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스페인어라고? - 모르고 쓰는 우리말 속 스페인어,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홍은 지음 / 이응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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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스페인어라고

 

이 책<이게 스페인어라고>을 그대로 읽으면 우리가 일상생활에 아무런 의심 없이 혹은 무심코 쓰는 낱말이 스페인어였다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이 책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왜 스페인어라고 했지, 예전에 서반어(西班牙)라고도하고 에스파냐(Espana)어라고도 했던 적이 있다. 아마도 영어 발음이 실제 시민권을 얻은 듯하다. 한국의 스페인대사관은 주 스페인 대한민국 대사관이라고 쓰니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을 열어본 순간, 보기 좋게 빗나간 추측, 단순히 우리가 쓰는 낱말 중에 알쏭달쏭 모호한 단어는 어디서 온 것일까? 마치 “짬뽕”, “빵” “덴뿌라” “우동” “라면”처럼 그렇게 스페인 유래의 낱말에 관한 이야기인 줄 짐작했건만, 이 책은 스페인의 문화를 우리 생활과 비교하면서 다룬 에세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 내용은 가볍지 않다. 이면에 숨겨진 유머러스하면서 날카로운 사회비평이 기대하지 않은 그 뭔가를 발견한 듯 말이다.

 

이 책은 3장 체제다. 1장은 일상어 편이고 여기에는 우리가 모르고 쓰는 스페인어, 예를 들면 Solo, Grande, Tiquitaca, Plaza, Pan, El Nino다, 2장에서는 상표명 편으로 모르고 사는 스페인어 확실히 그렇다. LG사의 김치냉장고 이름 DIOS가 스페인어로 신을 뜻하는 줄 어찌 알았으랴, 부엌을 지켜주는 신 ‘조왕신’과 동격인가, 신에게 김치를 맡겨두고, 과일도 넣어둔다니, 이거 신성모독 아닌가 싶다. 그런데 LG의 DIOS는 영어로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디럭스의 머리글자 D를, 총명하다는 인텔리젠트의 I를, 최고의 오티멈의 O, 조용하다는 의미 사일런트의 S에서, 즉 고급지고 총명하며 최고로 조용한 냉장고다 이란 뜻이지만, 스페인어로 신이라고 좋을 만큼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신은 늘 조용하니까.

 

티키타카(핑퐁처럼 짧게 주고받는 걸 말한다고), 플라자, 엘니뇨. 이게 다 스페인어였구나. 델몬트가 오렌지가 아니라고? 오렌지는 ‘나랑하’였다고 웃음이 나온다. 오래전 TV에서 델몬트 광고를 하면서 오렌지의 당도검사를 하고 나서 “따봉”이라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오렌지는 델몬트, 그리고 좋다는 말은 따봉이라고 그런데 이게 뭐야?, 스페인에서는 델몬트는 산에서 왔다. 막 따온 뭐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라니, 참으로 강남의 귤이 강북 가서 탱자가 된 셈이다.

 

아반떼, 현대차 이름?

 

현대차이름은 스페인어가 많은 듯하다. 소나타 동생 아반떼(AVANTE) 뜻이 “앞으로”인데, 어찌 보면 딱 들어맞네 스페인 사회에서는 범퍼는 폼이 아니라 박으라고 있는 거야. 주차공간이 좁을 때는 범퍼로 앞차 뒤차를 톡톡 치면서 주차를 한다고…. 이 역시 놀라운 일 아닌가, 한국 같았으면 벌써 충격알람이 시끄럽게 울리고, 아침이면 범퍼에 생긴 흠집을 보고 누가 몰상식하게 남의 차를 박아놓았다며 야단법석일 텐데, 한국에서 자동차범퍼는 흠집 하나 없이 깔끔해야 한다. 범퍼의 기능이 뭐든 간에 깨끗하게 보여야 하니까. (중고차로 늘 팔 생각을 하든지, 아니면 자동차는 타는 사람의 품격과 성격을 보여준다는 어떤 근거도 없는 이상한 믿음 때문인지 몰라도)

 

그란데(Grande)는 크다, 혹은 더란 뜻, 우리말 방언 ‘그란데’

 

스페인어 그란데가 혹시 술이나 물이 모자라면 한 잔 더라는 의미라고? 전라도 사투리에 “그런데”를 “그란디” 혹은 “그란데”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그란디 그래서 어쨌다고”라는 말처럼 쓰이거나 “~아아 그란데(그렇구나) 그게 그렇게 된 갑구만”이라는 맥락에서 이처럼 스페인어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다. 빵이 주식인 스페인 수백 가지 종류의 빵이 있단다. “빵”은 프랑스, 스페인어로 빵은 Pan(판), 이 역시 비슷한 게 아닌가? 우리는 일하는 걸 속된 말로 “밥벌이”한다면 스페인어는 “빵벌이”라고 하고, 식은 죽 먹기를 먹은 빵이라고 한다. 이 또한 아주 문화적이다.

 

Solo(솔로), 당신도 혼자인가요

 

나는 “솔로”야라는 의미는 얼마 전까지 이성 친구가 없다는 말로 통했는데, 어느덧 혼잡, 혼술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당당하게 시민권을 얻게 되면서 사회언어학 영역으로 끼어들었다. 예전에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을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인 양 지레짐작했다. 물론 대략 칠할 정도는 대충 들어맞았지만, 실연을 당했다거나, 성격이 독특하다든가 하는 식으로, 오죽하면 “너는 친구도 없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는지,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게 보지 않게 될 정도로 사회가 변했다. “혼밥” “혼술”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베사메 무초의 뜻을 몰라서 다행스럽다.

 

“베사메 무초”는 가수 현인이 1949년에 번안한 노래다. 마지막 구절이 “베사메, 베사메 무초,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 다오”. 베사메 무초가 나에게 많은 키스를 퍼부어 달라는 뜻, 키스를 멈추지 말라는 뜻인 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풍기문란으로 난리가 났을 법, 당시에 베사메 무초를 현인 선생은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직접 키스를 멈추지 마세요라고 한국어로 번역하면 풍기문란이라고 금지령이 내릴 줄 알았던 모양이다. 아무튼, 대부분 사람이 모르고 지나갔으니 다행이다. 노래방에서 이런 의미인 줄도 모르고 마구 불러댔다면. 지금처럼 민감한 사회에서는 환경적 섹슈얼하라스멘트로 곤란을 겪게 되었을지도.

 

이 책은 배꼽 잡고 웃는 스페인의 문화 탐방기라고 해야 할 정도다. 지은이의 스페인 현지 경험과 한국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칠 때의 에피소드를 담은 이야기다. 나도 스페인어를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즐겁게 읽었다.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 되고도 남은이 있음은 읽어보면 알 것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쓴 검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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