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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두를 신고 간다
이선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7월
평점 :
세상을 향해 구두를 꺼내 신고, 아들의 손을 잡고 또각또각가고 싶은, 가야 할 곳을 향해 걸어가야 겠다. 이 한마디가 이선아 작가의 세상을 향한 외침이다.
나는 구두를 신고 간다
이선아 에세이 <나는 구두를 신고 간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나는 구두를 신고 가다가 어느새 나는 전투화를 신고 간다로 읽힌다. 또 어느 대목에서는 굽 높은 구두가 어느덧 그의 자존감을 높인다는 목소리로 들린다. 아무튼, 제목에 꽂혔다.

이 이야기는 2장 체제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살아왔고, 또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다.
1장은 나와 함께 에서는 일상 속 이야기는 다르게 살아보기다. 25살 늦깎이 대학생으로 미술교육과를 택했는데, 임용고시는 연이 멀었던 듯, 기간제로 일하다 미술학원을 열고 워킹맘으로, 맞벌이 부부로 살면서 겪는 일상들, 반값 삼겹살을 사기 위해 줄서기 전쟁에서 2근을 쟁취했다. 얼굴에 퍼지는 승리감, 아차차 허둥대다 보니 상추를 안 샀다. 남편에게 퇴근할 때 사 오라고…. 아파트 생활이란 거 뭐 그렇지 층간소음은, 코로나 확진, 냄새를 못 맡게 되니 편할 때도 있다, 넷플릭스 보는 여자 등이 맛깔난 글솜씨로 일상을 그려나간다.
2장은 너와 함께, 발달장애인 아들 윤후, 발달장애아 엄마로서 분투기가 실려있다. 동병상련으로 같은 아파트 26층에 사는 아들 윤후보다 4살 어린 아이 엄마와 이런저런…. 윤후는 초등학교 1학년생이 됐다. 어느 날 말로만 들었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호출, 이제는 더는 못하겠으니까 직접 오셔서 쏟아 낸 우유를 닦으라시“던 말속에는 윤후의 학급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도 남았다. 마치 죄인이라도 된 양, 도착한 교실에서 준비해 간 두루마리 휴지를 둘둘 말아 윤후가 쏟은 우유를 닦아냈다. 그냥 지나치기엔 담임선생님과의 시간이 너무 길게 남았다는 생각….

2장 이야기는 얼마 전 TV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다뤘던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의 애환을 다룬 보도내용이 떠오른다. 윤후 교육을 위해 이사를…. 사회복무요원, 성호 샘, 어찌 보면 이선아 작가는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못한 이들이 한둘이 아닌데,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이 대목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정책과 실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청소년 발달장애 학생 방과 후 활동 서비스가 2019년에 시작, 하지만 갈 길이 멀다 한글을 완전히 뗐냐, 착석은 잘 되느냐는 질문 속에서 그곳에 보내는 걸 포기해야 하는데…. 평소 호감을 느낀 사회적 기업이 청소년 발달장애 학생 방과 후 활동 서비스 기관이 된 걸 알고 한여름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두 번씩 오가며 프로그램을 이용했는데 그곳도 더 이상 프로그램 운영이 힘들다고, 다닌지 2주 만에 들은 소식이다. 기업측은 준비 부족으로 고등부 학생들을 위주로라는 말을 들었다. 평생 6년간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이용자 중심으로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맺고 있지만,
세상 밖,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발달장애 자식을 둔 부모들이 죽어 나가는 현실과 그 원인을 파헤치면서 외국 사례를 들어 보도하지만, 왠지 요원한 소리로 들린다.

왜 이선아 작가가 구두 굽을 높이고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밝고 희망찬 이야기를 하는 듯하지만, 그 역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구두의 굽 높이로 말하는 듯하다.
아주 작고 소박한 희망,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바라고 있음을…. 패럴림픽을 보면서 응원을 하는 윤후의 모습에서, 이선아 작가의 힘찬 걸음을 응원하고 기대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