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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한나 아렌트 평전-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한나 아렌트 센터의 선임 연구원 사만다 로즈 힐이 쓴 <한나 아렌트 평전>은 한나 아렌트의 연구자로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아렌트의 사생활과 시, 편지 등을 찾아내어 엮은 것으로 2021년 최고의 철학 서적 중의 하나로 선정됐다.
이 평전을 읽기 전에 감수자 김만권의 글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한나 아렌트의 글쓰기, 마치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든, 전체주의 기원에서는 기원이라는 건 없었다는 말이다. 21세기에 재조명되는 20세기 철학자, 왜 지금 한나 아렌트인가, 수많은 연구자와 한나 아렌트 센터까지 생길 정도이니, 그의 영향력은 사후에 더 커진 것인가, 그렇다면 왜일까?, 역설적 노동의 문제가 그러하다. 우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열심히 노동하는 삶 이후의 세계에 대해 제대로 사유해 본 적이 있는가? 라는 물음, 이에 대한 답을 찾는 중이다. 아니 찾으려고 노력하기만 쉽게 그 답을 찾을 수 없다는 데서 한나 아렌트가 재조명돼야 할 이유인 듯하다.
평전을 쓴 힐의 방법론,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 낯설지 않은 말인데…. 아무튼 이 책은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비범한 소녀에서 주목받는 학자로 그의 박사학위논문과 유대인 여성으로 사는 삶을 조망한다. 2부에서는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사상가로 전향한 한나 아렌트, 3부는 사상, 저작, 친구들, 아렌트의 3부작 중 하나인 <전체주의의 기원>을 본다. 4부 끝나지 않는 논란에서는 혁명론을, 그리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때 법정 취재를 했던 아렌트의 글에 관한 논쟁-유대인에 대한 그의 태도 등등-,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사랑, 우정, 이별 그리고 불멸의 죽음이란 제목으로 공화국의 위기와 정신의 삶을 다룬다. 각 부에서는 주요 저작을 소개하면서 풀어쓰는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이 평전을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다. 중간부터이든 흥미 있는 곳부터 읽어도 된다. 하이데거, 야스퍼스 등 관련 인물들에게 보내는 서신, 메모 등이 내용 중에 나오기도 한다. 그냥 흐름대로 읽어도 좋다. 부담 없이….
]내가 눈여겨본 곳은 4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관한 부분이다. 무지, 악의 평범함을 논하기도 하지만, 전범 아이히만 재판에 관한 아렌트 언급의 의미를 다시 읽어보려 한다. 책으로 펴낸 것과 평전 속에서의 그것들의 차이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출간
악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 이스라엘로 날아간 아렌트, 이스라엘 법정은 이미 꿰 맞혀진 결론만이 남아 있을 뿐, 재판을 보고 싶었던 이유는 세 가지라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대한 반응을 취재 중이던 사무엘 그래프톤에게 쓴 편지에 적고 있다. 첫째 홀로코스트 주범 중 하나인 그의 실물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고 둘째로는 그도 기여한 이론 즉, 이런 종류의 범죄들은 인간의 판단가능성을 무시하고 법적 제도의 틀을 파괴한다고…. 셋째로 오랫동안 악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왔고, 세상에 알려진 잔학행위가 아니라 그런 짓을 범한 악인가 대면하고 싶었다고….
결국 아렌트는 모두가 기대했던 이스라엘도 유대인위원회도 어떤 식으로든 홀로코스트에 관여된 자들을 포함하여, 또 미국의 비평가들에게도 난타를 당하고 만다. 이른바 궐석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아렌트는 내용에 어울리는 형식을 택하여 자신의 사상과 주장을 펼쳤다.
정치 권력은 항상 정치적 이득을 위해 실체적 진실을 희생시킨다.
이런 분위기와 그에 대한 태도에 정면으로 맞섰다. 공적 영역에서 진실이 자취를 감추면 정치적 자유가 위협을 받는다. 아렌트는 공적 영역에서 자신의 경험과 관련된 진실을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진실을 말하려는 자들은 집단적 경멸의 대상으로서 언제나 정치 영역의 바깥에 서 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 고난이 따를 것을 알면서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란 책을 쓰겠느냐는 물음에…. 아렌트는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정의만은 영원히라는 격언을 언급했다가 이를 철회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진실을 말하겠는가?, 그리고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 평전은 한나 아렌트의 안내서로서 뛰어나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한나 아렌트의 여러 권의 평전, 3부작<전체주의의 기원><인간의 조건> <혁명론> 그리고 교육론 등을 읽었다. 아마도 맨 처음 이 평전을 읽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평전에서 논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긴 선입관 때문에 오히려 행간을 놓칠 수도 있겠지만, 어렵게 어렵게 읽었던 기억을 돌이켜 보면, 아예 이런 책을 먼저 읽고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읽는 것이 좋을 뻔…. 3부작을 다시 한번 읽어보련다. 어떤 느낌이 드는지….
생각의 바탕은 무엇일까? 경험, 그것 말고는 없다. 아렌트에게 사유 훈련은 이해의 필수 조건이자 스스로 독일 철학의 전통을 깨고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