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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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동물 세계의 일부다

 

인류세라고 부르는 인간종이 지배하는 시대, 지구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정점에 자리한 인간, 하찮게 여겼던 모기가 없어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프라우케 피셔(생물학)와 힐케 오버한스베르크(복합환경학)는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북트리커, 2022)를 통해서 말한다. 우리도 동물 세계의 일부라고….

 

지은이 케이틀린 오코넬은 코끼리연구자다. 코끼리 사진이 여러 책에 실렸고, 그중에 <코끼리 두목>은 다큐멘터리<코끼리 왕>로 제작, 스미스소니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을 하기도.

 

이 책에서 지은이는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총 10장으로 인사가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인사 의례를 비롯하여 각 의례를 장으로 구별하여-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여행- 살피고 있다. 의례라는 것은 과거와 현재, 나와 다른 이를 잇는 것이다. 동물들의 의례는 모두 인간의 삶과 관련이 있고, 사회적 동물의 삶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삶의 무언가를 놓치고 있거나 이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의례는 시대에 뒤떨어진 관습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의례는 사실 우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 의례는 더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서로를 잘 보살핌으로써 공동체를 결속하게 만든다. 우리가 잃어버린 의례 기술, 이를 되찾는다면 우리 자신과 자연을 잇는 새로운 길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즉, 자연과 공존하는 데도 예의라는 게 있고, 이를 지킴으로서 인간, 인류라는 종은 다양한 종들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다고, 그러면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인사를 나누는 다양한 방법

 

얼굴을 맞대거나, 비비거나, 허리를 굽히거나 목례를 하거나, 하지만 중요한 것은 뭔가를 표현하고 나타내려하는 그 자체다. 인간이건 동물이건 다 인사법이 있다. 코로나19재난기 동안 우리의 인사법도 바뀌지 않았나, 악수 대신 서로 주먹을 맞대는 마치 복서가 링에 올라 상대 선수에게 인사하듯 말이다. 인사는 소통을 위한 신호다.

 

집단의례와 소통

 

인간이 언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소통하듯, 동물들은 다양한 소리로 소통한다. 하영원의 <결정하는 뇌>(21세기북스, 2023)에서 소개하는 실험 칠면조와 족제비…. 칠면조는 엄청난 엄마다. 병아리를 엄청나게 잘 돌본다. 이때, 제 새끼의 소리를 듣고, 본능적인 모성애가 발동된다는 것인데, 천적인 족제비의 박제만 가져다 놓아도 칠면조는 어쩔 줄 몰라 이리저리 날뛴다. 이때, 박제 안에 병아리 소리를 담은 녹음기를 넣어두면, 칠면조는 족제비든 뭐든 다가와서 품고. 난리다. 열렬 엄마처럼…. 소리의 비밀, 진화론적인 이야기일까, 아무튼 이 근거 역시 뇌 기억과 관련이 있으니….

 

구애 의례

 

인간에게는 냄새를 판별해 혈연관계를 구별하는 능력이 있다고. 짝을 고를 때 여성은 무의식적으로 남성의 냄새를 기준으로 삼는데, 한 연구에서 여성들에게 남성들이 잠자는 동안 입었던 티셔츠 중 하나를 고르라는 실험 결과 여성들은 전혀 낯설지 않은 냄새가 나는 티셔츠를 선택했는데, 이런 행동은 진화론에 바탕을 둔 근거라고…. 덕분에 근친상간을 피할 수 있는데, 성장해서 독립은 한 동물들 역시 혈연관계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이런 능력이 있다고, 이 책 3장 색다른 매력 뽐내기, 구애 의례에 실린 내용이다.

 

소리와 동작으로 소통을 하는 동물들. 말을 못 한다고 해서 소통을 못하는 건 아니니…. 이들을 답답하게 여기는 건 인간의 눈으로 본 그저 너무나도 인간적인, 또 인간적인 생각이다. 동물들은 전혀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인간들의 소통처럼 오해 살 일도 없으니 말이다. 

 

놀이로 배우는 생존기술

 

이 대목은 어린이집처럼 사회생활을 배우는 곳이 동물집단의 놀이다. 장난치면서, 잡고 뒹굴고, 물고 뜯고. 이 모든 행동이 사회성을 기르는 과정이다. 동물의 사회성은 사냥, 생존기술과도 직결되기에…. 여기에도 의례가 있다. 

죽음 또한 그렇다. 여행…. 먼 곳을 돌아 다시 이전에 생활하던 곳으로. 순례라면 순례고, 여행이라면 여행이다.

 

죽은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행동, 함께 애도하면서 치유하기

 

동물들이 새끼 사체를 보관하고 가지고 다니고 시체 옆에 남아 있으려는 본능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은이는 이런 본능은 심신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인간에게도 그러하다. 영국을 비롯한 6개국의 12개 연구를 혼합한 최근의 메타 연구 결과, 많은 부모는 사산아를 꼭 눈에 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죽은 태아를 안고 잠시라도 얼굴을 보면서 슬퍼할 기억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 방법으로 우울감을 줄이고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다. 침팬지의 행동을 보자. 죽은 새끼를 안고 다니면 어미는 사랑하는 새끼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그만큼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갖는다. 새끼를 잃고 홀로 남은 어미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애도는 사실상 본능이다. 

 

이렇게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동물들에게 남은 집단예의와 통과의례에 관한 것들. 생로병사, 우리가 어느 틈엔가 놓치고 말았던 그런 예의들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그리고 그 예의를 통해 서로 공존하면서 보살피고 있음을….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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