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그녀들 일본문학 컬렉션 2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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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와 현대를 관통하는 여성작가들의 소설, 여전히 세상은 그대로 인 듯

 

일본 문학 컬렉션 두 번째 기획 <발칙한 그녀들>은 첫 번째 컬렉션<짧았기에 더욱 빛나는>과는 또 다른 주제의 소설 선이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시공을 초월,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날 법한 일들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한다. 짧은 생을 살다가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줬던 일본 돈 5천엔 권의 주인공 히구치 이치요를 비롯하여 6명의 작가가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그들의 숨결은 책 속에 살아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듯하다. 

 

컬렉션2는 발칙한 그녀들이란 제목을 달고 히구치 이치요를 비롯하여 앞서나가는 생각으로 시대를 거슬렀던 일곱 명의 여성 작가의 작품이 담겼다. 컬렉션 1을 보고 2가 나오길 기대한다는 말로 마친 서평 후, 7개월 만에 나온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작가들 19세기 말, 20세기 초 이른바 개화기의 모단 걸(신여성을 당시에 불렀던 말)이 도쿄에 나타날 때쯤일까?, 다이쇼 데모크라시, 쇼와의 초기까지 일본 사회, 여전히 남성중심사회다. 군국주의로 무장을 하던 때다. 여성은 남성에게 헌신하고 남에게 배려하는 아름다운 꽃이어야 한다. 집 안 깊숙한 곳에 자리한 꽃, 이를 어김없이 박차고 나온 이도, 날아 차기로 멋지게 등장한 이도, 남편의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알 수 없는 미래의 불안과 절망감으로….

 

히구치 이치요의 <배반의 보랏빛>은 미완성작이다. 

 

“언니가 편지를 보냈다고? 새빨간 거짓말” 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해 언니를 팔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흔쾌하게 다녀오라는 남편에게 그저 죄스러울 뿐이다. 의심이라는 손톱만큼도 없는 착한 사람을 속이고 부정한 짓을 저지르고 있으니. 이게 남편 있는 여자가 할 짓인가…. 가지 말까? 그만둘까? 과감하게 마음을 접고 되돌아갈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불륜의 오명을 씌울 순 없어…. 출세를 해야 할 사람을 평생 어둠 속에 지내게 해놓고 맘이 편할 수 있을까…. 난 결혼은 했지만, 마음은 주지 않아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 진정한 나의 연인은 요시오카…. 이제 아무 생각 말자. 다른 생각하지 않을 거야.

 

결혼한 사람에게 몸만 남기고 사랑하는 이에게 영혼과 사랑을…. 자신의 운명을 당당하게 선택하고 나설 수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 갈등, 죄책감, 자기부정, 사랑, 마지막 핏기없는 그녀의 입술에 도는 싸늘한 미소는 뭔가? 반전?

 

시미즈 시킹의 <깨진 반지> 여성의 각성, 페미니즘

 

자신의 결혼과 이혼 과정을 토대로 쓴 페미니즘 소설, 깨진 반지를 끼고 다니는 주인공,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고…. 당신에게만 들려드릴게요. 이 반지를 볼 때마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그렇지만 그에는 은인 같은 존재이기에 함부로 뺄 수도 없다. “반지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어요. 너도 나처럼 불쌍한 신세구나” 제 삶은 깨진 반지와 많이 닮았습니다. 라고, 맞선을 보라고 재촉하는 부모, 등 떠밀려 한 결혼, 남편에게는 정도 가지 않고, 우연히 알게 된 남편의 여성 편력…. 왜 나만 시집을 와서 이렇게 우울하게 사는 건지…. 남편한테 나는 그런 존재밖에 되지 않은 것을 알면서 헤어지기로…. 사회를 위해서 일하기로 맘먹고 반지 알을 빼버렸다. 

사회성, 페미니즘, 이 글의 끝에 아버지는 후회한다. 꽃다운 청춘을 꺾어버렸다고…. 당시 사회 모습…. 비혼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 지금이지만, 여전히 이런 여성의 삶이 어딘가에 있다. TV속 드라마에도, 신문지상을 크게 장식한 사건에서도, 여전히….

 

하야시 후미코의 <철 지난 국화>는 나이를 먹어가는 여성의 삶을….

 

쉰여섯,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허투루 세월만 보낸 건 아니다. 19살에 게이샤가 됐던 주인공 긴은 말한다. ‘아직 애인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인생에서 믿고 의지할 만한 건 그것뿐이야.’ 한때 연애했던 남자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 긴은 생각에 잠긴다. 아직도 생기를 잃지 않은 몸뚱이, 한때 사귀든 남자들은 전쟁이 끝난 뒤, 소식이 없다. 긴은 요정이나 술집을 차리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자신의 쉰을 넘긴 여자라는 사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회상한다. 한때 자신을 스쳐 갔던 남자들을…. 다베라는 육군소위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와 재회한다. 외모는 여전히 서른일곱 여덟으로 보이는 긴, 자신의 돈을 노리고 찾아온 젊은 옛 애인 다베, 젊음과 물질에 대한 욕망이 충돌하고, 남자와 여자 젊다는 것과 나이 든다는 것이 무엇일까?

 

 

다무라 도시코의 <그녀의 생활> 맞벌이 부부의 세계

 

100년 전 이야기다. 맞벌이 부부의 결혼과 육아, 일에 대한 남녀의 관점 차이와 문제의식이 실려있다. 주인공 마사코, 여성은 인습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 깨닫는다. 해피엔딩, 주인공의 내면 갈등은 결국 사랑으로 마무리…. 현모양처의 시대, 여전히 이런 사고는 우리 주변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 모습은? 이를 두고 당대에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럴 수 있겠다. 맞벌이부부라는 게 당시에는 아주 드문 일?, 아니 오히려 일본사회에서 아주 드문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백 년 전의 소설, 여전히 그들이 꿈꿔왔던 그런 세상은 아직도 오지 않은 듯하다는 느낌이 든다. 뭔가 지금 잘못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세상을 앞서나가는 여성 작가들 그들에게 보였던 그 새로운 세상의 기운이란 게 뭐였을까? 무척 궁금하다. 

컬렉션 3에서 기대를 해볼 수밖에….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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