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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갈증 ㅣ 트리플 13
최미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평점 :
녹색갈증이란 녹색의 자연환경을 좋아하는 인간의 유전적 소질을 일컫는다. 즉, 다른 형태의 생명체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다. 인간에게는 자연과 생명체에 이끌리는 경향이 있기에 자연으로의 회귀본능은 자연스러움이다. 수구초심처럼….
미증유의 코로나 19 재난은 우리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던 그림자 같은 존재들이 전면으로 부상하게 된 사건이기도 하다. 마스크로 가리고 거리를 두어야 하는 사회, 이런 세상이기에 녹색갈증이 더 일어나는지도 모르겠다. 지은이 최미래, 등장인물, 윤조, 명, 할머니,

프롤로그,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지 못하고 거실에 다 쌓아놓고 어떻게 처리를 못 하는 윤조, 설탕으로 만든 사람의 이야기 전개는 모텔이다. 장기투숙자, 나는 방역 소독을 하고 열심히…. 하지만, 숨통이 트이는 곳은 ‘산’이다. 자연이다. 203호 할머니는 산에를 다녀온 흔적이 전혀 없지만, 산에 다녀왔다고 한다. ‘산’에….
1월 26일 코로나 19가 도래한 이후 최대 규모의 사망자를 기록한 날이었다. 매년 1월 26일 모두의 기일로 여겼다. 대기 오염 문제가 제기되어 마스크와 낙엽을 태우는 추모 행위가 제지되었지만, 그날은 어디서나 쉽게 연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인간은 나약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지도 않고 저 혼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인간은 나약하고 구질구질해.” 203호 할머니는 마치 윤조네 할머니처럼 말했다. 어쩌면 소설 속 윤조의 할머니가 현실 세상으로 나와 203호 할머니에게 빙의했을지도 몰랐다(57쪽).
산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보인다. 올라가려고 하면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지만, 올라가지 않는다. 산이 너무 많고 가까이 있어서일까, 마치 공기처럼….
나는 눈을 감았다. 숲에 가고 싶어졌다. 산에 오르고 싶다기보다 녹음이 짙은 숲속에 들어가 길을 잃고만 싶었다(73쪽)
나에게 산으로 가는 법을 알려준 윤조는 내가 쓴 소설 속 인물이다. 상상으로 내면의 공간을 넓힐 수 있는 것도 소설을 쓰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 아닐까, 윤조와의 만남, 어릴 때 피아노대회에 나갔던 날의 꿈을 꾸는 것에서부터, 꿈은 나에게 윤조를 불러들이는 도구랄까, 내 무의식에 남아있는….
최미래의 소설은 꽤 난해하다고 해야 할까, 흐름 속으로 빨려가듯, 나와 내가 만든 허상, 소설 속 윤조와의 이야기들, 때로는 성인이 돼, 키도 크다. 꿈속에서 그린 윤조

“설탕으로 만든 사람” 은 그리스의 옛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이다. 녹색갈증을 몇 번이고 언급된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 직접 설탕으로 세상에서 아름다운 사람을 빚은 공주가 나온다. 공주와 설탕으로 만든 사람이 사랑을 만들기 위해 시련을 겪고 끝내는 해피엔딩이다. 윤조를 산에 두고 온 나는 윤조를 찾아 나서는 여정으로 나타난다.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윤조를 찾는 것이 나를 찾는 것인데….
프롤로그에 등장한 윤조와 나는 할머니의 보석함을 열어본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내가 윤조가 되고, 윤조는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
녹색갈등이란 제목이 꽤 어울린다. 작가는 녹색갈등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답을 생각하다 보니 도깨비 이야기를 안 꺼낼 수 없다. 늘 함께 있는 도깨비, 어깨에 놓여있다.
나를 찾는 소설, 사람과의 관계, 산, 코로나…. 애매한 동인의 애매로 활동하는 작가, 꽤 생각을 하면서 읽어야 하는 조금은 어렵기도 한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