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주다 - 딸을 키우며 세상이 외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다
우에마 요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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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주다 

 

깨끗한 바다를 오키나와현민에게, 그리고 세상 모든 이들에게….

문제의 한가운데에 사는 사람은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모른다. 지은이는 이 책의 제목<바다를 주다>을 야마시타 하루오 작가의 아동문학 <바다를 줄게요>에서 따왔다. 우리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자신보다 더 작은 존재에게 양보한다고…. 오키나와를 후대에 물려줄 때는 그 바다에 절망이 들어 있지 않기를 바란다고.….

 

우에마 요코의 <바다를 주다>는 서점대상 논픽션부문 대상을 받은 글모음이다. 여기에 실린 ‘맛있는 밥’과 ‘바다를 주다’외에 10개의 글은 <web지쿠마>를 통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한 글이다. 그의 어린 시절과 가족 이야기를 시작으로 도쿄에서 오키나와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오키나와의 현실 속에서 어린 딸을 키우며 열심히 사회문제와 온몸으로 싸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그 이야기가 담겨있다. 

 

미군기지라는 오키나와의 지형적, 역사적 배경이 이 섬에 사는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오키나와가 좋은 곳이라고 일방적으로 칭찬하는 사람들, 오키나와 기지 문제에 관심을 나타내면서도 이곳에 기지를 떠넘긴 결정에 의문을 품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오키나와의 혹독한 상황을 직접 몸으로 느끼며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한 지은이.

 

세계적인 장수지역의 하나로 꼽혔던 오키나와, (세계 2차대전) 태평양전쟁 기간 격전지였고, 전후에도 27년 동안 미국의 통치 아래에 있다가 1972년 5월 15일 일본에 반환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주일미군 전용시설 면적의 70% 이상이 여전히 이곳에 집중돼 있고, 이 지역의 소득 수준은 일본 내에서 가장 낮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남중국 및 대만과 가까운 오키나와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주일미군 기지 부담이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책은 미군 주둔문제로 생겨난 것들에 관해서 다룬다. 먹는 물이 발암물질로 오염되고, 미군의 성폭력 문제, 미군의 교통사고…. 이는 오키나와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한국 사회, 미군 주둔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과 닮아있다. 2002년 효순이·미선이 사건 때처럼, 오키나와현민들은 지금도 반미군기지운동이 진행 중인 곳이기도 하다. TV 등 미디어에서는 미군기지 이전문제만을 보도한다. 그 밖에 사건은 철저히 외면하면서…. 평화롭게 보이는 오키나와지만 생존 전쟁이 한창 중이다. 미군기지 건설 반대를 외치면 전국에서 모여든 젊은이들, 단식투쟁현장을 딸 손을 잡고 찾은 지은이, 딸은 모아 놓은 세뱃돈을 투쟁기금으로 전달하는데….

이렇게 주민들은 하나둘씩 힘을 모은다.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발암물질이 섞인 화학물이 정수장을 오염, 수돗물을 먹을 수 없는 상태가(깨끗한 물, 54쪽), 또, 미군 비행장 주변은 뜨고 내리는 비행기 100데시벨의 폭음을 내며 빈번하게 달아 다닌다. 비행기가 접근하면 집 전체가 덜덜 흔들린다. 산책로 지하수 오염 사실을 알았을 때, 지은이는 딸에게 수돗물을 먹이지 않을 결심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오키나와를 떠나야 하나…. 뒷날 그때 도망갔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날이 올까….

 

오키나와의 산업구조는 미군기지 설치 운영과 맞물려 진행되다 보니 땅을 미군에게 내주고, 미군 부대 근처에서 미군기지에 농산물을 넣는 등….

 

오키나와의 가출한 어린 비혼모, 유흥가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삶을, 그리고 호스트와의 인터뷰 등, 세상이 외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지은이는 줄 곳 조사하고 발표하고, 기록해왔다.

 

오키나와 대학 교육학부의 연구교수로 초등학교 교사들의 성교육상담도….

 

빛나지 않은 자리에서 그저 묵묵히 생활인으로 연구자로 오키나와라는 지형학적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과 동맹국 일본, 가상적국인 중국…. 마치 비무장지대를 두고 남북으로 갈려있듯이…. 날이면 날마다 미군기가 뜨고 내리는 전투 연습장이자, 미군의 최전방기지 오키나와….

 

그곳에서도 사람이 살고 있다고, 우리가 아는 아름다운 섬들의 오키나와는 지금 평화로운 오키나와로 바꾸려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섬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세상을 향해 오키나와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 책, 오키나와를 보면서 평택의 미군기지를, 광주 전투비행장을, 우리나라 곳곳에 설치된 미군 군사시설을. 샤드 배치로 성주는 긴장 중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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