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 지금의 의료 서비스가 계속되리라 믿는 당신에게
박한슬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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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목숨의 나라 의료이야기

 

2007년도 영화<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8년 영,미 아카데미상을 비롯 많은 상을 받은 작품)이 생각난다. 제목만 말이다. 영화 내용은 노인(지성인)의 지혜로도 헤아리기 힘든 게 현실이라는 뜻일터, 한국의 의료수준은 세계정상급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돈이 없어 죽어가는 현실이 있다. 영리법인을 허용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도 이 정도이니 영리의료기관을 허용하는 곳은 어떨까?, 물론 나름의 사회보장,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작동한다. 하지만, 여전히 질 높은 의료혜택까지는 보장받을 수 없다. 그저 그런 정도가 펼쳐질뿐...

 

 

 

 

코로나19 상황에서 의과대학 학생들마저 파업에 동참했던 "의사들의 파업" 근본원인은 뭘까? 의대정원을 늘리지 말라는 것이다. 이 말은 의사들의 밥그릇을 보장하라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이 책 130쪽 이하 참조), 여기에는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고, 건강보험재정이 장기적으로는 불안정한 구조인데다, 심사평가원의 수가 산정 등... 아무튼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자는 논리에 정부와 의사들간의 협정, 의사들간의 경쟁구도를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 위반의 가능성 때문에... 아무튼 그리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대충 알려진 사실이다. 

 

비급여투약, 1차, 2차, 3차 의료기관마다 해대는 검사들…. 의료정보 공개를 꺼렸기 때문에 빚어진 일들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의료의 질은 높은데 그에 비해 치료비가 턱없이 싸다는 의사들의 푸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비용을 댈 수 없는 이들은 속절없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초 코로나 확진된 미국의 저소득층 남성의 인터뷰가 실린 신문 기사 속에는 "불과 며칠 입원하지도 않았는데 치료비가 1억 원을 넘었다"라고, 물론 그는 의료보호를 받고 있었기에 치료비를 내지 않았지만, 말로만 듣던 비싸디 비싼 미국의 의료비의 실상을 엿볼 수 있다. 진짜 남의 나라 이야기다. 70년대 말 유명한 대중 가수 한대수는 한국의 한 방송국 TV 시사프로 미국 뉴욕 현지 코로나 관련 인터뷰에서 자신도 며칠 병원에 입원했을 때, 수천만을 내야 했다고, 진짜 치료비가 장난이 아니라 한 번 아프면 재산이 거덜날 정도라고….

 

그런데 진짜 이 이야기가 남의 나라 일일까? 적어도 이 책의 지은이가 갖는 문제의식이라면 우리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지은이는 약사다. 병원 행정직으로 일하는 아버지와 대학병원의 간호사인 어머니 그리고 소아가 전문의인 여동생, 가족 모두가 의료계에서 일하고 있어, 의료계의 현실을 의사와 간호사, 병원행정이라는 제각각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간호사 세계에서 통하는 태움(마치 불에 타 재가 될 때까지 들볶는 악습) 등, 의료현장을 알지 못하면 다루기 어려운 내용도 들어있다. 그 많던 간호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없을까,

 

우리가 사는 동안 얼마나 자주 병원에 갈까?, 우리는 병원에 대해서 뭘 알고 있나?

 

의료정책 이야기는 대체로 한국 의료계의 문제는 이것저것이라고…. 건강보험진료비와 관련된 이야기, 사망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진료과목은 꺼리는 경향이 심하다, 떠오르는 정신건강의학과 등, 이 정도 이야기는 자주 들어봤을 듯하다. 또 건강보험을 폐지하고 의료를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과 영리병원 허가를 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우파적 극단주의적 해법과 마을 공동체 내에 의사가 함께 거주하는 의료를 추구하자는 이야기도, 영리병원 허가를 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의료정책을 논하는 이들은 의료보건 관계자다. 시민, 환자의 처지에서, 환자를 곁을 지키는 돌봄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디에도 들어있지 않다. 우리는 병원에 대해서 도대체 뭘 알고 있는 것인지, 라는 물음에 딱히 할 말이 없다. 왜냐고. 아무것도 모르기에 그렇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 일류병원의 특진 따위는 모두 다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계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 책<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의 구성 또한 문제점을 중심으로 되어있다. 3부 9장이며, 1부에서는 최첨단 종합병원의 그늘을 이야기한다. 이른바 신입 군기 잡기인" 태움", TV 사극에서 가끔 나오는 면신례(조선 시대 신임 관료 괴롭히기)처럼, 직장내 괴롭힘이다. 이 고질적인 악습, 병원 내의 기피과와 진료보조인력(PA)의 탄생- 의사가 부족한가?, 그렇다. 2022년 5월 충남대학병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장이식 수술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유는 혈관 외과 전문의가 없어서다. 20년간 1명이 해오다 퇴직하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다. 의료진을 대신한 검사장비들이 자리를 차지한 병원 현실, 진료비보다 비싼 검사비…. 할 말 다 한 셈이다. 짧은 진료 시간 긴 검사 시간…. 그 진상을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개인의 권리, 체계의 실패라는 제목으로 빨리빨리에 사라진 복약지도, 환자의 병원 선택권과 몰락하는 지방 의료, 의료 인력의 지방 기피와 지역인재전형을 다루고 있다. 3부에서는 지금의 의료가 불가능한 이유를 1) 코로나19로 드러난 아주 오래된 균열과 2) 의사들이 파업한 진짜 이유, 3) 초고령 한국사회의 의료 미래, 결론적으로는 노후를 위한 병원이 없음을…. 고발한다. 

 

현재 의료정책- 젊은 인구에 기대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이랄까, 의료계는 젊은 인구에 기대어 어렵게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이들이 노년층이 됐을 때, 지금의 시스템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초고령사회가 되면, 지금까지의 시스템은 어떻게 변화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 제기다. 그러면서 재난 상황이 찾아오던 뭔가 사회적 변화가 크게 일어났을 때, 지금까지 수면에 잠겨있던, 아니 애써 쉬쉬했던 문제들이 전면 부상하게 된다고…. 빨리 빨리라는 한국 사회의 특징 이른바 "조급증"이 어느 일정 시점까지는 발전을 견인해 왔다면 이제는 조급증 때문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한국 의료계의 문제는 어찌 보면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겪고 있는 문제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의료영역에 한정해서 비춰보면 마치 의료세계의 문제인 듯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지은이. 지방 의료의 후퇴, 수도권으로 몰리는 환자, 지역 균형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그런데 진짜 지방 활성화는 대책이 없는 것인가?, 의료의 지방문제이면서 지방 의료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지은이의 문제 제기에 동감하고, 그 내용에 긍정도 하고 수긍도 하면서 걸리는 게 있다. 그래서 앞으로 뭘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인가, 나 역시 우리 사회의 병증인 "조급성"에 갇혀 살고 있음을….

 

지은이는 사회 담론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해보자고 한다. 에둘러 말하고 대충 얼버무리고 할 게 아니라, 자, 모두 터놓고 이야기합시다. 우리가 노인이 되는 시대가 되면 지금의 노인들보다 더 험한 꼴을 당할지도 모르니, 지금부터 방비책을 세우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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