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허스토리 - 왜 경제학의 절반은 사라졌는가?
이디스 카이퍼 지음, 조민호 옮김 / 서울경제신문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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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우리가 알던 경제학은 반쪽에 불과하다

 

페미니스트 경제학자이자 경제학 철학자인 지은이 이디스 카이퍼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의 경제력과 노동권에 대한 경제 관련 저술을 했다는 이유로, 남성 중심의 경제학계에서 철저히 무시당하고 잊힌 여성 경제저술가, 경제학자에게 주목한다. 여기에 102명을 소개한다. 우리가 알던 경제학의 세계가 왜 반쪽짜리인지를 들려준다.

 

이 책은 18~19세기 영국과 프랑스, 19~20세기 미국의 여성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들이 어떤 경제적 문제에 직면했으며, 어떤 해결책을 제안했고, 싸웠는지를, 또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경제를 바라봤는지를, 진짜 여성이 보는 경제학의 세계는, 주목했던 것들은 무엇인지,

 

여성 경제학자들의 역사

 

독점시장과 ‘가격 차별’이란 글을 썼던 조앤 로빈슨(1903-1083), 노벨경제학상을 받아야 했으나 받지 못한 미덥지 못한 여성이라는 영예를, 경제학자이지만 혁명가로 더 알려진 로자 룩셈부르크(1871-1919), 자본주의의 시스템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원인과 방식을 분석해 설명했다. 딱 여기까지 여성의 경제학 세계다. 하지만 지은이는 이들 두 사람만이 역사에 등장한 것은 그들이 표면적으로 여성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하면서, 이 두 경제학자가 여성에 대한 글을 쓰지 않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 여성들의 관심과 이해관계가 들어설 자리가 없는 남성 지배적 경제전통에 순응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쎄다. 하지만, 이제껏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 두 사람에 대한 평가라서 조금은 당황스럽기는 하다.

 

여성 경제학자, 저술가들의 주제

 

젠더 규범이 남성 경제학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여성 경제저술가들은 오늘날 젠더 기대치에 영향을 미친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가계와 부동산을 운용하는 방법, 경제적 권리 부족 개선, 생산과 소비에서의 역할, 남편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의존 문제, 임금 노동을 할 수 있는 제한된 권리,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를 비롯한 여러 주제에 관해 여성들의 일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경제라는 사회적 구성물에서 여성은 어디에 있는가?

 

이 책에서 논의하는 여성 경제저술가들의 저작은 산업 사회와 자본주의 시스템의 출현과 발전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야 한다. 경제체제의 변화는 하층 및 중산층 여성들이 해오던 생산적인 일의 현장이 농장에서 작업장과 공장으로, 집 밖에서 일을 하게 됐고 최저생계비를 벌지만, 남성과 달리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고, 임금 역시 차별적이어서 여성이 경제적 지위 향상은 봉쇄,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게 된다. 중산층 여성들은 대부분 가정에 남게 되어, 육아와 집안일로 축소된 만큼 경제를 남편에게 의존하게 된다.

 

모든 경제학의 이론의 경제 행위와 주체, 즉, 합리적인 경제인은 남성과 여성을 모두를 포함하지만, 노동시장 행태에 관한 분석은 남성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그 한계를 문제 삼은 적은 없었다.

 

오이코노미아에서 페미니즘 경제학까지

 

이 책은 정치경제학의 등장(1장), 권력과 주체성 그리고 재산권, 여성, 결혼, 노예와 식민지 여성을 다룬다(2장), 교육(3장), 부와 여성의 관계로 자본, 돈, 금융(4장), 생산(5장), 분배(6장), 소비(7장), 정부 정책(8장), 앞으로의 경제학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9장)를 살펴본다.

 

오이코노미아, 즉 가계관리에서는 2,400년 전 소크라테스와 크세노폰 같은 철학자와 여성 경제저술가의 저작에서 논의되는 가계관리 경험에 관해 다룬다. 여성의 독점적인 영역으로 인식됐던 가계관리, 정치경제학이 등장한 뒤에도 이런 가계관리의 전통은 계속되다가, 60~70년대 신가정경제학으로, 이후 신고전주의 경제 이론에 흡수된다.

 

70~80년대 많은 여성이 경제학을 포함한 다양한 학문 분야에 진출, 페미니스트 경제학자들은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가사 노동, 가계 생산, 무임금 노동, 돌봄 노동의 가치와 역할을 이론화했다.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타, 셀마 제임스, 실비아 페더리치와 같은 이들은 무임금 가계 생산에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력과 주체성 그리고 재산권에서는 부르주아 사회의 성장과 더불어 여성의 법적, 정치적 지위가 재정의됐으나 개선되지는 않았다. 법률 체계는 여성의 아버지, 형제, 남편을 법적 후견인으로 인정함으로써 기혼 여성의 재산권, 양육권, 미래에 대한 통제권을 박탈했다. 이런 여성의 법적 권리상실에 경종을 울린 인물로 잉글랜드의 새라 새폰이 있었다. 이어서 프랑스의 올랭 드 구즈, 네덜란드의 에타 팜 달더스, 잉글랜드의 매리 울스턴그래프트의 이야기가 나온다.

 

교육과 부와 여성, 생산, 분배, 소비, 정부 정책에서 어떻게 여성들의 소외에 관해서 다룬다. 차별과 배제, 승자와 남성 중심에서 여성의 눈으로 본 경제로,

 

그리고 결론을 대신해 앞으로의 경제학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경제사상사에 관한 전통적 서술과 다른 연구결과를 언급한다. 페미니즘 경제학 분야의 발전 과정과, 젠더와 인종, 자연환경 보전을 함께 고려하는 경제연구 방향을 모색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200년간의 여성 경제의 역사, 남성 중심 경제학을 뒤집어 보면 여성 경제학이 되지는 않는다. 접근하는 방향과 주제가 달랐기 때문이었을까?, 왜 경제학의 절반이 사라졌느냐는 부제가 붙었는지를 알 수 있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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