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친일 매국노 한간
이강범 지음 / 피엔에이월드(PNA World)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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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노 한간들의 친일행각과 중국 국민당의 항일투쟁의 “반면교사”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고 그 어려운 선택을 한 우국지사들은 역사에 새기고, 동시에 친일 매국노도 잊지 말아야….

지은이 이강범은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친일 매국노를 어떻게 봐야 할지를 말하고 있다. 반민특위 우리는 못 했고 저들은 했다. 미흡하더라도 이 책을 써야 하는 의무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이 책에서 한간(漢奸)은 중국 시대별 의미가 여러 개 있으나, 중국 현대사에서 친일부역을 했던 자들로 우리의 친일파처럼 친일앞잡이, 매국노, 민족반역자를 일컫는 낱말이다.

 

반민특위는 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친일파들의 민족 반역 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1948년 제헌 국회에 설치되었던 특별 기구이다. 정식 명칭은 ‘반민족 행위 특별 조사 위원회’이다. 실제 1947년 친일잔재청산을 위해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은 민족반역자, 친일부역자, 부일협력자, 전범, 간상배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하였으나, 미군정은 이 법안이 미군정의 동맹세력인 친일경찰, 친일관료와 정치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로 인준을 거부했다. 왜 저들은 했고, 우리는 못했나, 배후에 미 군정이, 미국이 있었다.

 

일본의 중국 경영은 한간들의 활약으로 일본은 어렵지 않게 동북지역에서는 만주국을, 베이징을 중심으로 허베이 자치정부를, 그리고 난징, 상하이를 중심으로 이른바 중화민국국민정부를 세울 수 있었다.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난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세워진 중화민국 국민정부를 통해 벌인 중국 토착 왜구 ‘한간’들의 추악한 친일행각과 이들을 심판하기 위한 중국 국민당의 항일투쟁을 들여다본다.

 

주요인물, 왕정위(汪精衛, 왕징웨이) 본명은 왕자오밍(汪兆銘), 그는 일본 유학파로 국민당의 일원으로 쑨원과 친밀한 관계였으며, 한때 장제스(장개석)와 대립하는 중국 내 경쟁자였지만, 중일전쟁 이후, 친일파로 변절, 난징에 친일 괴뢰정권을 세운 대표적인 한간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 황제 푸이의 아버지 순친왕 암살시도, 투옥, 1911년 우창 봉기로 감옥에서 풀려나자 그는 민중의 영웅으로 추앙, 국민의 존경을 받기도 했던 인물이 최대의 매국노가 됐을까,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왜 그는 매국노가 됐을까- 미래 비전이 없어서

 

자신이 없으면, 미래비전이 없으면, 앞날이 캄캄하면... 이완용, 을사5적, 그들에게는 살길을 찾는 게, 공화국을 만들기 보다는 그들의 지위가 영속적으로 보장되는 게 더 중요했겠지...왕징웨이 역시, 그랬나?

 

왕징웨이는 1930년대 초 국민당 정부의 외교부장으로 독일에 가서 나치 정권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려 했으나,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국민당 좌파 강경세력의 영수였던 그는 극우파를 조직 유럽 파시스트와의 연합을 꾀했다. 1938년 왕징웨이는 충징을 탈출, 베트남 하노이로 도망갔다가 일본군 점령지역인 상하이로 돌아와 40년에 괴로 정권 국민당 정권을 세웠다.

 

청 왕조를 뒤엎으려 몸을 던진 신해혁명의 참여자로 또 집권당인 국민당의 수뇌부로 왜 조국 반역의 길로 들어선 것인가,

 

일본의 공세로 계속 밀리던 국민당, 수도함락, 국민당 총재선거에서 장제스에게 패배, 불안한 전황과 흔들리는 정치적 지위, 왕징웨이는 모든 면에서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되는데, 이 틈을 파고든 일본의 정보기관이 왕징웨이를 대상으로 공작을, 투항유혹자와 투항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중광당밀약에 이어, 왕징웨이의 하노이 도망이.

 

국민당에서 보낸 암살자들의 왕징웨이 암살실패 사건을 계기로 왕징웨이는 매국노의 길로 들어설 명분을 얻게 된다. 일본과의 평화적 교섭(일본과의 밀약-일중신관계조정요강)을 제창하면서 새로 수립된 괴뢰정권의 수반으로 상하이에 돌아온 왕징웨이, 그는 정보기관(특공총부-제스필드 로드76호에 위치, ‘76호’라 부름)을 가동해, 왕징웨이에 비판적인 언론에는 ‘공산당의 하수인’으로 보겠다고 경고, 언론장악, 친일선전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기도, 이른바 백색테러를 일으키기도,

 

장세스와 왕징웨이의 반목으로 국민당 정부의 분열과 통합, 대립과 왕징웨이의 베트남으로 도피, 국민당의 왕징웨이 암살실패, 난징대학살 등의 과정이 꽤 복잡하다. 어느 한 쪽의 단편적인 기록만으로는 왕징웨이의 친일활동 전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지은이는 전문학자가 아니며, 학술탐구 목적으로 한 글쓰기가 아니기에. 복합한 정치구조와 맥락을 모두 이해하고 이 책에 담기에는 그 양이 많기에, 이에 관해서는 배경한, 문명기, 황동연 등의 연구 성과를 참조하라고 한다.

 

바다에 떠다니는 배에 위험이 생기면 배 안에 있던 쥐들이 움직인다. 위험을 미리 감지하기에. 우리 현대사에서도 부당하게 나라를 장악한 이들의 권력 주변을 맴돌던 기회주의자들은 우선, 제 살길부터 찾기에 급급했다. 이런 기회주의자들은 일본 패망의 기운이 짙어지자, 제 동지는 물론 가족까지도 팔아치우는데. 중국의 한간들,

 

한간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움직였는가, 우리 일제강점기 때, 일본고등계 형사로 독립운동가 사냥에 나섰던 이들, 중국에서는 어쨌든 이들을 법정에 세웠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친일잔재 청산과 분단, 대한민국의 사회적 모순의 중요한 계기이자 밑바탕이 된 사건들, 누가 ‘반민특위’를 해체했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반민특위를 해체한 이유가 무엇이었나, 미국의 이해에 반했기에. 미국은 우리에게 해방군으로 다가온 게 아니라 일본을 대체한 점령군을 들어왔음을,

 

친일잔재 청산은 어떻게 해야 하나?, 지은이는 “대부분의 민초들은 처자식을 부양하고 삶을 영위하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민초들은 그렇게 살아나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에둘러 하는 말이지만, 친일부역자들을 역사적으로 밝히는 것과 그들에 대한 처벌은 별개라는 점을 명확해 둬야만이... 영화<암살>을 다시 봐야겠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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