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무음에 한하여

단지, 무음에 한하여 ㅣ 아르테 미스터리 14
오리가미 교야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5월

단지 무음에 한하여

제목부터 흥미롭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아마노 하루치카는 영매? 아무튼, 죽은 사람의 형체가 보인다. 그러나 소리를 듣지 못한다. 즉, 무음이라는 환경에서 죽은 이를 본다. 공한 K<시체를 보는 사나이 1 더비기닝>(팩토리나인, 2022)의 남시보는 죽음을 예견하다. 그리고 시체를 보는 능력을 지녔는데, 이 소설과 함께 읽어보면 흥미로울 듯하다.

아마노와 함께 등장하는 중학생 사건당사자이면서 이후 함께 사건을 풀어나가는 똘똘한 소년이다.

이 소설은 2장 체제이고, 1장은 집행인의 손, 2장은 실종자의 얼굴이다. 쉽게 범인을 짐작하게 할 수 있는 덫을 쳐놓고, 하나씩 둘씩 뒤집어가는 과정이 몰입도가 높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아직 미국과 같은 법률상 정해진 ‘탐정’은 없다. 그저 흥신소일 뿐인데, 어수룩하면서도 꽤 하는 자칭 프로파일러 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무릎 때문에 번번이 낙방한 권상우와 광수대 식인상어 성동일의 사건 파일 또한 이런 류가 아닌가 싶다. 물론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소설<무음에 한하여> 탐정사무소를 열어놓고 불륜 뒷조사나 하면서 겨우겨우 사무실을 유지하는 아마노에게 사건의뢰가 들어온다. 꽤 돈 많은 기업가의 죽음, 상속재산이 거지는 그의 큰아들의 아들인 손자인 가에데에게 돌아가게 되고, 그를 평소 건방지게 보고 탐탁게 여기지 않았던 딸 사쿠라코는 골골하지만, 오전에 오빠 가족과 함께 봤을 때까지 괜찮았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뭔가 석연치 않다. 혹시 그의 조카가 아버지를 죽인 게 아닌가…?

아마노는 죽은 이가 누웠던 자리에 드러누워 잠을 청하는데…. 보인다. 형체가 그리고 또 다른 무엇도 보이고, 죽음에 이르게 했던 화학물질인 염화칼륨이 보인다. 손도 보인다. 과연 누가 범인인가…. 시체는 말이 없다. 단지 모습만 보일 뿐이다. 나머지 퍼즐을 맞추는 것은 그의 몫이다. 범인은 누구인가?, 존엄사….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가, 그 죽음을 도울 수 있는가? 꽤 시사적이다.

제2장도 흥미롭다. 할아버지 죽음 사건으로 알게 된 가에데의 제안으로 가정교사를 하게 된 아마노…. 그에게 작은 운송회사를 하던 가사노가 2년 전에 죽었다. 거의 도산 직전이었다. 그의 아내는 실종신고를 했지만, 시체를 찾아야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기에 아마노에게 생사를 알아달라고 의뢰한 것이다. 여기에도 범인으로 의심할 수 있는 복수의 용의자…. 하나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운송회사 사무실에 나타나는 시간대가 정해진 듯한 운송회사 사장…. 과연 그를 누가 죽인 것인가, 아니다. 혹시 사건에 휘말렸나, 아니면 사업실패를 비관하여 자살한 것인가?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 아마노가 본 시체형상은 과연 누구인가? 이 대목에서 흥미를 자아내게 하는 트릭들이…. 결말은 과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유쾌한 탐정소설이다. 소리없는 영원의 기억을 읽어낼 수 있지만, 거기까지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