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인생 앤드 앤솔러지
권제훈 외 지음 / &(앤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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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인생

 

다섯 명의 작가들이 집을 주제로 쓴 작품을 한데 묶었다.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권제훈의 “오꾸바오꾸바”, 201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의 김성준의 “유령들”. 2005년 <수상한 식모들>로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생강 작가의 “O션파크 1302호”, 2020년 자음과 모음을 통해 소설 발표한 이선진의 “보금의 자리”, 그리고 2017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 임국영의 “옵션. 없음” 등 다섯 편의 작품이다.

 

첫 번째 소설 권제훈의 “오꾸바오꾸바” 화자 준철의 아내 혜영, 그들에게는 20평대 복도식 아파트도 감지덕지다. 아무튼, 꿈은 높게 이상은 널리라는 말대로, 언제부터인가 이들에게는 손에 닿지도 않을 십억 대의 고급주택 매물 찾아다닌다. 부동산 중개사를 앞세우고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엄청나게 큰 집을 보러 갔다. 맘에 들었다. 부동산 중개사에서 준철은 마치 계약금이라도 송금할 것처럼 행동하다가 여기 조금 더 있다가 가면 안 되느냐고 묻는다. 보통은 아내 혜영이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못 사더라도 잠시 내 집인 양 감상에 젖어보고 싶어, 오래 머물려고 하는데, 이날은 거꾸로 준철이 부동산 중개사와 같이 나오다 냅다 혜영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버린다. 뷰도 좋고, 넓어. 오고 바(자리 차지하기, 스페인에서는 누구든 빈집에 들어가 48시간 이상 거주했음을 증명하면 거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집주인이 오면 어떡해, 경찰이 오면, 이들의 48시간 버티기가 가능할까?

 

두 번째 소설 “유령” 봉수와 찬호, 그리고 간달프 그들은 노량진 고시촌에서 내일을 꿈꾼다. 집을 가져본 적도, 가질 수도 없어 이 숱한 아파트와 빌라 사이를 배회하는 유령처럼, 국가유공자가 되어 배점이라도 얻어보려고 예비군훈련을 받을 때 진심으로 다치려 했지만, 용감한 예비역이 되고 말았다. 얇은 벽, 벽이랄 것도 없이 그냥 구분해놓은 칙칙하고 어두운 고시촌에서 늙고 또 늙어가는 간달프, 국가유공자 배점을 얻을 수 있는데도 맨날 물먹는 찬호, 인생의 밑바닥에서 어떻게 하든 탈출해보려는 고시촌 사람들, 봉수는 다행히 소방관시험에 붙었지만, 두 사람은 그렇지 못했다. 마침 노량진 고시촌에서 불이 나고 불 속으로 찬호를 찾기 위해 뛰어든 보수, 거기에는 여학생 한 명 밖에. 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어차피 이 도시에서는 봉수도 유령인데. 봉수가 쓰던 방은 관짝만하다. 죽어버리면 밖으로 옮길 필요 없이 그대로 묻어버려도 될 만큼, 봉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집 없이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망명정부에서 내준 여권으로 외국을 떠도는 기분….

 

이선진 작가의 작품 “보금의 자리” 화자는 유령과 함께 살게 됐다. 그는 살아 돌아가는 방법을 모른다. 도대체 집이란 어떤 곳일까?, 박생강 작가의 “O션파크 1302호” 요즘 말하는 깡통전세 사기를 다룬 이야기다.

 

임국영 작가의 소설 “옵션. 없음”도 화자 주원, 5년 전에 헤어진 연인 해수에게서 연락이 온다. 투룸을 얻었다고 그때 생각나는 게 너였다고, 한때 그들은 2년간 같이 살았다. 하지만, 헤어졌다. 주원에게 집은 그저 머무는 곳일 뿐, 하지만 해수에게는 소유해야 할 곳이었다. 이들은 생각은 정반대다. 건널 수 없는 강이 가로막혀 있다. 그저 룸메이트로 생활하자고, 해수는 말한다. 이에 동의한 주원,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인생도 전세 인생이란 게 있나, 대한민국 하늘 아래 내 몸 하나 제대로 눕힐 곳이 없다니, 지하에는 무덤이요. 공중에서는 살 수 없으니, 발붙이고 사는 곳이 사람 사는 곳이지만 말이다. 요즘 화두는 땅, 집이다. 박영서의<조선 시대 부동산실록>(들녘, 2023)에서는 조선 시대에도 땅, 고려가 망한 원인 중 하나도 땅 때문이라고, 과전법을 직전법으로 바꾸면 이 나라 양반의 씨가 말라버릴 것이라는 상소도, 양반들의 또한 산을 둘러싼 송사로 날을 지새웠다는 역사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넥스트의 앤드앤솔로지는 “전세”다. 매월 내는 주택 임차료를 목돈으로 내고 월세를 내지 않는 제도다. 은행 금리에 따라서 오르고 내리는 것인데, 월세는 꺼질 새로 매월 이자만큼의 돈이 나가는데, 이것으로 임차권이 보장받는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2년 계약 갱신 때마다 집세를 올려달라는 집주인, 그렇지 않으려면 나가라고…. 집 없는 설움은 여기서 시작된다. 이런 제도 틈바구니를 파고드는 기생충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남의 주머니에 든 돈을 제 주머닛돈인 것처럼 맘대로 가져가도 된다는 생각, 어차피 더 큰 도둑이 있다고 자위하면서, 우리의 아픈 현실 다섯 장면이다. 전세 사기에, 주거불안. 대한 민국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주택전쟁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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