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 처음 만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
레슬리 컨 지음, 황가한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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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레슬러 컨의 쓴 이 책은 ‘장애인을 위한 도시는 없다'로 바꿔 읽어도 될 듯하다. 물론 결이 조금은 다르지만, 그가 주장하는 본질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표준인간>은 남성이다를 <표준인간> 비장애인이라고 바꾸면 말이다. 나 역시도 한 번도 여성의 눈으로 도시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쩔 수 없는 건가?. 아니다. 인식하지 못했다. 이제야 눈꺼풀이 떨어진 듯, 없던 것이 보인다. 아니 진즉부터 봐왔던 모든 것을 나는 진정으로 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젠더라는 의미가 새삼스레 다가왔다. 이 책 표지에 적힌 제인타크의 책에서 인용한 “우리의 도시는 돌, 벽돌, 콘크리트로 쓴 가부장제다”라의 의미가 지리학에 관한 담론들, 페미니스트 지리학이란 “이 책”, 애초에 도시계획에 여성은 없었다. 이 세상의 표준은 남성이요. 제1성만이 그리고 제2성은 마치 잘못 태어났거나, 혹은 아주 열등하거나(사회적으로)….

 

이 책은 도시를 요모조모 뜯어보고, 들여다보고 톺아본다. 남자들의 도시와 엄마들의 도시, 또 친구들의 도시, 혼자만의 도시, 시위의 도시, 공포의 도시, 가능성의 도시로, 온종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도시의 얼굴을 본다. 도시의 가면을 본다. 

 

여성들의 도시 경험은 사방에 벽투성

 

지은이는 여성들의 도시 경험이 여전히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상징적 장벽에 가로막혀있다고 말한다. 그 장벽은 성별에 따라 편향된 방식으로 여성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남성들은 대부분 이런 장벽을 만날 일이 없기에 볼일이 없다고, 즉,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된 도시의 주요 결정권자들이 경제정책에서부터 주택 설계까지, 학교 부지 선정에서부터 버스 좌석까지, 치안 활동에서 눈 치우기까지 이 모든 것에 관한 결정을, 이 결정이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관심은 물로 지식조차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도시공간은 여성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도시환경은 가부장제, 성차별적 노동시장, 전통적 성 역할(누구나 알듯이, 돌봄노동을 보면 더 자명하다)을 지탱하도록 설계됐다. 이 사회가 성 역할 따위에 의한 한계를 넘어섰다고 믿고 싶어도 여성을 비롯한 소수집단은 여전히 도시에 내재한 여러 가지 사회규범이 자신의 삶을 옥죄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 사회 데이트폭력, 강간, 이를 페미니스트들은 “강간 신화”-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왜 어두운 밤길을 혼자 다녔는가, 왜 그런 늦은 시간에 지름길을 선택했는가, 왜 신고하지 않았는가, 이 모든 것은 모든 여성의 마음속에 지닌 지리학과 관련 있다. 안전한 곳과 위험한 곳을 표시한 지도…. 그 동네에서 뭘 하고 있었는가, 그 술집에서 뭐 하고 있었는가, 혼자서 버스를 기다렸다고요?, 마치 TV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연상될 정도라면, 이야기는 다 한 게 아닌가,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저소득 노동자 계급이 사는 동네가 중산층 가정과 그들을 위한 상점에 잠식당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 원인과 형태는 다양하지만, 초기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은 ‘도시회귀’ 운동이 직장과 가사를 병행하는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지리적 해결책처럼 기능했다고 봤다. 여성들이 고소득 전문직에 진출하고 결혼과 출산 연령을 늦추거나 비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자신의 욕구와 필요에 부합하는 도시환경을 찾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잠재적 수혜자인 동시에 견인차가 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워라벨 문제에 시장 중심적, 개별화, 민영화된 공간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른바 편리한 도심의 재발견이다. 실제로 대다수 여성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제공하는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여전히 도시에서 상당히 뒷전인 돌봄 노동은 계속된다는 것인데….

 

여성 친화적 도시

 

지은이의 이런 문제의식은 여성 친화적 도시건설로 이어지는데, 이를 위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하고, 이주노동자의 저임금을 주는 체제에 항의하고, 모든 사람에게 친화적인 도시, 누구나 편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위해, 마치 서울 영등포에 있는 어느 골목 “여성 안심길”이란 웃지 못할 표시가 있는 그런 곳이 없는 도시….

 

이런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정치인이 개혁가, 슈퍼맨이 나와서 모든 걸 무너뜨리고 새로 시작해주는 상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도시가 어떻게 사회를 ? 젠더, 인종, 성적지향 등과 관련하여- 조직하는 특정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세워졌는지가 보이기 시작하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다. 도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것을 발견하고 키우는 법을 배우면 된다. 여성 친화적인 도시는 현재 진행형이다. 완성할 계획이 없는 프로젝트다. 지역에 따라 다르게 살기, 더 잘살기, 더 공정하게 살기….

 

지리학이란 관점에서 도시를 본다. 여성의 시좌에서 도시를 본다. 페미니즘이라는 앵글을 통해 도시를 본다. 사뭇 달리 보인다. 도시의 일상이 모든 기준이 <표준인간> 곧 남성 중심으로 건설됐다. 여성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화장실이 없다. 이는 당연한가? 장애인의 이동권은 비장애인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제한당해야 하는가?, 

 

페미니즘의 지리학이란 꽤 쓸모있는 학문이다. 이 책에는 육아 젠트리피케이션에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저임금의 노동자를 고용하여 자녀의 돌봄을 맡긴다는 내용이 쓰여있다. 

‘도시’라는 키워드로 세상을 보는 방법….남성문화 중심인 도시에서 모든 계획이 성평등이라는 목표로부터 출발해야 함을...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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