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 정상 영업합니다 - 끝내기 실책 같은 상황이어도
쌍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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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 정상적인가요?

 

질문도 강하다. 지은이 필명도 쌍딸, 어감이 강하다…. 자, 우선 쌍딸론에 관해서 생각해보자. 찬찬히 보니, 상민의 딸, 상민(常民), 보통사람, 일반인이라는 말인데, 19세기 말이 되면 우리 사회는 거의 다 양반이라는 신분이 된다. 이른바 신분을 샀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남성 어른들이 싸울 때, 아니 “이 냥반이 무슨 소리를 허는 것이여” 참, 이상한 양반이네! 라는 말을 곧잘 듣는다. 지금은 할머니들, 뭐 나이가 지긋하신 여성들이 우리 집 양반은 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거의 들을 수 없는 표현이 됐다. 쌍딸=여염집 딸내미라는 말인 듯하다. 물론 맞거나 틀리거나 필명이니, 

 

끝내기 실책 같은 상황이어도 <우리 인생 정상영업합니다>라는 이 책은 블랙 코미디다. 포복절도 유발로 국가보안법 위반 수준의 범죄다. 허탈한 시민들의 얼굴에 웃음의 주름이 가게 한 죄일까, 아무튼 웃다가 배가 터지는 사람도 있을 법하니, 건강보험지출을 늘게 하여, 국가재정을 어지럽게 한 죄일 터….

 

문제 제기, 우리 삶 정상적인가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답은 “모름”

 

이 무시무시한 책은 읽는 만화다. 1장, 쌍도의 딸과 쌍도의 딸(아버지의 존함이 상도인가?, 아니면 보통 혹은 일반 상식을 따르는 여성이란 뜻인가)에서는 직장인 팟캐스트, 회식에 관하여 쌍딸이 엄마는 쌍딸이를 어떻게 키운 거야? (참 이 대목은 감동이다. 한국의 모든 부모, 보호자에게 주는 쓴소리다. 제발 아이를 네 물건인 양 다루지 말라고, 당신의 못 이룬 꿈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날 때부터 독립된 인격체, 있는 그대로 옆에서 지켜봐달라고), 그리고 2장에서는 살다 보면 2군도 가고 그러는 거지, 3장 이쪽저쪽 무한으로 즐겨요. 4장 낭만에 대하여, 

 

정상적인 삶이란 뭐 별개냐 그저 2군도 가고, 때로는 쉬고, 놀기도 하는 거지

 

지은이의 “촌철살인 시리즈”

 

먹고사니즘=족쇄 꾸미기, 아무튼 먹고사는 것은 똑같다. 그걸로 위로하고 위로받는다. 너도 오늘의 돈벌이 개 같았구나?. 그렇다. 사실이니, 그러다 한국인론을 들고나온다. 힘이 아무리 들어도 힘을 내리면 안 된다는 원칙이 유전자에 박혀있는 것만 같다. 월급쟁이들은 자기 발목에 족쇄를 차고 있으면서, 자기 족쇄를 끊어내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그 족쇄를 예쁘게 꾸미려고 생각한다. 난 정말 유능하고 그 능력에 합당한 보수를 받는 멋진 월급쟁이가 될 테야, 그런 생각으로 족. 꾸나 한다. 이른바 족쇄 꾸미기….

 

참으로 맞다. 맞는 소리다. 대한항공 땅콩회항사건으로 유명해진 전 사무장 박창진의 책<플라이 백>(메디치미디어, 2019)에서 그는 자발(자율)적 노예론(알아서 기는 탈영혼존재, 왜 사는가 왜 일을 하는가하는 고민도 관심도 없이, 몇 평의 아파트로 언제쯤 이사갈 것인가만을 필생의 고민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또 그렇게 사는게 영리한 삶이라 여기는)을 펼친다. 바로 족쇄 꾸미기가 행복이라 여기는 월급쟁이들을 향해,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다시 못 일어설 정도로 밟히는 지옥을 경험한다. 갑질 앞에 무너진 파리 목숨 같은 힘 없는 노동자의 모습을….

 

다음으로 회식에 관하여, 회식 반대협회에서 나왔습니다. 간단하다. 모여서 밥 먹는 게 회식이다. 그런데 왜 퇴근 후에 가야 하나, 뭐 별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친목 도모, 아니다. 상사들의 주접에 ~라떼를 강제로 마셔야 하는 자리, 회식 절대 반대라고. 거참 시원하다. 여름날 갈증을 느낄 때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처럼, 

 

퇴사합니다. 심신이 지치면 회사, 그만둬라. 나만이 나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당신만의 착각, 세상에 너보다 더 많은 사람, 충분히 그 일을 맡을 사람이 있단다. 오로지 회사일 제일주의는 인제 그만, 우선 당신의 건강부터, 가족, 가정의 행복이란 주위 사람을 못살게 괴롭히고 동료를 밟고 올라서고 난 후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가늘고 길게 나 자신을 사랑하면서, 노자의 말씀도 그런 취지이지만, 너를 사랑해라, 세상의 모든 기준은 너다. 공맹의 출세, 롤모델을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것은 영원히 어려운 일,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자학이다. 

 

2군이 있어야 1군이 존재?, 맞다. 야구에서 경기운영과 실력이 떨어지면, 2군으로 내려간다고, 그럼 2군은 폐기장인가? 아니다. 2군에서 경기력을 회복하고 자신의 실력을 다시 정비하는 중요한 정비 기간이다. 다시 출격을 위한, 뭐 사람에 따라서는 2군에 영원히 남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1군 2군, 1등은 2등의 추격을 항상 의식해야 하지만, 2군은 1군을 좇는다는 목표가 있다. 오로지 1군이라는 목표…. 그러니 좋다 나쁘다는 구분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말이다. 

 

아무튼, 좌충우돌, 우당탕 우리의 삶을 너무너무 나도 솔직히 속 시원하게 터트려준다. 쌍딸이 좋아하는 야구경기에 빗대자면, 비 오는 날 솔로 홈런치고 몰수게임 당한 날의 기분, 어쩌다 얼떨결에 친 만루홈런, 인생, 누구에게나 홈런을 기회는 있다고.

 

뭔가에 쫓기듯 사는 삶, 당신은 행복합니까, 주변보다 조금은 형편없는 경제적으로 급여가 적다는가, 다니는 회사가 쪼그마하다든가, 이런 것들로 주눅이 드십니까?, 어차피 월급쟁이 삶이란, 거기서 거기입니다. 내 건강, 내 정신, 내 생활을 포기하면서 누구를 위해서…. 가족과 사회라는 핑계는 대지 마시고. 이 책을 읽고 실컷 배꼽 탈출극을 경험해보시기를. 무시무시한 글로 된 만화를, 그림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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