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의 나라 -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앤 패디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반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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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앤 패디먼의<리아의 나라>는 중국과 라오스 고산 지대에서 사는 몽족(몽=자유인, 자유로운 민족)이라는 뜻이다. 몽족은 중국인을 가리켜 ‘개의 자식들’이라 부른다. 몽족은 황제에게도 무릎을 꿇은 적이 없는 자존적이고 정체성이 확실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몽족이 왜 미국으로 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베트남전쟁 때, 북베트남의 후방에서 교란작전을 수행했던 몽족의 전사들은 월남패망 후, 베트남을 떠나야 했던 보트피플처럼 그들도 미국으로…. 이 사건 무대가 됐던 곳으로 집단 이주한 이유를, 그리고 그들이 고수하는 문화,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라 하지만, 융합되지 않는 구석도 존재한다. 그들이 소수라 할지라도 그래서 몽족의 존재가 더 돋보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문화인류학 서적답게, 몽족의 역사와 전통의 이해를 바탕에 깔고, 읽는 이로 하여금 문화상대주의, 상호 서로의 문화와 특징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하는 가장 인본적인…. 종족이나 피부의 색깔, 종교에 따라 의료행위가 차별적이어서는 안 되며, 의사소통은 외형과 태도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자리한 정신문화 배경까지도 치료할 때 염두에 둬야 한다고…. 그래서 이 책은 나온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의대 교과과정에 들어갈 정도가 됐고, “문화 중개인” 즉 문화적 통역자의 필요성이 있음을…. 영어로 소통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정신문화까지도 함께 이해해야만 제대로 된 소통이 가능함을….

 

자유인 몽족, 미국 사회에 동화되지 않는 이들의 전통적 문화에 관한 이해는 상호주의….

 

몽족은 아이에게 예쁘다는 말은 자제해야 한다고 믿는다. 마치 조선 시대에도 집안에서 귀한 자손이 태어나면, 촌스러운 이름을 아명으로 붙여주고, 그리 불렀다고. 아마도 신들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함이었던 것처럼, 

 

리아는 ‘코 다 페이[(Epilepsy) 뇌전증, 흔히 말하는 간질]’을 앓고 있었다. 몽족은 리아가 3개월째 되던 때, 그의 언니가 아파트 현관문을 세게 닫은 일이 있고, 이때 리아가 간질 발작을 일으켰다고, 언니가 꽝하고 닫았던 문소리에 놀라 리아의 혼이 그의 몸을 떠나버린 것이라고…. 간질은 의학적으로 대뇌에서는 서로 연결된 신경세포들이 미세한 전기적인 신호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러한 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잘못 방출되면 발작이 일어나는데, 몽족은 이 간질을 영예로운 일로 받아들였다. 즉 신내림이 가능한 샤먼이 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즉, 경련을 일으키는 동안에 신령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몽족 사회에서는 샤먼으로 사회적 지위와 사람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되니, 현대 의료체계와 몽족의 정신 문화 사이의 간격은 멀어도 한참 먼 것이었다. 미국 사회에서는 환자이지만, 몽족 사회에서는 영도자이니….

 

의사의 복약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아, 아동학대로

 

리아의 부모는 의사 처방 지시를 어기고 남아있던 항경련제를 두 배 이상 먹이고, 또 새로이 처방받은 약을 먹이다가 아이가 힘들어한다고 약을 먹이지 않았는데, 의사는 이를 아동학대라고 신고, 결국 법원은 리아를 법원 담당 부양 아동으로 선고, 리아 부모의 양육권을 박탈한다.

 

지은이에게 비친 미국의 의료관은 점점 더 협소한 하위 전문 분야로 핵분열을 해 갔고, 각 분야 사이의 교류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몽족의 그것은 늘 전체론을 지켰다. 지은이는 몽족들과의 인터뷰를 계속하면서 의료문제에 대한 몽족의 집착이 삶에 대한 집착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됐다. 이는 죽음에 대해서도 사후의 삶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리아의 처음 발작을 일으킬 때, 부모에게 이런 일에 관해서 물어봤다면 뭐라 답했을까, 클라이먼 교수에게 물었다. 리아는 어떤 처지를 받아야 할 것인가, 아마도 부모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리아한테 약을 줄 땐 일주일 치 이상 주면 안 된다. 약을 먹고 나으면 더 먹이려 해서는 안 된다. 피를 뽑거나 등골에서 골수를 빼내는 것도 하면 안 된다. 또 집에서 몽족 약도 쓰고 돼지랑 닭도 잡아 바치고 해야 한다. 우리는 리아가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건지 사실 모르겠다. 우리 문화에서는 뇌전증이 있다는 건 귀한 사람이란 뜻이고 자라서 샤먼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니….

 

바로 이 대목이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일 것이다. 클라이먼교수는 리아의 소아과 의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남겼다. 첫째 이행이란 말을 쓰지 말아라. 도덕적 위계를 암시하는 말이다. 사람이 원하는 건 명령이 아니라 대화다. 둘째, 강제의 모델을 찾기보다는 중재 모델을 찾아야 한다. 단 중재란 이혼의 과정과 같아서 양보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셋째로 몽족 환자와 그 가족의 문화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 한편으로 의학이라는 문화도 큰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기 문화가 나름의 취미나 정서나 편향이 있다면, 어떻게 남의 문화를 제대로 다룰 수 있겠는가?

 

이 책의 결론이다. 지은이가 인터뷰한 후, 15년이 지난 지금도 리아는 살아있고(의식이 없는 채로), 그의 부모는 리아에게 치넹 의식을 치렀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 6개월이 지나면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다지만, 리아는 여전히 살아있다. 아마도 그 혼이 몸을 떠나려 하는 것을 잡은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게 아닌가, 

 

몽족이라는 자존과 정체성이 강한 민족뿐만 아니라 미국의 일반적 상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민족 혹은 종족의 문화가 배척돼서는 안 되며, 영어로 의사소통이 된다고 해서, 문화마저 소통되고 이해됐다고 보기 어렵다. 바로 여기서 보이지 않는 경계와 무의식적인 편견이 함께 발현되는 것이다. 지은이는 미국과 다른 문화에 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의료의 세계이건 뭐든….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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