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으로 읽는 제갈량

 

지은이 천 위안은 재미난 작업을 한다. 심리학자, 작가로서 활동하는데, 현대심리학 이론을 매개로 역사 속 인물, 사건을 분석하는 심리설사의 길을 열었다. 삼국지의 열전의 등장하는 인물 중 조조, 제갈량, 관우, 유비, 손권, 사마의를 선택, 심리학이라는 돋보기로 들여다본다. <심리학이 조저에게 말하다, 상·하>(리드리드출판, 2022)를 시작으로 이 책이 출간됐다. 

 

나관중의 삼국지 “삼국연의(三國演義)”는 진수의 사서<삼국지>와 배송지의 주석을 바탕으로 엮은 소설이다. 물론 한나라를 정통으로 삼아, 유비, 관우, 장비를 주인공으로 위, 촉, 오의 시대의 명멸을 좇는다. 많은 영웅이 등장하고, 전쟁이란 장을 통해 여기에 동원되는 전략과 전술 등은 현대 사회에서도 통한다. 그러기에 오랜 시간 동안 읽혀온 게 아닌가.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장다커는 현대 심리학이란 도구로 2천 년 전 난세 영웅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해석하려는 시도는 흥미롭고도 대단하다고. 다만, 심리학적 분석이 역사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 위에서 말한 분석대상 인물로 택한 것이 타당한가? 라는 문제 제기도 있을 수 있겠지만, 고대 역사를 연구하는 분석 도구로서 심리학은 참신한 도전이라고 평한다. 

 

이 책의 구성은 2권 체제다. 1권에서는 도원결의 이후, 제갈량을 찾아 삼고초려를 하는 대목부터…. 장비, 관우 유비의 죽음 이후, 오장원에서 사마의와의 대결 등은 2권에서 다룰 것이다. 

 

유비의 삼고초려와 제갈량의 속뜻은, 후광효과와 제 몸값 올리기의 겨루기?

 

와룡선생이라 부르는 제갈량의 제 몸값이 높이기 전략, 물론 뛰어난 전략가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심리이론으로 톺아보면, 참 재미난 구석이 여러 곳이 보인다. 사람들이 스스로 찾도록 만드는 것인데, 먼저 자신의 몸값을 책정하지 말아라, 상대가 먼저 당신을 알아보고 흥정하게 하라. 이런 면에서 미국의 부동산거부이자 대통령을 지냈던 도널드 트럼프가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는 시점에서 어떻게 살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부동산을 팔았는지. 제갈량과 비교해보면 수긍이 간다. 이른바 ‘심드렁한 판매자’ 전략이다. 

 

제갈량의 후광효과는 컸다

 

유비는 왜 제갈량에게 안달복달일까, 이른바 ‘후광효과’다 한 번 해야겠다고 결심하면 사람들은 그 일을 하거나 어떤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 몰입한다. 터널 속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터널 끝의 밝음 뿐이니…. 좌우를 살필 겨를이 있겠는가, 바로 고고, 앞으로 앞으로다. 후광효과에 덫에 걸리면 대상의 참모습을 어찌 볼 수 있겠는가, 제갈량은 실제로 유명하다. 수많은 문인이 제갈량의 업적을 과대 포장해도 그냥 넘어갔을까, 몰라서 그럴 리는 없다. 다만, 꾸며낸 이야기를 진실처럼 믿고 싶어 할 뿐이라서 그런 것이다. 사람들이 볼 때, 제갈량은 총명, 정칙, 용감, 근면, 성실, 공평무사 등 리더로서의 품격을 다 갖췄다. 이런 제갈량이라면 그런 공적을 세우는 건 당연하다고 여긴 탓이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대목

 

어떤 일을 이뤄낸 당사자가 느끼는 고통, 극복했던 난관은 다른 사람 눈에는 그저 쉬워 보일 뿐이다. 직접 경험을 해보지 않았기에.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흠을 지적한다고 해보자. 그렇게 지적을 하는 사람은 ‘도레미’ 모르는 사람이다. 아무것도 모르기에 지적하고 평가한다. 너무나 흔하게 봐 온 현상이 아니던가.

 

아마 2권에 나올 대목인듯한데 떨어지는 오장원의 별, 후일 천하통일의 기틀을 다진 사마의와 제갈량의 겨루기, 여기서도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혼내준다. 왜 사마의는 제갈량의 전술을 간파하지 못했을까?, 너무 커 보이고, 지혜가 많아서라는 이미지?, 후광효과 탓일 것이다.

 

유치원에 다닐 나이 때, 아니 초등학교 저학년 때일까, 선생님은 먹지도 자지도 않고, 심지어는 똥도 싸지 않는 그야말로 신적인 존재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가, 위대한 사람은 고민도 하지 않고, 그저 척척 맡은 일을 해내고 문제에 답을 내놓는다.

 

상대의 시기와 질투심을 유발해 자멸하게 하라

 

시기는 배움의 눈을 가린다. 질투는 경청의 귀를 막는다. 유아독존이 되려는 설정이다. 세상에 나만큼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은 없다고…. 인간의 사회적 동물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신실재론에서 타자성, 즉, 나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늘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고…. 다른 사람들은 내 스승이다. 이를 지나쳐 버리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제갈량은 상대의 생각을 파악하고, 이를 역으로 이용하여,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도록 하여 판단을 흐리게 했다. 오나라의 주유를 조조를 잡는 데 쓴 제갈량. 상대가 쓴 방법을 기억해두었다가 역으로 사용하기….

인생에 삼국지는 세 번은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문열의 삼국지, 황석영의 삼국지건 이 책을 읽고 나면 읽어보고 싶어진다. 내용이 달리 보인다. 전략과 전술이 눈에 들어온다. 재미로 삼국지를 읽었겠는가, 비즈니스를 하는데 제갈량의 지혜를 빌려보자는 생각에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요즘 같은 난세를 옛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아무튼 2권을 읽지 않아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 책<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는 우리의 뇌리에 형상화된 제갈량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아주 흥미로운 접근이다. 삼국지의 행간에 숨어있는 심리이론들을 찾아보는 것도 즐거움이겠고, 심리학책을 가져다 놓고 이론과 대조해보면서 읽어도 좋지 않을까….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