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물이다 - 어느 뜻깊은 행사에서 전한 깨어 있는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한 생각들, 개정판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김재희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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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물이다

 

야, 물이 좋은데. 라는 말은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이상야릇한 상상은 그만두고, 물은 환경을 말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물"이란 어떤 의미지, 아무튼 짐작은 가는데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이 책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2005년 케니언대학 졸업식장에서 했던 강연을 옮겨놓은 책이다. 그가 졸업식장에서 하는 강연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을 어린 물고기 두 마리와 나이 든 물고기가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어린 물고기 두 마리가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을 때, 맞은 편에서 다가오는 나이 든 물고기 한 마리가 이들과 마주치자 인사를 건넨다. "잘 있었지, 얘들아?, 물이 괜찮아?"라고, 어린 물고기는 "도대체 물이란 게 뭐야?". 날마다 일상에서 부딪치는 것들, 무의식적으로 넘어가는 것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

 

이 대화의 의미는?

 

지극히 당연하고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중요한 현실이 사실은 가장 보기 힘들고 논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지은이는 학교 교육의 목적을 논하는데, 대학이라는 교육의 장에서 받거나 받기 마련인 "사고"에 대한 가르침이라는 것은 실제로 사고하는 능력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생각하느냐는 "주제 선택"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정작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있는가?

공기와 물, 나와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말이다. 경제건, 정치건, 문화건 간에 내 삶과 부딪치는 모든 것들에 관하여,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대화, 너는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술을 한잔 걸치면서 시작하는 대화, 유신론자는 무신론자에게 자네는 신을 믿느냐고 하자 무신론자는 안 믿는 것은 아닌데, 지난달 폭설이 있었던 날 밤에 길을 잃고 헤맸을 때, 신에게 빌었지, 도와달라고, 그런데 신 대신에 에스키모인 몇 명이 지나가는 길에 나를 발견하고 길을 알려줬지, 신이 도와준 게 아니라고….

 

어느 쪽이 맞을까, 이는 쓸데없는 질문이다. 각각의 신념의 틀과 경험에서 의미를 추출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니 이를 비교하는 건 애초에 그른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면 교만과 오만에 빠지기 쉽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은 직접 일어나는 일이며, 절박하고, 실존하는 현실이라고, 여기에 필요한 것이 조절하는 능력이라고, 마치 컴퓨터의 디폴트세팅(기본설정)처럼….

 

세상의 헛똑똑이(윤똑똑이)들에게

 

자신의 지성을 믿고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결국에는 자신이 어리석은 협잡꾼인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항상 누군가에게 이를 들킬 것만 같은 두려움 속에 살게 된다고.

동서양의 보편적 진리는 통하는 법, 동양고전 속에 삼위(三危) 세 가지 두려워할 만한 것이 있다. 첫째로 지나침이다. 남들한테 베푼 덕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을 된 사람은 기뻐하지 않고 외려 두려워하며 몸가짐을 삼갔다. 둘째로 분수를 아닌 것, 자신의 재주보다 지나치게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을 된 사람은 좋아하지 않고 도리어 간을 졸이며 불안하게 여긴다. 셋째, 이룬 성과는 쥐꼬리만 한데 큰돈을 받는 것을 된 사람은 자랑으로 여기지 않고 뜻하지 않은 화를 부르지 않을까 무서워했다. 참으로 새겨둘 말이다.

 

지은이는 현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삶의 지혜를 설파한다. 그저 세상을 살다 보니 자연스레 생기는 이치라고 할까?

 

"이것은 물이다", 마치 선의 화두처럼 들려온다. 성철 스님의 조계종 종정 취임 법어 마무리 구절로 유명한 "산은 산, 물은 진공묘유(眞空妙有: 생겨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절대의 진리. 공에도 유에도 치우치지 않고, 사물 자체의 존재 양상, 다양한 인연의 조합인 연기라는 불교 교리)다. 과유불급, 삼위….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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