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낙엽 푸른사상 소설선 50
김유경 지음 / 푸른사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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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낙엽

- 갑작스러운 한파에 단풍으로 미처 물들지 못한 채 땅과 마주한 푸른 이파리들-

 

탈북한 북한 조선작가 동맹 소속의 작가, 소설가 김유경,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절반은 아직도 북쪽에 있기에, 통일 세상이 오면 필명 김유경에서 본명으로 바뀔 수 있을까, 어떤 이유로 필명을 쓰는 작가도 있는데 왜 필명을 쓰냐고 물어보지 않듯, 그저 소설가 김유경의 사정을 들으며 <푸른 낙엽>을 읽는다.

 

<푸른 낙엽>에는 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한세대전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 문예사조를 모르기에 그저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꽤 몰입도가 높다. 단숨에 읽었을 만큼,

 

눈에 띄는 두 편의 소설, “평양손님” “자유인”은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묘사한 듯한 아니, 묘사했을 것으로 여긴다. 읽는 이들은 북한의 현실을 모르기에. 우리 민족의 지구상에 많은 휴전, 분쟁국 중 아마도 이처럼 세계의 이목을 끄는 희한한 조합도 없을 듯하다. OECD 국가요. 세계 경제에 이름을 올리는, 여전히 세계최강의 미국과 한판 뜰 배짱을 보이는 북한, 아무리 경제제재를 가해도,

 

 

 

 

북의 속 사정, 한국전쟁 중에 남한으로 탈출한 아버지와 큰아버지 때문에 반동으로 몰린 러시아 유학을 했던 물리학박사, 학자로서 꿈은 정치범으로, 산골 오지로 어머니와 하방한 허수혁, 소설의 주인공 “나”는 인텔리에 늠름하고 하얀 피부를 가진 잘생긴 남자를 짝사랑했고, 아무튼 결혼했다. 수혁은 평양에서 쫓겨올 때, 가재도구보다 좋아하던 책 한 권을…. 언제부터인지 그 책을 찢어서 담배 말이 종이로 쓴다. 그리고 농촌에 묻힌다. 농투성이처럼, 논과 밭과 채소와 이야기를 하는 천상 농군의 모습으로…. 평양에서 찾아온 손님, 대학 동창이란다. 평성과학원 연구사로 복귀하라는 소환 명령을 받지만, 거절한다. 필생의 소원이었을 복귀를 후~하고 뿜어내는 담배 연기 속으로 날려버리고, 여전히 묵묵히.

 

 

 

북한의 해외 공작조의 단장으로. 독일의 한 비행장에서 사라졌다. 평양에서는 죽었다고 보고 영웅으로 추숭했다는 데, 바닷가에서 쓰레기 줍는 환경미화원으로, 경찰서에서 탈북민을 관리하는 형사는 그에게 카리스마를 느끼고. 탈북해 한국에서 잘나가는 연구원은 그가 외국에서 공작할 때 모셨던 단장이라고.

 

자유인, 그저 바닷가와 산골. 그는 왜 탈북을 했을까, 북한의 고위층으로 권력의 중심부에서 호의호식을 했을 텐데, 자유인은 혼잣말처럼, 죗값을 치른다고 말한다.

 

북한을 탈출해서 자유대한의 품에 안겨, 어쩌고저쩌고, TV에 나와서 희화적으로 북한을 이야기하는. 묘한 경계선에 서 있는 듯한 느낌, 동백림사건에 관련됐다고 의심을 받았던, 재독학자 송두율 선생의 말처럼 작가 김유경은 남도 북도 아닌 경계선에서 서 있는 한반도의 상황이 만들어 낸 탈북문학일까,

 

한 세대 전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은 빼어난 글솜씨에 묻어있는 한국 근대문학 같은 냄새가 난 때문인가,

 

탈북민이란 낱말도 새터민이란 단어도 차별적으로 들린다. 아니 차별이다. 탈북문학이란 장르가 아닌 북한을 무대로 펼쳐진 낯선 삶과 남한의 생활, 평생을 살아온 북을 떠나온 사람들에게 향수가 없을 리 없고, 불만이 없을 리 없고, 남한 사회에서 북한 사회를 비난하는 듯한 분위기와 느낌은 나만의 것일까?

 

 

 

 

김유경 소설선은 결이 다르다. 평양 손님의 태도와 허수혁, 자포자기가 아니다. 자신의 삶이 억울하다고 누구를 원망하던 시간도 지나갔다. 인생이란 그런 거라고 농사를 짓던 연구실에서 연구하든,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대차게 받아친 허수혁은 이미 홀로 일어서서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민족의 모순, 한반도의 분단, 정전에서 종전으로, 평화에서 통일로…. 남북 문화 충돌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통일문학 장르라 해두자.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바탕에 깐 선전문학보다는…. 통일문학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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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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