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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권력 - 권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스탠퍼드 명강의
데버라 그룬펠드 지음, 김효정 옮김 / 센시오 / 2023년 10월
평점 :
지은이 데버라 그룬펠드는 사회심리학자다. 권력 심리학을 20여 년 이상 연구하고 강의한 이른바 전문가다. 그는 이 책<수평적 권력>을 수직적 권력과의 대칭으로서 다루지 않는다. 수많은 권력에 관한 책들이 거의 권력과 싸우는 방법을 논하는 것이라면, 지은이의 이 책은 자신에게 있는 권력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크든 작든 “권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권력”이란 아주 크고 거창하여 사회나 그 자원을 제 맘대로 쓰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돈 많은 부자는 아주 행복할 것이라고 지독하게 가난한 사람은 생각할 수도 있다. 이는 부자라는 개념을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부분만, 즉 보고 싶은 곳과 내가 욕망하는 것만 보기에 왜곡돼 보인다. 길 가는 사람을 잡고 물어보라, 돈 싫다는 사람이 있는지, 권력이 싫다는 사람이 있는지, 그것은 단지 순간적으로 늘 돈과 권력이 있으면 해보겠다는 희망 사항일 뿐, 이것이 해소된 후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할 여력이 없다.
지은이는 이 책의 독자 대상을 큰 권력을 갖게 되어 불안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능력보다 작은 권력을 갖고 있어 불만스럽거나 하는 모든 사람이라고 한다. 그가 이야기는 권력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해하는 권력과는 결이 다른 것이기에...
권력을 이해하는 방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며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다
권력(權力)을 보통 사전에서는 남을 지시하거나 복종하게 하는 힘이라고 정의(定意)하는데 이것이 보통 이해하는 권력이다. 지은이는 권력은 지위도 권한도 아니며 영향력과도 다른 사회적 통제력이라고, 권력을 잘 쓰기 위해서는 권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권력은 개인의 특성이나 소유물이 아니다. 권력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 당신이 담당하는 역할이다. 따라서 권력이란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상황에 따라 생기기도 없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권력이란 지위나 권한에 따라 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논어에서는 권력을 베풂, 너그러움으로 본다. 권력과 짝을 이루는 정의(正義)라는 게 있어서다. 권력은 너그러움이지만, 정의는 상황과 장면에 따라 사뭇 그 개념이 달라진다. 권력이 힘만을 강조하게 되면 왜곡되는 것은 필연이고, 권력 없는 정의는 결국 지켜내지 못한다. 그래서 권력은 정의 때문에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니, 이 책에서 말하는 수평적 권력과도 궤를 같이하는 게 아닐까 싶다. 권력 남용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실은 정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권력이란 바로 왜곡된 권력이며, 잘못된 인식
우리는 모두 권력을 갖고 있다. 작든 크든, 권력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은이가 말하는 권력은 논어의 권력과 유사하거나 사고가 꽤 많이 닮아있다.
자 그럼, 우리가 경계해야 할 권력,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의 진짜 심리를 보자
권력 경쟁에서는 누가 악당인지 구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진짜 선이 가짜 선일 수도 있고 악마처럼 보이는 것이 진짜 선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부패한 권력자를 먼저 보는 게 알기 쉽겠다. “지위”, “지배력” “성적 인정” 이와 관련된 불안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있고, 권력을 남용하는 많은 사람은 이런 욕구에 굶주려있다. 이른바 권력을 손에 넣게 되면 지위가 따르고 누군가를 지배하는 힘이 생긴다고, 그리고 멋진 사람, 매력 있는 사람이 된다고. 특히 여성에게 인기가 많을 것이라는 착각, 그래서 끊임없이 권력을 탐하는 사람은 정상적인 보통 사람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인 것이다.
부패한 권력과 싸우는 법
지은이는 우선 학습된 무력감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뭘 해도 안 되니 참고 지낼 수밖에 조금 지나면 무덤덤해지고 괜찮아져,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학습된 무기력, 이미 싸인 과정에서 경험했던 열패감은 불신을 키우고, 자기를 지키려는 방어책으로 삼기 쉽다. 그 형태는 다양하지만 뤼신의 유명한 소설 <아Q정전>의 주인공 아Q에게서 나온 정신승리법, 길가다가 억울하게 누군가에게 얻어터지고, 돈도 빼앗겼지만, 마냥 무기력하게만 있을 수 없었던 아Q는 자기최면 혹은 자기 세뇌를 한다. 나를 때리거나 괴롭히는 상대가 나보다 훨씬 하찮은 인간이기에 그런 인간한테 당한 일 자체를 무의미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욱연은 <시대를 견디는 힘, 뤼신인문학>(21세기북스, 2023)에서 정신승리법은 당대의 중국의 처지와 같았다고 본 뤼신이 제정신 좀 차리라고 썼던 글이며, 이 정신승리법이 긍정적인 면은 있지만(정신건강에) 결국에는 패배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권력에 취하거나, 정신승리법에 취하거나 모두 결말은 비극이다.
둘째로 권력자의 악한 마력에서 도망치기다. 권력 남용자는 매력적이다. 불나방이 불을 찾아들 듯한 속성, 뭔가 결핍된 경험이 있는 사람(어떤 면에서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권력자 부근에서 알짱거려 뭔가를 얻겠다는 생각이라면 패가망신 직행이다. 목을 맬 때의 느끼는 순간의 황홀감을 맛보기 위해 계속 목을 매다가는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셋째로,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한 아홉 가지 방법, 위험신호를 인식하라, 거절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미끼를 물지 마라, 악당과 적당한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라는 말이다. 아울러 자책하지 말고, 피해자처럼 행동하지 말 것, 그리고 공적인 공간에서 멀리 떨어지지 말라. 경계를 지키고, 저지하라. 이를 악물고 환하게 웃고, 공감을 드러내라. 지은이가 말하는 이 9가지 방법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기시감이 들 것이다. 복싱경기에서 상대의 주먹을 피하기보다는 맞아주는 척 그 주먹을 흘려보내는 방법이다. 불가근 불원근(不可近不可遠).
권력이란 말은 너그러우면서도 정의를 지키는 것이다. 이의 균형을 잡는 일이 참으로 힘들기에 쉽게 권력 남용이라는 늪에 빠지게 된다.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다. 잘 쓰면 약이요 잘못 쓰면 독이 되기에….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