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 희담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원제, 영혼의 형제>

 

세계 1차대전, 프랑스 식민지였던 세네갈, 프랑스령 서아프리카를 무대로 벌어진 독일과 전쟁에 동원된 세네갈의 청년들, 주인공 알파 니아이의 형제같은 친구 마뎀바 디옵이 죽던 날은 아무런 예고 없이, 금속 빛 하늘로부터 그의 머리 위에 갑자기 떨어진 거대한 전쟁의 씨앗... 그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 소설의 작가 다비드 디옴은 파리에서 태어나 세네갈에서 성장,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18세기 프랑스문학을 전공했다. 현재 남불의 포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 책은 프랑스 콩쿠르 고교생 상과 유라시아의 각종 국제 콩쿠르 상을 받았다.

 

니아이의 어린 시절, 어머니를 멀리 떠난 보낸 니아이는 마뎀바의 집에서 자랐다. 니아이는 볼 때마다 그의 어머니를 많이 닮은 니아이를 보기 힘들어했던 그의 아버지 곁을 떠나서….

마뎀바의 죽음. 창자가 밖으로 흘러나와 죽음을 기다리던 둘도 없는 친구마뎀바는 제발 죽여달라고 니아이에게 세 번에 걸쳐 애원했다. 그러나 니아이는 그 부탁을 끝까지 들어주지 못했다. 그가 죽던 날, 그를 업고 참호로 돌아오면서 니아이는 자책한다. 그 망할 놈의 토템 때문에 친구가 죽었다고…. 이후 그는 전쟁의 광기에 먹혀버린 악마로 변한다. 푸른 눈의 독일 병사의 손목 7개를 잘랐다. 아니 8개였다. 그 하나는 그를 늘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던 백인 친구, 장 바티스트가 가져갔다. 결국, 그도 손목의 광기에 먹혀버린 것인지, 독일군 앞에서 손목을 들어올리며, 그들을 야유하다가, 조준된 포탄에 맞아 산산조각이 난 채로 죽었다.

 

신의 진실로 말하노라로 시작되는 이야기, 니아이가 독일군 병사의 손목을 하나, 둘, 셋까지 가져올 때는 개선한 영웅처럼 모든 병사가 환영해줬건만, 네 개째부터는 그는 기피인물이 되어갔다. 광기에 휩싸인 악마가 된 것이다. 모든 병사에게서 니아이는 죽은 병사, 사신처럼 비친다.

 

전쟁의 광기는 악마를 만들고

 

악마처럼 다가선 그를 보는 병사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니아이 뒤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 전쟁의 광기를 본 병사들, “왜 이런 미친 전쟁을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병사들 속으로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여전히 니아이는 진흙을 바르고 미친 듯이 적들의 참호 속으로 들어가 운 없는 어린 병사의 손목을 자른다. 이 전쟁은 누구를 위하는지도 모른 채 총알받이를 필요로 했다. 니아이는 거꾸로 그 손으로 총을 잡고 총알을 장전하는 그 손들을 잘랐다. 전쟁의 광기를 잘라내듯….

대위와 통역을 맡은 무공훈장을 받은 노병은 니아이에게 잘라온 7개의 손목을 어디에 두었는지를 묻고, 그를 후방으로 보낸다.

 

병원에서 요양하게 된 니아이는 웃는다. 보는 이들에게 미소를, 그리고 그의 내면에 응축됐던 그리움과 아픔을 표현한다. 보고 싶었던 어머니, 사슴과 사자의 눈을 동시에 가진 여인, 낮게 가지를 드리운 망고나무, 그리고 조용한 아침 카누 곁에서 찰랑대던 강물 소리, 스무 살의 청년 니아이에게 기쁨이자 고통의 근원인 어머니를 담는다. 가장 친한 친구 마뎀바, 그와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못생긴 그러나 너무 그리운 그의 모습을 담는다. 병원 의사는 그림을 보고 미소로 답한다. 그러다가 7개의 손목을 그리자 그들은 더는 미소를 짓지 않았다. 전쟁터로 떠나올 때, 그와 함께했던 여인과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는 7개의 손목을 버렸다. 이제 더는 쓸모가 없다. 광기의 증표는...

 

전쟁의 광기에 포로가 돼 괴물이 되어가던 한 인간은 모래사장에 제 상처들을 꺼내 놓으며 태양의 위로를 받는다. 고통은 사그라지고….

 

전쟁이란 언제나 어떤 아름다운 말로 거창하게 표현해도 그 본질에서는 같다. 전쟁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 절대다수를 희생하는 거대한 사기이며 기만으로 엮어진 덫에 빠진 이들에게 광기가 엄습한다. 사기와 광기라는 전쟁의 두 가지 본질을 작가는 거침없이 고발한다.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니아이는 우정을 따라 전쟁에 나섰고, 전쟁이 그의 삶을 지탱해주던 우정을 앗아간 순간, 분노와 광기…. 그러면 전쟁과 삶에 대한 본질을 깨닫고…. 밤에는 흑인이든 백인이든 그 피는 검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