상황에 개입했는지를 따져 묻는 목소리는 70여 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진행형으로 제주 대자연 속에 메아리친다..

 

이 책 속의 제주는 또 다른 가면을 쓰고 있다(심리학에서 말하는 페르소나 혹은 페르조나, 사람마다 몇 가지의 모습이 있듯이 제주 또한 그러하다). 제주는 어떻게 말하든 천혜의 자연, 한반도의 으뜸 생태계에서 생물 다양성의 보고다.

 

이 책을 통해 관광 제주가 아닌 자연생태계의 보고, 생물 다양성이 살아있는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제주를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을 줄 듯하다. 덧붙여 여기에 실린 30여 점의 사진은 아름다운 볼거리를, 송유진의 그림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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