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
김미영 지음 / 프로방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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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의 삶의 온도는 몇 도인가요?

 

김미영의 에세이집<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 책 제목만큼이나 생각할 게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기억은 무엇일까? 한때의 추억,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기쁘기도, 슬프기도, 춥기도, 덥기도 할까? 지은이가 말하듯이 따뜻했던 기억은 내 삶의 이유가 돼 주었고, 싸늘했던 기억은 내 삶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여유와 깊이 있는 삶의 온도는 몇 도일까?, 여기에 실린 글들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오랫동안 같은 온도일 수도 있고, 날마다 온도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어떤 기억을 안고 살아갈까?

 

기억 온도는 뜨겁기도 하고 차갑기도 때로는 싸늘하기도. 지은이 김미영은 그의 삶의 이유와 힘 그리고 삶의 깊이와 상처, 마치 사계절인 양 봄, 여름, 가을, 겨울빛의 기억으로, 우리를 금세 그 시절로 데려다준다.

 

따뜻했던 기억들, 삶의 이유, 봄 같은 기억

 

지은이 삶의 이유,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시골 마을, 한여름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빛 우물물 퍼 올리면 맑고 시원한 물, 지금, 우물의 흔적은 어렸을 적, 논농사 짓던 큰 집 어디엔가에 있겠지. 이미 지워지고 없어진 흔적, 여전히 내 기억 속에 남아있네. 어느새 읽는 이로 하여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에 태워 그 따뜻한 기억 속으로 데려다준다. 이불 위를 수놓은 엄마의 사랑…. 한겨울 밖에서 찬 바람에 볼이 터지고 콧물이 흐르다 멈춘 자국들…. 따뜻한 온돌, 구수한 된장찌개, 형제간에 아웅다웅하면서 좀 더 먹겠다고 어린 동생의 눈을 속여 크게 찢은 김을 얼른. 이런 기억들,

 

열정적이었던 기억들, 삶의 힘, 여름 같은 기억

 

지은이는 윤동주의 서시를 볼 때마다 자신의 뜨거운 영원을 갈아 넣게 만드는 묵직한 울림이 있다고 한다(81쪽). 그는 문득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오를 때, 억울함, 분노, 사랑, 희망, 깨달음, 작은 행복, 만남, 일상 등 마음속에 있는 것을 죄다 끄집어내 글로 풀어냄으로써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고, 위안을 얻고 싶은 마음. 이런 것들이 열정이다.

 

싸늘한 기억들, 삶의 깊이, 가을 같은 기억

 

가을이면 낙엽이 거리를 메우고, 만물이 생동감을 잃고 사그라지는 계절, 맘 또한 그러리, 지은이는 "선택하지 않은 성의 허무함"(152쪽)에 이렇게 쓰고 있다. 왜 여자만 당하고 살아야 하는지…. 도대체 이 나라는 왜 성폭행, 성추행 등에 그토록 너그러운 건지. N 번 방 사건을 보면서 지은이의 딸이 한 말이다. 집 안에서도 이제 하늘 같은 남편, 우리 아들. 아무 생각 없이 써댄 말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남녀차별 때문에 소외당하는 여자들에게 평등이라는 희망의 물꼬를 터주고, 여기서부터 남녀가 새롭게 경쟁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추웠던 기억들, 한겨울 싸늘하고 매서운 바람 끝 같은 기억,

엄마가 되어 보지 않고서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

 

지은이는 추웠던 기억으로 "마음속에 떠다니는 기울어진 배 한 척"(254쪽)에서 9년 전 4월 16일 단원고의 학생 338명 전원이 구조됐다는 소식을, 2014년 4월 16일에 들었다. 세월호 사건, 오보, TV 화면에 사건 현장 위를 맴돌던 헬기…. 모여든 배들,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은이도 학창 시절 수학여행 때, 카페리호를 탔던 모양이다.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였을 무렵의 기억이다. 기억이 겹쳐온다. 지은이의 마음속에는 지금도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던 기울어진 배 한 척, 바닷속으로 점점 가라앉은 세월호, 팽목항에서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어느 아버지의 외로운 뒷모습, 오열하는 가족들의 모습,

 

당신의 기억은 따뜻한가요? 인생은 봄날인가요라고 묻는 듯하다.

 

늘 따뜻한 기억만 가지고 살 수 없지만, 적어도 기억의 온도는 계절의 변화처럼, 봄,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이렇게 사계절 순환 정도만 있어도 좋겠다.

세상살이에 분노할 일이 어느 하나둘뿐이랴, 세상살이하면서 기뻐할 일이 한두 개뿐일까,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내 기억의 온도를 보통에 맞춰놓고. 추울 때는 따뜻하게, 뜨거울 때는 조금은 서늘하게….

이 책은 여름날 평상에 누워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듯. 추억 속으로 데려다준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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