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명령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지막 명령

 

<베니스의 개성상인>의 오세영 작가의 장편소설 <마지막 명령>, 그의 말처럼,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 이 소설은 “팩션이다.”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것이다. “마지막 명령”을 내린 이는 누구인가, 조직인가, 개인인가. 누가 누구에게 내린 명령인가.

 

현대사의 격동기, 43주년을 맞이한 5.18민중항쟁, 그리고 36년 전 일이 돼버린 6.10, 6.29까지의 숨 가쁜 여정, 사건의 시작은 79년 10.26일 그날이다. 주인공 한태영, 육사 출신의 대위, 엘리트 장교로서 싹이 보이는 특전사 팀장이다. 그의 절친 장재원과 함께 군의 사조직 ‘하나회’의 가입 권유를 받는다. 전두환에게 신임을 받던 한태영은 가입하지 않았고, 장재원은 가입한다. 이들의 운명은 12.12쿠데타로 갈리게 되는데, 반 쿠데타 진영의 한태영은 강제 전역과 함께 미국으로 쫓겨난다. 78년 군작전 중 알게 된 보안사의 CIA 출신의 여성 분석관 우나연, 그리고 여러 등장인물.

 

운과 역량, 정치와 윤리, 이미지 메이킹, 이 3요소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관통하는 열쇳말이다. 하나회라는 조직을 만들고, 이를 발판으로 주요 보직을 장악한 정치군인들(역량을 길렀다. 힘을 기른 것이다),그리고 이들에게 찾아온 행운은 1979년 10월 26일, 대한민국의 보스 박정희가 김재규가 쏜 총에 죽는 사건이었다. 그들에게도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를 기회로 정치군인 전두환 소장은 움직이고, 육군참모총장은 하나회 회원들을 군대 내에서 솎아내려 하는데…. 12.12쿠데타의 서막은 이렇게 반동의 총성과 함께. 반대하는 이들은 군에서 쫓아내고, 이렇게 시작된 남북분단의 대한민국의 남쪽은, 국민을 위한 다거나 진상을 규명한다거나 하는 행위는 진심을 필요가 없다. 그저 그런 척만 하면 된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이미지 포장만 잘 만들면 된다. 정의의 사자, 국부를 죽인 원흉을 처단하는데 과감하게, 믿을 수 있는 군인의 이미지를...


한태영은 뉴욕 밑바닥에서 불법체류자로,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용병단 보스의 눈에 들게 되고, 전두환의 목숨을 노리는 세력들, 외국의 용병으로 나간 북조선 군인들, 대간첩작전에서 놓친 남파공작원과 조우, 우나연과의 짧은 사랑, 한국에 있는 어머니와 동생을 데려오기 위해, 미국에서 살수 있는 신분을 얻기 위해, 용병으로...

 

새로운 신분으로 한국을 찾는 한태영, 소신 있는 군인의 길을 가려 했던 특전사 사령관 석 장군을 찾는다. 한태영은 북과 손을 잡고 전두환을 죽일 것이라고 말하는데, 석장군은 그를 죽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법정에 세워서 그의 죄를 묻게 하라는 말을 남긴다. 얼마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그가 마지막 남길 말이 “마지막 명령”일까?,

 

이정재 배우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작품 <헌트>에서 이정재와 정우성 둘은 안기부의 국외와 국내 담당으로 조직 내 숨어든 간첩 동림을 찾는 과정(아니 만드는 과정)에서. 쿠데타를 막으려 하다 군대에서 쫓겨났던 군인들이 전두환 암살을 계획하고, 이 둘 중 하나는 이 조직에 일원으로 북과 손잡고 아웅산에서 전두환을 암살하려는데.

 

이 <마지막 명령> 이후에, 아웅산 사건이 일어나고. 영화<헌트>와 소설<마지막 명령>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전 후편처럼 느껴진다. 영화<26년>, 전두환을 죽이려는 5.18 희생자들의 후예,

 

소설<마지막 명령>은 전두환을 암살하려는 북쪽을 방해하고, 전두환을 법정에 세워 법의 심판을 받게 하라고.

 

전두환은 죽고, 그의 손자가 5.18 국립민주묘지를 찾아 희생자들에게 참배한다. 엇갈린 운명 속에서 누군가는 출세, 누군가는 소신을 지키기 위해, 고통의 길을, 그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작가는 역사의 심판은 여러 갈래가 있다고 말하려는 것인가, 결국, 영원한 권력은 없지만, 전두환의 암살이 역사적 심판인가 하는 여운을 남긴다.

 

머리 속으로 그려지는 한 편의 영화처럼... 헌트와 함께 보면...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