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 - ‘기억’보다 중요한 ‘망각’의 재발견
스콧 A. 스몰 지음, 하윤숙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만 있고 망각이 없는 뇌는 불행하다.

 

 

인간이 어떤 사실을 영원히 기억한다고 하자. 사람에게는 좋고 나쁜 기억이 공존한다. 늘 즐겁고 아름다운 기억만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불쾌한 기억과 좋은 기억이 얽혀있다면 삶은 어떠하겠는가, 상상만으로도 질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그 혼란스럽고 유해하기까지 한 환경에서 우리가 건강하게 지내도록 정상적 기억과 정상적 망각이 조화를 이루어 우리 정신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우리는 가끔 놀랄만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기억력에도 동전의 양면처럼 명암이 존재한다. 이 책에서는 고화질 사진 같은 기억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결코 좋은 것만 아니라는 점을 7장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1장에서는 정상적 망각, 2장 자폐증, 3장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4장 분노와 공포, 5장 창의성, 6장 편견, 7장 알츠하이머병과 향수병이란 주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도대체 기억과 망각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기억이란 ‘가시돌기가시의 성장’이며, 망각은 가시돌기가시를 분해하여 그 크기를 줄이는 각각 다른 분자도구 상자였음이 밝혀졌다. 즉, 자연이 기억과 망각에 관해 능동적으로 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망각의 분자 도구상자는 최근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복잡한 세계에 완벽하게 적합한 확실한 이점을 안겨준다. 망각은 인지 영역의 선물이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망각 과정에 방해받을 때 어떻게 될까? 인지적, 감정적 대혼란이 일어난다. 지은이는 그가 접했던 환자의 사례를 들어 ‘기억’과 ‘망각’의 고리를 이야기한다.

 

자폐증

 

자폐증이 있는 이들 중 유전자의 많은 수가 망각의 분자도구 상자에 들어있으며, 또한 그중 많은 수가 망각 기능을 축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불안을 일으키는 인지 혼란을 줄이기 위해 변화 없이 똑같은 것을 필사적으로 추구한다는 게 명확해졌다. 기억의 망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서 일어나는 것이다.

 

외상후 스트레스(PTSD) 장애, 분노와 공포 역시 망각의 기억이 없다면….

 

지금은 대중적인 용어가 된 ‘외상후 스트레스’는 똑같은 공포를 경험했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똑같은 일을 겪었는데 왜 나만 이럴까? 이를 세포 수준에서 볼 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병리를 간단히 정리하면 뉴런 기능장애다. 편도체 뉴런은 만성적으로 과민하고 과잉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치료의 일반적인 접근법은 정상적 망각의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편도체를 다시 프로그래밍하고 정상적인 활동 상태로 바꿔놓는 것이다. 이 역시 망각이 없으면 과도한 부담을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삶은 지옥일 것이다. 분노와 공포 역시 심각한 충격을 몰고 오는 단 한 차례의 외상 사건도 우리 뇌에 손상을 입힘으로써 감정적 기억과 감정적 망각의 정상적 균형을 훼손하고 성격을 망가뜨릴 수 있다.

 

 

 

 

창의성

 

망각의 과정을 통해 생기는 주요 원인은 인지적, 감정적 이점을 얻기 위해서다. 창의성 또한 뭔가 기억을 끈을 놓침으로써 새롭게 보이고 발견되는 것들이 들어설 여지를 말한다. 즉 부가적이라는 것이다. 또 기억의 밧줄이 풀림으로써 우리의 가벼워진 머리는 공상과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것이다.

 

 

 

 

잊어야 행복하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것도 있지만...

 

잊어야 행복하다는 말은 최첨단 뇌과학으로 입증됐다. 공포와 분노, 불안과 강박, 편견,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끝없이 고통받는 뇌에 허락된 단 하나의 선물이 ‘망각’ 즉 잊기라고 한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서해 페리 침몰이, 세월호 사건이 가져온 남겨진 이들에게 씌워진 고통의 구름과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공포와 분노의 장벽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잊기”가 없다면 이들도 영원한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참사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과 참사 속에서 죽은 이들의 유족 등 주변 사람들, 기억의 망각, 잠든 순간에는 이 모든 현실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잊으라는 말, 용서하라는 말, 그 밑바닥에 깔린 ‘기억의 망각’

 

고해상 사진처럼 선명한 기억이 때로는 은혜받은 축복이기도, 저주받은 기억이기도 하다. 동전의 양면처럼, 기억하기도 잊히기도 해야 우리의 삶을 이어갈 수 있다.

기억과 균형을 이루는 망각이야말로 끊임없이 변하며 두렵고 고통스러운 일이 많은 세상에서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본연의 진정한 인지능력이다. 인지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기억과 균형을 이룬 망각이 필요하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정서적 행복을 위해서도 망각은 필수, 분노와 신경증적 공포도, 너무 많이 기억하면 고통의 감옥에 갇힌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다. 한 개인의 인지형성과는 별개로 우리 사회의 재난들의 아픈 기억은 늘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고통으로 남아야 할 기억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으로 기억되어야만 할 것들, 그리고 또 나아가야 할 미래 교훈으로서…. 사족이지만….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