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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 - 한국의 문화 전쟁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9월
평점 :
강준만의 꼬집고 뒤집어보기 <정치적 올바름>
이 책의 제목은 한국의 문화전쟁 <정치적 올바름>이다. 키워드가 문화전쟁이요. 그 무대는 한국이다. 뭔가 색다른 걸 찾으려는 듯 보인다. 머리글에서 서울대학에서 8년간 유학했던 일본 학자가 쓴 글의 제목을 슬쩍, 아마도 선생이 하고픈 말인가 보다.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2017), 벌써 제목에 할 말 다 들어있다. 한국, 한국 사회 그 자체가 하나의 철학이라는 뜻인가, 그만큼 보편적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곤란한 구석이 여기저기 전쟁터의 지뢰밭처럼 널리 퍼져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PC의 논쟁, 그 기본은 "도덕",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으면...
이 책의 주제는 PC 주의(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행태에 저항하고 이를 바로 세우려는 운동 혹은 철학을 일컫는다. 우리 사회에서 PC 논쟁은 뜨겁다. 이 주의의 모태가 된 다문화주의는 이제 우리에게 낯선 개념이 아니기에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프랜시스 후쿠시마의 <존중받지 못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는 부류는 좌파 진영에 있는 소수의 작가, 예술가, 학생, 지식인들이라고…. 뭐 보수언론님들이야 이런 호재를 놓칠 리 없으니, 과대포장에 좌파(우리 사회가 좌파가 있기나 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체를 대변하는 목소리로 확대하여 해석한다. 선생은 이 양쪽의 소통 가능성을 모색하고 진작시키는 데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쓴 듯….
왜 자기과시를 위한 도덕은 위험한가로 시작된 이 책은 6장 체제다. 1장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의 소통을 위하여, PC가 촉발한 문화전쟁, PC는 나치돌격대의 사상통제운동인가라고 그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고민을 한다. 2장에서는 왜 싸이의 ‘흠뻑쇼’ 논쟁이 뜨거웠는가? 대중문화 현장에서…. 도덕적 우월감이 없는 문제 제기는 가능한지를 물었다. 3장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의 생명은 “겸손”이라고 정의한다. 지금까지 즐겨온 농담할 자유가 침해된다?, 장애우라는 말은 누군가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망언인가?, 꽤 민감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하고 쓰는 말(언어 혹은 표현, 단어들)에 대한 반성들…. 4장에서는 SNS가 규제하는 ‘유치원 국가’가 좋은가? 시원스러운 제목 아래에 담긴 글들 정치적 올바름의 변질과정에서 소셜미디어의 ‘가해자 지목 문화’까지, 5장에서는 가해자 지목 문화에 말을 더 보태고, 6장에서는 ‘언더도그마’와 ‘약자 코스프레’의 악순환, 여기서는 약자는 늘 선하고 고결한가(언더도그마)? 마치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폭풍우)>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선과 악은 늘 구분이 되느냐는 질문과도 비슷하다. 권력 재생산을 위한 ‘피해자의 서사’ ,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언더도그마다. 아마도 이 말이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논쟁의 핵심과 논점은 거의 망라한 듯하다. 본격적인 PC논쟁을 위한 차림표처럼 말이다.
미국에서의 PC 주의와 변질과정과 경험, 그리고 한국 상황에서의 논의는
성 인권센터 김원재의 글 <합리적 PC 주의의 회복>(경제사회연구원 ‘요것 봐라’)에서도 강준만 선생의 생각과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 살펴보자. 미국에서 시작된 PC 주의….
차별을 반대하고 평등을 추구했던 PC 주의 사상의 원래 목적과는 다르게 우월주의와 이기주의에 기반한 극단적 PC 주의로 변질…. 이들은 흑인들이 약자가 아닌 상황에서도 흑인에게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고(약자 코스프레이, 언더도그마), 경찰이 흑인 범죄자를 정당하게 체포할 때도 흑인 탄압이라고 주장한다는 대목은 정치적 올바름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목격되는 현상이다.
PC 주의가 흑인(인종)차별 반대에 적극적인 이유는 차별받는 인종이 흑인이란 점 때문이지 흑인 지상주의를 조장하거나 긍정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흑인은 범죄를 저질러도 잘못이 없고, 흑인이 동양인을 차별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극단적 PC 주의는 이런 상황도 흑인차별로….
남성 우월주의 철폐와 여성 차별을 반대했던 여성 인권 운동 또한 같은 상황이다. 여성 인권 신장과 회복에 집중했던 초기와는 달리 남성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남성 혐오주의와 남성을 열등 종족으로 보는 극단적 여성 우월주의의 경향성이 강해졌다. 즉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결국 변질한 PC 주의는 내로남불의 논리 속으로 빠져들어 흑인이 백인을 폭행하면 일반적인 폭행 사건이고 백인이 흑인을 폭행하면 인종차별이다.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면 일반적인 살인 사건이고, 남편이 아내를 살인하면 여성혐오 범죄다. 이런 도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극단적 PC 주의는 어떻게…. 소통이 중요, 자기과시를 위한 도덕, PC 모두 위험
우리 사회, 지금 격렬한 논쟁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여가부 폐지”론, 며칠 전 여가부 폐지 반대를 외치던 한국여성단체협의회(한여협)가 방향을 180도 선회, “젠더 갈등 해소를 위한 대통령 의지”라는 말로 여가부 폐지 찬성을 표명했다. 글쎄다. 여가부, 양성평등교육진흥원 등이 남성 혐오, 비하, 폄훼, 여성 우월주의를 조장하는 극단적이고도 왜곡된 PC 주의자들인가, 래디컬 페미니즘 세력이란 말을 쓰면서 남성 혐오를 조장하고 이를 여성 인권 회복이라고 보는 시각은 또 어떤 사고에 터를 잡은 것인가? 바로 PC 논쟁의 전체를 보지 못하는 데서 나온다고 본다. 나무는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준만 선생은 어떤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가? 즉, 정치적 올바름은 항상 올바른가? 하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그의 결론의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PC의 핵심 콘텐츠는 “도덕”이다. 그러니 자기과시를 위한 도덕이 위험하듯, 자기과시를 위한 PC도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물론 이것이 다는 아니겠지만, 선생은 그의 논문 “정치적 올바름의 소통을 위하여: 자유, 위선, 계급의 3대 쟁점을 중심으로”에서 논한 것처럼, 인간의 예의를 지키는 PC, 즉 도덕이다.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되는데 이를 보자, 첫째, 소극적 자유, 적극적 자유의 갈등 문제를 제3의 자유인 비지배 상태를 강조하는 공화주의적 자유(이에 관해서는 또 설명이 필요하지만, 우선은 그렇다 치고)를 인정하느냐는 논쟁이 우선 되어야 한다. 둘째로 말과 행동의 괴리, 셋째 정체성 정치와 계급 정치의 갈등이다. PC 운동이 기반하고 있는 정체성 정치는 사회 전체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지만, 문제는 정체성 정치가 심화해 빈부격차 문제에 전혀 대처하지 못한 계급 정치의 실패와 그런 실패에도 이론적 수준에서 여전히 계급 이외의 이슈 제기를 적대시한 계급 정치의 독선과 오만으로 인해 나오게 됐다는 사실….
PC 논쟁이 더 근원적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불평등에서 비롯된 갈등 일부만을 봄으로써 소통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선생은 지적한다. 전략적 사고를 하라고…. 서구의 PC 경험(위에서 미국의 예를 소개했듯이)을 한국 실정에 맞게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PC 운동은 전체 사회와 여론의 지평을 살피는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
이 책에서 드는 사례들은 모두 PC 논쟁의 소재거리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자, 모든 논쟁의 출발점이자 그 기본바탕은 ‘인간에 대한 예의’ 즉 도덕이다. 이를 놓치는 순간, 뭘 위해 논쟁하는지조차 모르는 혼돈 속으로 치닫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정치적 올바름”이란 어떤 것인지, 나름대로 생각해 볼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