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 9호 : 탈성장을 향해
재단법인 여해와함께 편집부 지음 / 여해와함께(잡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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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전환 매거진 <바람과 물> 9 탈성장을 향해

생태전환 매거진<바람과 물> 2023년 가을호의 이슈는 “탈성장을 향해”라는 열쇳말이다. 탈성장이란 말이 꽤 재미있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모두 라틴어에 기원을 두는데 그 뜻은 재난을 불러온 대홍수 이후 정상적인 흐름으로 되돌아가는 강이라고 한다. 꽤 의미심장하다. 대홍수 대신에 길고 긴 터널로 대체해도 될 듯하다.

성장제일주의, 성장지상주의의 기나긴 터널 속을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면서 헤맨 끝에 이게 희망의 길이 아니라고 터널을 빠져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지 오래다. 아마도 50년은 넘은 듯하다. 터널 현상, 앞에 보이는 희미한 불빛을 목표 삼아 달린다.

유엔환경회의가 열리고, 한때 신자유주의 물결에 방해받았던 탈성장 논의는 2008년 파리, 2010년 바르셀로나, 2012년 베네치아, 2014년 라이프니츠로 이어지면서 논의는 담론으로 성장 중이다. 이 책은 23명의 글이 실려있다, 시사인의 기자, 기후를 위한 경제학을 쓴 정책연구자, 대학의 연구자, 탈근대전환 연구자, 탈성장과 건강 돌봄 연구자, 상태적지혜연구소장, 사회학 교수, 경향신문기자, 전환연구자 등 생소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고민하는 “탈성장”의 대척점에는 성장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보라 4%대로 내려왔다. 해안가를 중심으로 한 경제특구의 후광과 함께 양극화 현상의 조짐을 가려주던 고도성장의 멈출 줄 모르던 힘도 이제 떨어졌다. 긴급 추경을 해대고, 부동산 대책에 지방경제 활성화에, 어찌 보면 자본주의 사회의 성장의 역사의 단축판이었던 중국의 변화는 그 종착점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신자유주의의 강풍이 휘몰아치던 한국 사회에서는 정규와 비정규라는 낯선 구분이 생겨나고 88만 원 세대에 이어 부모의 재산을 가져다 쓰는 전업 자녀, 일본에서 말하는 파라사이트(기생충)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경제 불안은 잠재적 전쟁 발발 요인이다. 경제성장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더 많은 자원을 가져가려고, 우주까지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판이니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탈성장하자는 목소리가 먹힐까, 통할까, 통하지 않더라도 지속해서 은근히 그리고 위대하게 외쳐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한국은 지지했다. 왜, 우리도 원전을 가지고 있고 또, 원전을 일으켜 세워 수출 효자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생명이고, 인권이고 지금 당장에 성장 한국호가 아쉽기에 그렇다. 내심은 바로 그 지점, 그곳에 있었다. 이 승무의 “핵에너지가 경제를 떠받치는가, 그 반대인가”에서는 경제성장지상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은 에너지이고, 그 중심에 원자력이 있다. 화석연료 추방에는 대체로 합의하는 경향이지만, 원자력은 논란거리다. 탈핵론자들은 원자력을 핵발전이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원전, 탈원전의 공방이 현재 진행형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건을 계기로 들여다보게 된 원전 중국도 한국도 일본 꼴이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3차 해양 방출이 시작됐다. 이렇게 30년 동안 계속 이어진다. 바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아무도 모른다. 필자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방류의 문제는 과학이 아니라 원자력에 관한 생각이고 사회적 합의다”라고, 즉, 과학적으로 보면 방류한다고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왜 모두 고개를 갸우뚱거릴까, 바로 이에 관한 자세한 설명,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솔직함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사회적 합의를 얻지 못한 것이다. 중요한 점은 그 무엇이든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기 위한 진지한 태도와 충실한 설명 그것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우선 방류부터 중단하고. 일방통행식은 곤란하다.

김병권의“생태경제학에 기초한 탈성장 거시경제”라는 논설은 꽤 흥미롭다. 그는 생태 거시경제학을 구상, 국가가 주도하는 그린뉴딜을 통해서 전면적인 산업전환의 길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현재의 글“페미니즘과 차이의 경제”는 꽤 눈여겨 볼만한 내용이 담겨있다. 그는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생산 사회적 노동에만 주어지는 임금(쥐꼬리 만큼)등, 자본주의 질서를 가능케 했던 자연과 여성의 돌봄 경제가 작동(기여, 착취 등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해왔는지를 톺아보면서, 탈성장의 경제는 우리가 잘못 이해한 경제성장 이름 아래 무엇을 희생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 더한 한윤정의 “물리적 불가능성과 정치적 불가능성의 싸움”이라는 글은 우리의 안목을 한층 높여줄 수 있다. 그 밖에도 좋은 글들이 많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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