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 - 소외된 노동계급의 목소리에서 정치를 상상하기
제니퍼 M. 실바 지음, 성원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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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 노동계급의 모순된 선택과 행동의 이유는 

 

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 이들은 누구인가, 바로 노동계급이다. 2016년, 누가 봐도 미국 대통령으로 어울리지 않을 듯했던,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백인 빈민층의 지지를 받고, 사회복지프로그램을 더 많이 더 충실하게 보급하자던 민주당, 이 당의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전통적인 구도에서 보자면 민주당은 친노동성향, 공화당은 반노동성향인데도….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소외된 계층, 일자리를 잃고 실업급여와 의료부조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이 왜, 트럼프를 지지했을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결과는,

 

 

파편화되고 분자화된 노동계급

 

기존의 사회학자들이 생각하는 노동계급의 정체성, 계급의식과 연대…. 이런 것은 서서히 마치, 댐이 무너져 모든 게 휩쓸려 나간 듯했다. 동시대의 노동계급의 상태를 엿볼 수 있는 여러 개념, 신자유주의, 정치적 보수화, 양극화, 빈곤, 실업, 사회적 배제 등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많은 노동자는 자유와 행복을 누릴 권리에서 소외, 배제돼간다. 이를 배제할 노동계급의 내적 결속, 연대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 책 구성은 서론 노동계급 정치의 난제에서 말문을 열고, 1장 파열과 부활, 2장 잊힌 남자들, 3장 광부의 손녀, 4장 구원을 찾아서, 5장 우리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무언가를…. 그리고 6장에서 부정당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살핀다. 결론으로는 죽은 공동체에 생명을 불어넣기…. 질적 연구로 연구목적은 펜실베이니아 중부지역 주민들의 정치적 신념과 인생 경험, 가족사를 탐구하는 것이다. 확인된 고통의 근원, 고통에 대한 대응, 상상하는 미래의 이미지, 서사에 고통과 정치가 공존함, 시민/정치 참여의 형태라는 주제를 뽑아 정리했다. 

 

이 책 <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의 지은이 제니퍼 M 실바의 문제의식은 간단명료하다. 빈곤과 폭력, 각종 약물중독에 시달리는 콜브룩(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한 지역으로 무연탄산업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었던 곳을 부르는 가상의 이름)에 거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비극적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나가는가,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관계와 충동하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80억 달러의 재력가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의도는 무엇인가, 그들은 왜 공적 제도나 공동체를 불신하고 고립된 삶을 집착하는가, 도대체 이런 모순되고 역설적인 상황에 대한 사회학자들의 해명은 오래된 과제였다. 노동계급에 관한 통상적인 설명은 계급의식이라는 의식적 범주로 노동자들의 행위를 규명해왔지만, 이제는 이런 규정은 통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보수정치인이나 자유주의자 혹은 친자본적인 정치인에게 지지를 보내는 현상, 이는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노동자 계급

 

지은이는 계급 정체성, 계급의식에 반하는 빈곤한 노동계급의 정치적 태도를 이해하기 위해 콜브룩에 사는 보수적인 백인 노동계급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대부분 마약, 폭력, 범죄, 가족 문제, 성폭력, 우울증,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지은이는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 수렴할 수 있는 이 현상의 원인을 미국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맥락에서 찾는다. 정치적 대안을 상상하지 못한 결과는 정치적 냉소주의, 생존적 공포, 공론장에 대한 불신과 음모론의 확산이다. 탈정치, 탈진실의 상징적인 인물인 트럼프의 지지로 막연히 나타난다. 계급적 연대와 공동체 결속의 쇠퇴는 자기 계발, 심리적 치유, 가족 회귀적 보호로 나타난다. 즉, 이기심처럼 보이는 내부로 향한 방어의 모습이다. 외연적 확장으로 나아가지 못함은 정치적 상상의 부재라 할까, 노동계급은 사회적 관계가 부여한 자신의 역할과 지위에서 자아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하고 개인적 삶에서 깊은 상처와 고통을 중심으로 정체성을 재구성한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공정이란 허상에 갈라지는 노동자계급

 

이 책의 제목은 <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은 말 없는 사람들 혹은 스스로 말문을 닫아 버린 사람들에게도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요청이다. 콜브룩의 사람들, 남성과 여성들은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든 경제적 힘과 문화적 힘의 증인으로서 목소리를 내며, 살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에 대한 대안적인 ‘상’을 제시한다. 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은 노동계급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고장 난 미국 시스템을 다시 바꿔놓을 수 있다는 지은이의 논리 속에서…. 빈곤한 노동자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며, 당위론적인 계급론과 연대론이 얼마나 엉성한지를, 껍데기를 깨고 더 깊숙이 들어가 하나하나 톺아보면서, 이들에게 정치적 상상을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내고, 노동계급 내에서 경제적, 문화적 격차가 심해지면서(정규직/비정규직 간의) 노동자 간의 계급 내적 투쟁이 벌어지는 현상도…. 이른바 ‘공정’은 노동자 계급 정체성을 크게 뒤흔들어놓았다. 

 

정치적 상상력의 발동은 어디서부터, 뭘 계기로 시작해야 하는 걸까, 고민스럽다…. 노동자들의 자조, 경멸, 분노, 냉소, 희망이 교차하는 탄광촌 콜브록, 이를 한국 사회로 바꿔 읽어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피어나는 계급 정치의 가능성….

우리 사회의 정치적 냉소주의. 노동자들이 왜 노동계급과 연대하겠다는 정당을 지지하지 않았을까? 바로 그 해답이 여기에 있다. 정치적 상상력의 부재….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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