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뱀 메소드 안전가옥 오리지널 22
정이담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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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뱀 메소드 

정이담의 장편소설, 안전가옥 기획 시리즈 22, 로맨틱 스릴러

 

작가는 스릴러를 싫어한다고, 하지만 세상엔 스럴러로서만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했다. 로맨틱스릴러 <상사뱀 메소드>는 꽤 공들여 쓴 작품이라는 게 느껴진다. 문장 하나하나, 과거와 현재들 넘나들면서 깊이 있는 심리묘사가 상당히 정제된 듯해서 그런가, .

 

<상사뱀 메소드>는 한 때 국민배우로 이름을 날리던 미옥이 상류층 남자이자 의사인 철중을 만나 결혼 생활을 하면서, 과거의 연인이었던 영화감독 영현에 대한 기억과 현재의 삶을 오가며 벌어지는 미옥의 내면(정신)세계를 다룬 이야기다. 생사탕 집 딸로 태어나 팜 파탈 전문으로 전성기를 보냈다. 어린 시절, 그에게만 다정했지만, 어머니에게는 가혹했던 아버지, 어머니는 미옥을 차갑게 쳐다보고,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은 미옥, 어느 날 어머니는 뱀독을 써서…. 아버지와 미옥으로부터 해방되는 길을 택하고,

 

인간 세상사는 미장센(무대장치)이 갖추어진 연극이요. 영화요. 허구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연기, 인간을 특별하게 다루는 스릴러, 영현을 눈앞에 등장시키는 망상과 신혼집 지하창고의 비밀, 철중의 의처증과 강한 소유욕, 결혼 또한 연기의 연속

 

등장인물인 미옥과 그 아버지와 어머니, 과거의 연인 영화감독 영현, 시아버지인 대기업 사주, 사실혼 관계인 새어머니, 아버지를 전혀 닮지 않은 작은 체구의 남편 철중과 아버지를 닮아 큰 체구인 그의 여동생, 비밀스러운 철중 집의 정원사 영훈.

 

양파껍질 벗기듯 한 꺼풀 한 꺼풀을 벗겨내도 하얀 속살 그대로인, 하지만 양파에 그어진 선 간격이 좁아지듯, 이야기는 압축돼가는데, 철중과 정원사 영훈, 그리고 미옥의 시누이는 무슨 관계일까, 이 복선은 나중에 놀랄만한 비밀이...

 

철중의 이전 아내들, 세 명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모두 죽었을까, 철중에게 죽임을 당했는가, 철중이라는 뒤틀린 심성과 열등감에 사로잡힌 캐릭터, 그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비밀 공간에는 무엇이 있기에, 아니 그곳에 들어가 뭘 하기에…. 그의 비밀을 알려 하다 사라진 세 명의 아내, 

 

미옥은 뱀, 상사의 뱀처럼 가식, 연기를 허물을 벗는 탈피를 하지만, 또다시…. 꽤 어려운 이야기다. 모티브는 뱀이다. 제 꼬리를 무는 상사뱀, 결국에는 상사뱀 메소드라고 해야 할까, 상사뱀은 상사병으로 죽은 남자의 혼이 변하여, 사모하던 여자의 몸에 붙어 다닌다는 뱀인데, 결국 미옥은 망상 속 영현을 목 졸라 죽인다. 

 

미옥은 “이런 나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미친년이라 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제정신이 아닌 쪽은 세상이 주입한 거짓을 맹목적으로, 의심 한번 없이, 금지된 과일을 물지 않는 게 본능이라 착각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아둔함이다.” 그 뿌리 깊고 지겨운 무지보다 더 끔찍한 정신병이 어디 있는가?. 

 

모두들 잘 꾸며진 미장센에서 연기하는 것처럼, 인생사가 연기인가, TV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가의 풍경과 분위기, 그리고 잘나가는 의사, 기업가, 아무튼 기시감이 든다. 

 

하지만, 이 소설의 흥미로운 대목은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다. 그중에서 미옥의 심리전개가 긴장의 끊을 놓칠 수없게 한다. 주인공의 이름 미옥, 영화<미옥>과 같아서, 아버지의 어머니에 대한 폭력, 철중의 자신에 대한 폭력, 어머니가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듯, 미옥도 그렇게 벗어난다. 자신의 의지와 달리 선택할 수 없이 주어진 배역, 팜 프탈의 매력을 무기삼아...

 

배우, 거짓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역할보다는 투자가, 기획사가 원하는 이미지로, 영혼이 분리된 도구로, 미옥에게는 지긋지긋한 장기판의 말 신세에서 벗어나 그가 만들어낸 사랑의 세상으로, 돈 많은 상류층의 남자를 만나 영화판을 탈출했지만, 또 다른 지옥의 문이 열릴 줄이야, 또다시 탈출을 시도하는 미옥. 허물을 벗고 새롭게….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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