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선의 사람들 - 후쿠시마 원전 작업자들의 9년간의 재난 복구 기록
가타야마 나쓰코 지음, 이언숙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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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건 11년, 9년간의 취재 노트, 이 작업일지로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진실에 접근

 

내가 일본 나고야에서 살던 때인 2011년 3월 11일, 진원지 도호쿠 지방의 후쿠시마 일대, 남북으로 약 750㎞나 떨어진 홋카이도와 나고야에서 진도 3~4 정도, 가끔 있는 지진의 흔들림치고는 진동이 심하고 시간도 길었다. 방안의 전등이 흔들림도 바로 그치지 않아…. 어어, 드디어 도카이(동해-시즈오카, 나고야 등으로 도쿄와는 다른 판이다) 지진인가?, 때마침 걸려온 전화, 한국에서였다. 일본대지진이 일어났다는데 너는 괜찮냐? 라는 말을 듣고 TV를 켜니, 히가시니혼 지진…. 쓰나미에 휩쓸려가는 차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화면,

 

 

 

 

 

이렇게 동일본대지진은 기나긴 악몽은 시작됐다. 며칠 동안 NHK 특집으로 매일 지진피해 상황을 전해주고 있다. 당시 총리 간 나오토가 지진피해 지역을 찾았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은 도쿄전력의 시설이다. 국가비상사태에도 자위대가 그곳으로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접근 금지했다.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유럽의 국가들, 특히 프랑스와 독일 등은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하네다 공항에 전세기까지 동원했을 정도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80킬로 밖으로 소개, 지금도 30km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여전히 기상관측이 진행되고, 물결이 일거나 바다 밑이 이상하면 어업은 금지다. 잡힌 고기는 방사능측정을 한다. 그런데 이를 피해 공해상에서 거래되는 생선들…. 지금도 일본산 생선은 안 먹는다. 오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국민이 먹지 못할 생선을 왜 우리가 먹어야 하나라는 이유 때문이다.

 

일본 내 원전의 원자로는 47기다. 여기저기에서 쓰나미 대책을 위해 방파제를 쌓고 단을 높이는 작업이 진행됐다. 일본은 동일본과 서일본으로 구분하는데 이게 전력공급까지 그 체계를 달리한다. 서일본(나고야에서 오사카 아래 지방으로)의 전력을 동일본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변전압을 해야 하는데 시일이 걸렸던 탓에, 동일본은 전력 부족 사태에 놓이게 됐다. 이후, NHK는 원전사고의 상황을 새벽 시간대로 바꾸고, 대국민 정보제공은 불안감을 높인다는 이유로 관련 소식 보도는 적당한 선에서, 수위조절을 했다. 총리가 여러 차례, 천황마저 국민 위무를 위해 몇 차례 찾을 정도이니 그야말로 국가 비상시국임은 분명하였다. 정보마저 통제할 정도였으니…. 원전사고수습도 여의치 못한 채 10년 넘은 지금도 바다로 계속 흘러나가고 있으니…. 공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세슘으로 오염된 바다에서 어업은 금지, 후쿠시마에서 대중국 수출용으로 양식하던 해삼양식장이 전멸, 조업 금지 기간을 길어지고, 동일본 각지에서 지하수로를 타고 오염된 물이 흘러 다녔던 시간, 지금도 위험수위에 놓여있는 후쿠시마 원전 일대의 환경,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진실 추적보고

 

10년간<도쿄 신문>에 140회 연재 기획기사 <후쿠시마 원전 작업자 일지>로 2020년 무노 다케지 지역민중저널리즘상 수상, 이 책 출간으로 제42회 고단샤 혼다 야스하루논픽션상, 제20회 이시바시 단잔 기념 와세다저널리즘대상 장려상 등을 받았다. 참혹한 원전사고 현장과 수습 작업자 100명, 취재 노트 220권에 달했다. 취재 기간 무려 9년….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

 

가타야마 나쓰코 기자는 책 뒤표지에 사건의 참상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썼다.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 1, 3, 4호기(보통 원전은 원자로가 2~4기씩이 배치된다) 가 폭발, 수만 톤의 냉각수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였다. 원자로 밑바닥을 녹이는 노심용융까지, 치사량의 방사선이 나오고, 여기에 폭로되면 죽는다. 사태가 이럴진대 일본 정부는 애써 별것 아닌 것처럼 사건진실을 은폐하는 데만 혈안이 됐다. 현장 수습에 투입된 노동자들, 프랑스산 작업 로봇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정도인데, 하물며 사람이야,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현장에 남은 작업자들은 하도급업체 사람들뿐이다. 장비도, 임금도 줄어든다.

 

기자는 작업을 하면 생명을 목숨을 줄여가는 것임을 알면서도 일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찾아 나서고, 이를 세상에 알렸다.

 

이 책은 르포르타주다. 생생한 현장 발굴이다. 2011년 원전에 일하러 온 이유, 2012년 힘내라고 하지 마세요. 2013년 엉망진창 오염수처리, 2014년 잊힌 사람들, 2015년 직업자의 암 발병과 산재, 2016년 여기는 최전선이다, 2017년 방사선 총알받이, 2018년 그럼에도 원전에 남아 일하는 이유, 2019년 그날의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9년 동안의 흐름이다. 소제목만 봐도 현장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취재는 숨어서 해야 한다. 하루 일당 40만 엔(400만 원)은 진실?, 방호복에 완전 복장, 이른바 전투에 나가는 군인의 완전군장채비가 가능할까?, 피폭량이 위험수치를 넘어서는데 한 작업자가 며칠이나 일을 할 수 있을까? 등등의 의문투성이인 채로 시작한 취재

 

원전에 일하러 온 이유, 방사선 피폭, 산재 인정도 못 받는 노동자들,

 

원전사고 이후, 마을은 텅 비었다. 반경 30㎞ 안은 절대로 들어올 수 없는 구역이다. 그러니 방호 장비를 갖춘 작업자 이외에는 사람이 없는 셈이다. 오늘도 젊은이 하나가 쓰러졌다.

 

왜 원전에 일하러 왔나, 40대의 남성은 연일 TV에 나오는 붕괴한 원전화면을 보며 공포를 느꼈다. 누군가는 이일을 해야 한다고, 대기업에서 일했다는 그는 기술자도 전문가도 아니었다. 방사선을 막지 못하면 아이들에게 쏟아져 내릴 것이다. 내가 막을 수 있다면…. 이런 각오로 왔다고…. 방호복위에 15~17kg짜리 텅스텐 조끼를 입고, 오염수 현장에서는 판초를 덧입는다. 움직이기도 힘들 텐데….

 

7.8차에 이르는 원전의 다중 하도급 구조, 원전의 노동력공급체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원청에서 시작해서 8단계에 걸친다는 말이다.

 

일하는 이들은 현장정보를 전혀 모른다. 일하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된다고. 피폭량을 측정조차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현장 작업자는 일회용 인간, 아니 쓰고 버리는 휴지일 뿐이다. 정부는 애써 이런 사실을 눈감으려 한다. 일당 보통 단순노동의 35~40배이니, 목숨 걸고 일하지 않을까, 아니다. 건설현장 등 사고위험은 크지만 안전 보호조치 등을 취하면 암에 걸릴 일도 없지만, 원전현장은 피폭되면 바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높은 일당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세 군데 암 동시 발병, 모른 척하는 정부와 도쿄전력

 

원전에서 4개월 일한 뒤 암에 걸린 삿포로의 한 작업자, 원자로 1~4호기 잔해 제거 중장비 기사로 일했다. 돌아온 뒤 혈뇨, 노동청에 산재신청, 결과는 증상과 인과관계 기간이 너무 짧아 산재로 인정하지 않겠다. 결국, 민사소송을 제기….

사고빈발, 휴일수당 미지급에 분노한 작업자들….

사고 당시 중학생이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되다.

올림픽을 앞두고, 원전은 여전히 긴장 속에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현장에 투입되다.

일하는 사람을 도구나 수단이 아닌 사람으로 봐달라….

사람을 지키는 국가를 바란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무엇이 다른가?

 

체르노빌은 보상에 관한 법률을 만들고, 피폭과 인과관계를 심사하지만, 기본적으로 신청하면 받아들인다는 점이 후쿠시마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피폭됐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체르노빌과 인과관계부터 따지는 일본, 도대체 뭐가 다른 것인지, 피폭된 지 수 년 후에 발생하는 암은 늘어날 것인데….

 

후쿠시마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체르노빌동맹 등과 같은 조직을 하지 않은 것인가?, 지금도 원전에서 일하는 작업자는 많지만, 노동자 조합을 만드는 것은 무리, 왜, 하도급 회사 소속 노동자들이 뭉치면 그 회사는 작업 배정에서 배제된다. 7.8차 다중 하도급을 왜 했겠는가,

읽고 또 읽는다. 일본이 노동 존중의 세상이 아님을…. 사람 목숨, 바다 오염으로 환경파괴에도 끄떡하지 않는 정부,

탈원전을 지향하면 재생에너지 사업에 힘을 쓰던 현 정부, 새롭게 들어설 정부는 원전존치론을 지지한다. 재생에너지사업은 뒷전으로 밀려날 듯싶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우리 원전에 점검 등이 이뤄졌지만, 이에 긴장감이 누그러질 때가 됐다. 다시 한번, 원전사고가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출판사에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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