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 정철수 평전 격랑만리 - 조선의용군이 된 포은 종손
조성우 지음 / 큰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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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만리(激浪萬里)


격랑만리 거친 파도를 헤치고 만리를…. 학도병을 끌려나가 고향 땅으로 돌아오기까지 40년이란 세월이 한 세대를 지나 또 10년,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갈 때, 배 속에 있던 큰딸은 40이 넘은 장년이 됐는데…. 그리던 고향 땅에 돌아와 3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의 한과 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은 한두 사람이 아니,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모든 이들의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주인공은 고철 정철수 선생이다. 고철은 가명인데, 아예 그의 호가 된 듯하다. 


탈출 학도병 1호, 그 앞에 기다리는 것은 거친 파도일 뿐 


세계 2차 대전이 종전으로 치닫던 1944년 1월 정철수 선생은 학도병으로 중국의 전선으로 끌려가는데 곧 탈출한다. 학도병 1호 탈출이란다. 김준엽, 장준하 선생도 탈출했는데, 김준엽보다 며칠이 빨랐다고 한다. 아무튼, 탈출지역에 따라 이들 학도병은 운명은 엇갈리는데, 국민당 점령지역으로 들어가면 광복군이요. 중국공산당의 팔로군 지역으로 들어가면 조선의용군이라…. 태항산에서 유격전을 펼치며…. 수많은 전투를 치렀다. 선생은 전쟁 외에도 크게 공헌한 것이 바로 희곡이다. <강제징병><조선은 살았다> 등을 연극으로 공연했다. 


선생은 일제가 패망하면 고국으로 돌아갈 꿈을 안고 조선의용군으로 싸웠고 해방을 맞이하여 고향으로 향하던 발걸음은 소련군이 지키는 3.8선에서 가로막혔다. 조선의용군의 입국을 막았다. 조선의용군의 일부는 국공내전이 벌어지면서 공산당 군대에 편입되고, 선생 역시 연변으로 파견되어 병사모집을 해야 했다.


군문을 떠나 작가로, 교육자로 거듭난다. 민족교육은 중요하다. 뼈에 사무치는 깨달음


한국전쟁이 발발, 군문을 벗어나 조선 동포 속으로, 연변 신문에서 편집위원으로 신문을 발간하는 한편 창작활동도 꾸준히 했다. 이후, 연길현 교육과장으로 일했고, 주덕해 등 조선족 간부들과 연변대학 설립했고, 직접 길림 조선족 중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그는 몇 차례 인생을 거침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다 놓은 거친 파도를 만났다. 이번에 만난 파도는 반우파투쟁이라는 거친 파도였다. 가족들과 함께 오지인 화룡현으로 끌려가 4년여 동안 노동 개조라는 이름의 혹독한 노동을 해야 했다. 노동 개조에서 풀려나 연길에 있는 국영 인쇄공장에 배치되어 보일러에 석탄을 채워 넣는 일을 했다. 고단한 노동자의 삶은 쓰나미급의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무사히 건너갈 수 있었다. 아이너리다. 새옹지마다.


거친 파도가 사그라지자 선생은 아들 래정으로부터 방송을 통해 고향 땅의 어머니가 자신을 찾는다는 것을 알았다. 


일시고향 방문, 그리고 영구귀국, 그 후 3년 후 고향 땅에서 숨을 거두다. 


격랑만리, 나라를 잃었을 때 그 나라 사람들에게 닥쳐올 가혹한 운명, 이는 정철수 선생, 수많은 정철수가 있었다. 민족분단의 비극과 이데올로기 투쟁, 말 그대로 격랑의 세월을 살아왔다. 


이 평전은 고철 정철수 선생의 인생역정에 관심을 보인 여러 사람이 있었기에 사후 한참 세월이 지나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아마도 조상의 덕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포은 정몽주의 23대 종손이기도 해서…. 이름 없이 스러져간 사람들보다 관심을 끌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이야기가 소개돼도 좋을 만큼의 삶을 살았다. 아주 훌륭하게, 

그는 한편으로는 행복했었는지도 모른다. 작가로서 교육자로서 항일혁명 투사로서 그의 앞에 닥친 세찬 파도를 타고 넘고 또 넘어, 꿈에 그리던 고향 땅 흙을 밟고, 40년 만에 어머니를 만났으니…. 그렇지 못한 수많은 사람보다는…. 그들의 삶도 정철수 선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평전은 당대의 삶을 살았던 이들의 풍찬노숙을 하며 해방투쟁을 했던 증거집이다. 중국과 소련 그리고 해방정국에서 북쪽 사회의 이념투쟁, 하나 돼 일제를 몰아냈건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데올로기 장벽과 총알받이가 돼 또 다른 전쟁터로 내몰렸던 이들의 운명을…. 이 책을 통해서 또 그 시대의 증언을….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바라며….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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