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영혼 - 류팅의 기묘한 이야기
류팅 지음, 동덕한중문화번역학회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허구, 작가가 상상하는 소설의 가능성

 

류팅의 기묘한 이야기 <뒤바뀐 영혼>은 동덕한중문화원번역학회가 집단번역 작업을 했고, 감수를 거쳐 내놓은 것이다. 작업방식이 참신하다. 중국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 서로 보는 관점을 달리할 수 있다는 열린 가능성 때문이다.

 

이 책에는 단편소설 12 작품이 실려있다. 소설의 배경과 분위기에 따라 현대와 과거, 마치 30년대의 소설을 읽는 듯하다, 현대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왔다 갔다 한다.

 

"허구가 오래되면 진실이 되고, 진실이 오래 되면 허구가 된다"는 말의 의미는 이 책 전반을 꿰뚫는 화두다. 중국 현대사회의 정신적, 물질적, 도덕적 곤경, 앞만 보고 내달리는 세계, 어느 덧 물신숭배가 세상을 뒤 덮는다.

 

 

 

 

천재시인의 시재, 돈버는 능력과 바꾸다

 

이 책의 제목이 된 “뒤바뀐 영혼” 언제적 이야기인지, 천재 시인인 야거, 학교에서 시인으로 누구나 알아보는 유명인사다. 대학교 앞에서 옷가게를 하는 샤셩, 시상을 좇는 야거와 현실의 물질기반에 가치를 둔 샤셩은 사랑이란 인연으로 맺어져, 베이징 생활을 접고 샤셩을 따라 남쪽으로 떠나면서 시도 함께 버린다. 화장장에서 일하던 야거는 출산한 샤셩의 몸 보양을 위해 유골함을 가져 나오고, 절도범을 잡혀, 3개월 징역을 살게 되는데, 90일째 그는 지금 위대한 시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차라리 나는 내 모든 시재를 훌륭한 삶과 바꾸고 싶다고….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말, 정말 그러길 원해…. 네 원해요,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다음 날 맨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우리 바꾸자고 말해봐. 그리고 교도소를 나와 걷던 중 똑똑하고 능력 있던 대학 친구 푸청을 만나게 되고, 이후 두 사람은 각각 시인과 사업가로 승승장구, 푸청의 장시 ‘끝’이 출간되고, 야거에게 배달되는데 그 안에 쪽지 ‘나의 것이자 당신의 것’이라 적혀있었다. 23층 건물에 있던 야거는 건물 아래로 추락, 자신의 몸이 화강암에 부딪히면서 우두둑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가 기괴한 언어로 시를 읽는 것 같았다. 마치 한낮의 꿈처럼….

 

침상에 누워 세상의 소리를 듣는다

 

‘귀’ 코마 상태의 주인공, 귀는 열려있다. 그가 살던 집이 재개발로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고 건설기계 앞에 드러눕는다. 그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다. 30만 위안의 보상금과 함께 집에서 나온 가족들, 천막에서 지낸다. 그의 몸에는 생명력이 또렷이 남아있지만, 움직일 수 없다. 나의 죽음은 다른 사람들에게 더 이상 슬프고 아픈 일이 아니라 일종의 해탈이자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일이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계속 귀 기울여 듣고 스스로를 끝없는 허공 속에 가둬두어야 했다.

 

‘당나라로 돌아가다’, 대학의 부교수인 주인공 지옥같은 현실을 살면서 그가 안주할 곳은 당나라다. 아내와 대학 총장과의 불륜, 그 덕에 부교수로 승진됐다는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당나라로 가기 위해 학교시계탑에서 천둥과 번개를 기다리다 의도치 않게 학교의 시계탑을 보호한 공신이 됐다. 나는 당나라에 갔었다.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소를 길렀고, 겨와 나물을 먹고 뚱뚱한 여인과 함께 살았다. 기근과 흉작 살육이 존재하는 그곳이 나는 여전히 여기보다 좋았다. 이상향…. 눈 앞에 펼쳐진 지옥, 치열한 경쟁과 암투 속에서 허약한 존재가 피할 곳은 어디인가,

 

이어지는 소설들 죽음의 신과 친구가 되다. 낮과 밤, 영혼의 무게, 제복, 죽음의 매니저, 허구의 사랑, 아버지의 감옥, 양치기, 추수.

 

 

 

기괴한 이야기다 맞다. 중국의 부패한 현실을 직시하며, 허구의 세계를 작가 류팅은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능력이 있다. 죽음의 신이 주인공을 데려갈 기회를 대신, 금기를 깼기에 사람이 된다. 소설 ‘제복’ 마치 리빠통장군처럼, 제복 속에 담긴 힘을 표현한 뛰어난 작품이다. 완장을 두르면, 예비군복을 입으면 인격이 변하듯, 그에게 제복은 힘의 원천이기도 했지만, 아내는 그의 제복 힘을 사랑했다. 제복을 벗음과 동시에 그의 아내는 떠난다. 죽음을 도와드린다는 ‘죽음의 매니저’ 또한 그렇다. 죽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동안 의뢰인들은 모두 삶의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는데, 등장인물과 인물 사이를 잇는 인연들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는 탄탄한 구성력에 빠져든다. ‘아버지의 감옥’ 또한 기이한 설정, 파출소장을 하던 아버지가 교도관이 됐고, 어린 주인공을 감옥에 가뒀다. 1년 만에 빼준다. 그의 출생, 집을 나간 어머니와 아버지의 인연들을 엮는데, 인간군상의 모습인가, 마치 30년대의 중국소설처럼….

 

어느 작품이든 거짓과 진실, 허구와 사실의 틈을 메워나가는 절묘한 사연과 구성이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중국 작품이 이런 것인가, 소재가 환상적인 동시에 현실적인 이야기들, 중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풍자하면서도 확대하지도 축소하지도 않고, 읽는 이가 느끼는 대로 남겨두는 여백, 그 여백에 내 상상을 담을 수 있어 좋다.

 

중국의 차세대 유망주라고 하면 너무 성급한 소리일까, 청년작가 류팅- 기묘한 이야기-가 오늘날 뒤죽박죽인 중국세계라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져 오는 듯….

좋은 소설이다. 참신한 소재가….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