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지키는 아이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김정화 옮김 / 꿈꾸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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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지키는 아이

 

아마도 꽤 오래전일 듯싶다. 좀비 영화,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점령하기 전, 납량특집극의 단골 메뉴 “구미호” 소재의 드라마, 인간에게 배반을 당한 여우령 구미호는 복수를 위해, 때로는 복수를, 때로는 미완성의 복수로….

 

진천당출신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의 <신을 지키는 아이>, 열두 살의 어린 나이, 아비와 어미를 차례를 잃고, 마을 촌장 집의 구박 덩이로 연명하다, 신을 모시는 일을 하는 소모품으로 지방 호족 아고가에 팔려온 치요, 여우 혼령으로 아구리 숲의 보호신인 아구리코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구리 숲에까지 들어와 산나물이나 버섯을 찾는 모습에 마음이 흔들려, 인간사에 개입하는데,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법. 아구리코의 도움으로 살림이 피는 정도를 넘어서 번성, 십 년이 지나자 아고가는 지역의 호족으로 성장했는데…. 아구리코를 잡아두면 그 신덕으로 마치 화수분처럼, 도깨비방망이처럼 집안의 부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어느 날 해마다 풍요를 가져다준 아구리코를 위한 잔치를 열고, 그 현장에서 아구리코의 힘을 통제할 주술을 걸고…. 아고라는 이름은 아구리코의 힘을 통제한다는 의미였다. 

 

아구리코와 아고가의 인연의 맺게 된 계기는 소스케라는 아이였다, 소스케는 아고가의 우두머리에게 아구리코를 풀어달라고 진언을 하다 죽고, 이를 안 아구리코는 아고가를 저주하는데…. 이미 100년 전에부터 벌어진 일이다. 아고가는 후손을 끊어질 위기, 집안사람들은 병을 앓는데.

 

아고가의 우두머리는 아구리코의 저주를 풀기 위해 사온 어린 소녀 치요를 별채로 보냈는데…. 별채에서 본 아구리코의 분노에 찬 모습, 뭔가 심상치 않은 사연이 있음을... 인간에게 당하고도 또 다시 인간에게 마음을 여는 아구리코, 모두 같은 인간은 아니다.

 

아구리코는 죽지 않으면 그에게 걸린 주술을 풀 수 없다. 치요는 아구리코의 사연을 듣고 아구리코를 도울 결심을 하는데….

 

권선징악의 결말, 하지만 슬프게도 아구리코가 죽음의 늪에서 치요의 도움으로 다시 회생하지만, 그때 치요의 생명과 아구리코의 생명줄이 연결되고... 치요는 점차로 인간이 아닌 것이 될 처지, 

 

일본의 울창한 삼림 속, 작은 마을 사회를 지배하는 가문과 그 가문의 번성 속에 숨겨진 비밀... 마치 구미호 이야기의 다양한 버전처럼, 일본의 신비한 이야기, 

 

인간의 한 없는 욕망, 그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이런 유의 서사에 등장하는 순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이들, 신령과 인간 사이에서 “도리”를 인간이 지향해야 할 “선”을 찾는 험한 길, 배반하는 인간도 있지만, 의리와 사랑을 지키려는 인간도 존재함을

 

신을 지키는 아이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동정과 연민, 인간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룰, 아마도 이런 사건의 반복 속에서 혼령은 인간과의 거리를 지켜야 한다는 질서, 이를 깨면서까지 인간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결과는…. 어린 소녀 치요, 굶주림과 차별 속에서도 무엇인가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잃지 않는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의 형상이다. 

 

옛날 옛적에 어느 깊은 산골에 살던 가난한 이들은…. 이들을 도와 살림을 피기해준 신을 배반,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의 늪에 빠져 이성을 잃고, 결국에는 신의 노여움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권선징악의 프레임. 뻔한 이야기이지만,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아고의 수장 유사이와 큰 아들 요이치로, 아버지의 신뢰를 얻고자 몸부림치는 헤이하치로, 아고가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개돌봄이로 아고가에 숨어들어 아구리코의 탈출을 도모한 이누마루 등 이들의 심리묘사가 한결 재미를 더해준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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