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메이트 - 영혼의 치유자, 반려견과 함께한 나날들
하세 세이슈 지음, 채숙향 옮김 / 창심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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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한 나날들, 영혼의 치유자...

개를 위한 십계명이란 “시”

 

누군가의 반려견은 이렇게 말한다. 난 길어야 10에서 15년까지밖에 살지 못한다고, 그래서 잠시라도 가족과 떨어져 있으면 너무 괴롭답니다. 저를 기르기 전에 그걸 꼭 알아주세요. 또 보자. 아빠가 나에게 뭘 원하는지, 내가 알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TV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반려견이 세상을 떠났단다. 슬프게 운다. 그리고 새로 입양한 반려견에게 정을 쏟는다. 한편으로는 갓태어나 꼬물꼬물 발버둥을 치는 강아지를 쓰레기 봉투에 넣고 꽉묶어...숨을 쉬지 못하게 해서 죽기를 바란 것인가? 이렇게 내다 버린 이들...

 

참, 복잡한 심경이다. 세상에는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욕이 있다. 개는 은혜라도 갚을 줄 알고, 목숨을 걸고 제 주인을 지키려 하는데….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풍산개의 아름다움 이야기가 실려있는 듯하다. 옛 주인을 찾아 먼 길을 달려 온 진돗개 이야기, 삽살개 이야기, 동화책 단골 주제로 곧잘 등장하는데…. 북유럽의 추운 나라 백야현상이 있는 곳의 개 이야기, 홀로 살던 노인과 그 반려견, 노인은 그가 죽고 나면 홀로 남겨질 반려견을 위해 재산을 모두 그 개에게 물려줬다. 일본에서는 개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법을 소개하는 책까지 나왔다. 왜 이리 반려견에 정을 쏟을까?, 저마다 사정을 담은 책과 잡지에 실린 이야기들, “반려와 애완”이란 구분법이 모호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생명의 소중함만은 알겠다. 그래서 개의 습성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반려”라는 말로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 어느 날 길가에 내버리는 짓을 왜 하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

 

작가 하세 세이슈(한자는 홍콩 영화배우 주성치 이름을 거꾸로 썼다- 필명이다)는 <소년과 개>로 2020년 나오키상을 받았다. 죽음을 앞둔 반려견을 위해 도쿄를 떠나 시골로 이사하고, 지금도 두 마리의 반려견과 생활을 한다. 이 책은 개와 인간의 아름다운 이야기다. 애견인이나 반려견을 입양하려는 이들이 우선 먼저 읽어볼 책이다.

 

7마리의 개 ‘치와와, 보르조이, 시바, 웰시코기펨브룩, 저먼 셰퍼드, 잭 러셀테리어, 버니즈 마운틴 도그의 이야기

 

치와와는 지금 내 주변에 있으니 잘 안다. 시바견도 안다, 셰퍼드는 알겠는데, 저먼 셰퍼드는 잘 모르겠다. 나머지도 그렇다.

 

치와와는 아홉 살의 암컷이고 이름은 루비다. 사에키의 아내 도키에는 암을 진단받았다. 나이를 들어가는 반려견 루비가 기침한다.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다. 대기실에서 있는데, 진찰받기 위해서 개를 데려온 사람들이 수다를…. 몇 살이냐, 나이보다는 어려 보인다. 소형 개 운운…. 누군가 진료실에 나와 울음을 터트린다. 아내는 루비를 데리고 나온다. ‘루비 너는 안 돼. 너까지 없어지면 난 어쩌라는 거야’ 제발 나를 두고 가지 마, 도키에가 세상을 떠나면 가족은 너랑 나 뿐이야…. 루비는 이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꼬리만 흔들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존재?, 든든한 친구

 

보르조이 이름은 레일라다 이 녀석은 엄마와 재혼한 마나부씨의 개다. 나 유토는 마나부를 아빠라 부르지 않는다. 진짜 아빠 외에는 그렇게 부르지 않겠단다. 레일라는 나를 늘 무시한다. 상대하려들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으르릉거리기까지 한다. 어느날 레일라를 산책시키러 나갔다. 산책 중 레일라가 리드줄을 힘껏 당기며 뛰어가고, 뒤를 쫓다, 무섭게 생긴 개떼와 조우. 이때 나타난 레일라도 낮은 소리로 무섭게 생긴 개를 향해 으르렁거리지만, 눈은 불안하다. 자신감이 없어보인다. 유토는 순간 주먹을 쥔다. 그것이 신호인 것처럼 레일라가 짖기 시작한다. 처음 듣는 굵은 목소리였다. 그러자 모든 개들이 줄행랑을 친다. 고마워 레일라... 이를 계기로 마나부씨로부터 레일라와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하나씩 둘씩 알아가는 가족이 되어간다.

 

가족이란 어떤 건지…. 개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는 아마도 유토와 레일라처럼. 아무리 어렵더라도 누군가를 의지하고 그 의지를 통해 힘을 얻고, 용기를 내, 앞서 나가는, 또 루비처럼 늘 내 곁에서 나를 좋아하고 따르고 애교를 피우며, 근심으로 쌓인 나를 해방해준다.

 

이런 소소한 경험은 반려견과 생활하는 이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느꼈을 것이다. 충성심과 무한한 믿음, 나를 쳐다보는 애처로운 눈빛, 이런 게 교감이고 공감이다.

아직 반려견과 이런 진한 교감을 못 해 본 이들이 있다. 있을 수 있다. 개를 위한 “시”에서처럼, 아빠가 나에게 뭘 원하는지 내가 알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인내심이 필요해요. 바로 이 대목이다. 말 못 하는 약한 생명을 내 기분, 감정대로….

 

힐링견이란 말도 있다. 이른바 치료를 도와주는 개다. 말할 상대도 없이 홀로 지내는 외로운 노인들에게 찾아가서 함께 놀아주는 것만으로 기쁨을 가져다주는 존재…. 영혼의 치유자다.

 

가족이란게 별겐가, 함께 느껴주고 서로에게는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런 존재, 그래서 때로는 가족은 어렵다는 말도, 지긋지긋하다는 말도 하는건가? 애증이란 그만큼 좋아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닐까,

잔잔한 이야기를 엮어가는 이 책, 개와 가족이 된다는 게 얼마나... 상상도 못할 경험들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전해주고 있다.

 

개를 위한 십계명...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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