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책방
박래풍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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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대성산 언저리에 동시대 다차원세계로 가는 시간의 길이 있다? 

타임슬립한 21세기 서점직원들, 조선의 중종 시대로 뛰어들다. 

 

주인공 선우와 연희, 선우는 서울 대형서점에서 20년을 근무하다 ‘출판 대박’의 헛된 꿈을 꾸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강원문고가 오픈하면서 철원으로 내려오게 된다. 군부대 도서납품입찰을 따내, 15곳의 군부대에 책을 가져다줘야 하는데, 다차원의 세계와 닿는 지점, 마치 TV 드라마 <명불허전>의 현대와 조선 시대를 왔다 갔다는 것처럼, 또 다른 영화 <2009로스트메모리즈>처럼 과거와 현재를 잇는 통로가 연상된다.….

 

 

 

화천과 철원 경계선에 옛 삼청교육대 터가 있던 곳에 무너진 도로, 대성산 속에서 선우와 연희가 탄 스타렉스가 사고를 당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1521년의 조선 시대다.

조선 시대 속의 인물들과 조우, 당시 대사간 어득강의 둘째 아들 기남이 춘천으로 향하던 길에 선우와 연희에게 도움을 둔다. 

 

당시 반정공신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중종, 당시 조정의 이슈는 사서(이른바 서점) 개설이다. 집권층은 한자로 된 경서만을 취급하는 곳만이…. 한글 창제 과정에서 세종에게 상소를 올렸던 최만리, 며칠 만에 언문을 깨친다면, 수십 년간 입신을 위해 경서를 공부해왔던 이들에게 위협, 즉 한자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해주는 문자는 그들의 독점지배를 위한 도구였는데, 백성들이 정부의 정보에 접근 가능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한글은 언문이라 불렀고, 규방 등에서 사용되는 여성 글에 지나지 않았다. 

 

16세기의 조선 시대에 21세기 베스트셀러 서적을 팔게 된 조선 책방, 

 

서물, 즉 정보가 담긴 서책이 일반 백성들이 금방 깨치고, 읽을 수 있는 한글로 보급된다면 백성의 요구사항을 담아, 이른바 대자보가 여기저기 나붙게 될 수도, 당시 집권층에는 핵폭탄, 그 자체였을 것이다. 

 

기남의 두 친구, 당시 조선의 거상인 김태성의 아들 재민과 양반인 유신, 기남의 형 기선은 집권층의 실권자 좌의정 심준과 이조판서 홍성주 등(중조반정이후 박원형 일파가 정권을 장악, 권력자들의 딸이나 조카 등을 중종의 후궁으로 앉히면서 그들의 권력 유지에 나선 훈구파, 이때 사림파의 아이콘 조광조가 실각, 결국 사약을 받은 후 2년이 되는 시점)이 조광조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꾸몄던 증좌를 손에 넣게 되는데(홍성주의 딸홍의빈 방에서, 그의 사가에서 들여온 홍 씨의 <내훈>안에 끼워둔 것을)...결국, 자살로 위장한 죽임을 당하고, 사건의 전말을 눈치 챈 아버지 어 득강은 둘째 기남을 보호하고 집안의 멸문지화를 막기 위해, 사직상소를 올리고 진주로 낙향하게 되면서, 기남에게 과거를 보라는 말을 남긴다. 기남은 아버지 말을 따라, 할머니가 계시는 춘천으로 가 과거 준비를 하던 중에 선우와 연희를 만나게 된다. 

 

얼마 후 치러진 과거에서 이등으로 급제한 기남은 승정원 주서가 되고, 장원한 홍성주의 아들 홍명환은 홍문관의 수찬이 된다. 한편, 정인의 억울한 죽음을 알게 된 좌의정의 딸 민주는 충격에 빠져있었다. 

 

조선 시대 시간으로 6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그 안에 21세기에서 가져온 책들이 조선 사회에 조금씩 영향을 미치기 시작, 우울증을 겪고 있던 한성판윤의 딸 이지아의 상태가 좋아지는 등….

 

 

 

조선 책방은 기남과 친구들 그리고 선우, 윤희, 심민주가 의기투합,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데, 이것이 집권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결국 조선 책방에서 강상의 법도를 해하는 음란패설을 담은 한글책들을 유통한다는 혐의로 폐쇄하려 또 음모를 꾸미는데, 이를 눈치챈 민주는 기남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기남은 중종에게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을 당시 한글로 바꿔 적어서 올리고…. (실은 과거시험에서 군주론의 내용을 쓴 답안 때문에 차석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중종은 흥미를 보인다. 

 

조선 책방을 칠 것이라 예정된 날, 경서를 보급하던 바로 이웃한 서점 백록동으로 사헌부 군사들이 몰려가, 홍명환을 추포하고, 좌의정, 이조판서 줄줄이 체포되는데….

민주가 진실을 기남에게 알렸고, 기남은 중종에게 보고했다. 역도들의 음모라고….

이렇게 조선 책방 개설에 관한 에피소드는 막을 내리는데, 이 서점을 찾은 이는 송도삼절의 황진이, 대장금의 장금이, 나중에 이 서점의 점장으로 일하는 민주가 어린 정철에게 책을 소개한다. 

 

시간여행으로 21세기의 서점관계자들이 배달해야 할 책을 가지고 가다가 우연히(필연적?) 조선 시대로 차원으로 넘어가 겪는 일들을 풀어내고 있다. 

정치적 관계와 권력투쟁의 양상이 주가 돼, 조광조의 신원에 이르는 과정을 상상으로 메꾸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중종이 마키아벨리를 통해서 정치란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면서 용인술을 펼쳤다면, 조선의 미래를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대목을 상상해보는데, 역사는 ‘만약’이란 조건으로 그리는 상상의 세계를 탐닉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선 책방에서 다루는 책을 누가 읽고, 어떻게 생각하고, 서점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 하는 방향과 내용까지는…. 미치지 못했지만, 

 

 

 

 

아무튼, 재미나는 내용이다. 복선으로는 선우가 일본 관계 서적을 수입하는 일을 맡았을 때 멘토였던 일흔셋이 되는 해 첫날 그만두신 허 선생(퇴직 후 서랍 속에서 벽조목에 책이란 한자가 쓰인 도장을 발견한 선우가 이를 전하려 했지만, 허 선생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과 기남에게 곧 다른 세계에서 귀한 손님이 올 것이라는 예언을 남긴, 용화사 주지 선종 스님은 같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서로의 세계를 오갔던 사이였을까?

 

조선 책방 그 후속편을 기대해본다….

 

21세기의 베스트셀러가 16세기 사람들에게…. 스타렉스에서 꺼내온 40여 권의 책, 시인 윤동주<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리처드슨의 <이기적 유전자>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데미안>, <신곡>,<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등이 당시 조선사람들에게 어떤 세상을, 어떤 생각하게 했을까?. 상상을 해본다면…. 생각만 해도 흥미롭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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