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인생
저우다신 지음, 홍민경 옮김 / 책과이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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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삶

 

작가 저우다신, 그도 노년이다. 나이가 들고 노화가 시작되면서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나이 들어감을 인식하는데, 꽤 속도가 더디다. 물론 40대에서 50대로 넘어오면서 이른바 경계라 할까, 신체 능력의 저하를 어렴풋이 느낀다. 눈이 침침해진다거나, 기억력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시나브로…. 하지만, 노인이 되면서 나이 듦은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주변의 변화 속도는 빠르다. 아이가 청년이 되고, 친구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몸 여기저기에서 앓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 대사증후군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노화 속도도 빨라지는데….

 

노년의 우아한 삶이란, 

 

주인공 노년의 샤오청신과 간병인 샤오양, 소설 전반부는 푸른샘 실버타운을 소개하면서 돌봄 로봇 웨이웨이가 등장, 100살까지를 희망하는 인간의 욕망을 발판으로 온갖 장수 상품과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시대, 이 모든 것은 스치고 지나가는 위안에 불과한 상술일 뿐임을 알려주는데…. 이른바 중국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이 소설은 저물어가는 한 인간의 폐허에 깃드는 마지막 여명에 관한 이야기다. 젊은 여성과 노인 남성이 한집에서 사는 모습은 세간의 선입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마음이 고운 간병인이 노년의 남성을 밀착 간호하면서 연민을 갖게 되고….

 

섬망과 현실 속을 오가며, 샤오양을 엄마라 부르며 젖꼭지를 빨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점차로 청년으로 장년으로 추억들이 에스컬레이터 하면서…. 청년과 노년이 서로 비추며 만들어낸 빛…. 한 줄기의 빛은 사랑의 빛이다. 빛은 서로 한데 얽히면서 빛을 발하게 되는데….

 

샤오양, 젊은 여성의 몸으로 어머니 같은 사랑을 베풀며, 천사 같은 마음씨로 샤오청산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모습, 우리는 어떻게 느낄 것인가, 샤오양이 이처럼 헌신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이런 소설 속 그림 같은 이야기가 현실 세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것인가, 

 

노화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로 다가오는데, 이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제각각이다. 개인차에 따라 죽음이라는 의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1주일, 월요일 황혼 녘에서 일요일 황혼 녘의 노인 간병 경험담에 이르기까지….

 

노쇠와 죽음이라는 거대한 풍경, 보고 싶지 않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는다. 노화, 노년, 그리고 죽음을 우리라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아한 삶은 어떤 삶인가를 생각해보라고, 애써 외면한다고 젊음은 세월을 비껴가지 않듯….

 

어쩌면 작가 자신의 노년을 상상하면서, 어떤 삶을 이어갈 것인가를, 그려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도 노년되고 저물어져 갈 즈음이면 샤오청산처럼 그렇게 되어가는 걸까... 긴 여운이 남는다. 샤오양의 헌신적인 돌봄은 사랑의 원형인가?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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