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비스 탐정 길은목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아직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안드로이드,
단테의 <신곡> 주데카 얼음 연못의 루시퍼 사진
미래의 어느 시점의 세계,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의 밀물과 썰물 때에 따라 사람들은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내려오고, 메가시티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에 실려 오는 돈 될만한 쓰레기를 주워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는 침수지역, 그리고 메가시티, 부자들을 위한 도시, 이 두 지역사이에 놓은 방역완충지대 난민촌, 마치 맷 데이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엘리시움>을 연상케 한다. 메가시티에는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안드로이드들이 있어, 인간의 노동력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 기계로 인해 소외당한 인간군상, 침수지역에는 살아있는 진짜 인간들이 겨우 목숨만을 부지하면서, 세금을 걷지 않으니, 해 줄 게 없다는 규칙이 관철되는 곳
노비스 길은목, 수련 수녀로써 사도직수녀원에 들어온 지 불과 반년, 12살 때, 침수구역과 난민촌을 오가며 해적들의 마약을 운반하는 일로 겨우 연명하던 처지, 그를 구해준 독지가 정 회장의 후원을 받으며 생활하다, 그의 자식들로부터 업신여김을 받다 못해, 상속권을 포기하고, 수녀회에 들어오는데. 길은 목이 쓰던 방에 놓인 주데카 얼음 연못의 루시퍼 사진, 배신자들이 떨어지는 지옥이라 하는데, 은목은 왜 이 그림을 방에 놓아두었을까, 누구를 배신한 것인가? 왜 배신 지옥 중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는 ‘주데카’일까, 루시퍼에게 잡아 먹히는 그림을….
침수지역에서 생존 방법을 터득한 은목은 침수지역보다 견디기 힘든 메가시티의 삶, 멸시와 무시, 차별이다. 10년 전 정 회장의 구원을 받으면서, 맛있는 빵의 유혹에 넘어갔던 자신을 책망하면서 주데카의 얼음 연못에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은목을 보살펴 주던 친구 한윤수를 볼모로 두고, 마약 배달을 하고 돌아오지 않으면, 친구 윤수는 죽는다. 10년 전 은목은 윤수를 배신했다. 이미 윤수를 죽었을 것이다.
착한 이는 죽고 신은 이들을 버렸다. 신은 죽은 것이다. 종교도 구원이 되지 못하는 곳
침수구역과 난민촌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들, 죽을 사람이 죽은 게 아니라 이타적인 사람들이 떨어져 죽었다. 머리가 깨진 채로 마치 수박통이 깨지듯, 죽이고 떨어뜨린 것인가, 떨어져 죽은 것인가, 공통점은 머리가 으깨진 상태였다는 점이다. 같은 수녀회 소속 수녀는 침수지역을 의료와 상담을 다녔다. 이 사건으로 정신착란을 일으키는데, 그 수녀는 다섯 번째 살인을 예견하고…. 마치 세상에 신이 없다는 걸 증명하기라는 듯이
자 소설은 이제부터다. 은목의 과거를 아는 수녀원 원장은 그에게 수상쩍기 그지없는 자살 사건의 조사를 부탁한다. 5일 동안에 과연 은목은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난민촌에 들어와서 침수구역으로 몰래 들어가는 은목, 죽은 이들 주변을 수소문하면서 키가 큰 젊은 사람이 죽은 이들의 무덤 앞에 백작약꽃을 놓아두었다고….
이 대목부터 추적 스릴러 드라마처럼, 전개된다. 죽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윤수가 나타난다. 윤수는 이 일련의 사건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은목….
누가 이 착한 다섯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는가, 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반전에 반전을. 결국 범인은 누구일까, 왜 죽였을까?
인간과 기계 인간, 인조인간, AI로 완벽한 학습을 했지만…. 인간의 외형을 닮았기에. 거부대상이 되기도, 만화영화에 나오는 캐릭터 같은 안드로이드.
근미래 과학기술 발달의 혜택을 받은 메가시티와 그곳으로부터 소외된 지옥 같은 침수구역, 그리고 난민촌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
꽤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다. 여기저기 사건을 풀 수 있는 힌트들이 놓여있지만, 생각하지 않고 읽는다면 알 도리가 없다. 작가의 스토리텔링. 수련 수녀 길은목, 마치 14세기 무렵 영국의 수도자 배스커필의 윌리엄은 시동과 함께 이탈리아 한 수도원에 도착하는데, 수도사들의 기이한 죽음이 연속되고, 두 사람이 머무는 7일 동안 죽음의 비밀을 풀 수 있을까,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연상케 한다. 탐정으로 나서는가, 길은목은 수련을 마치고 수녀가 될까, 아니면 중간에 나와 탐정이 될까, 수녀가 돼서 탐정일을…. 왜 캐릭터를 수녀로 했을까,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