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장례식
박현진 지음, 박유승 그림 / 델피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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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식에서 시작된 어느 화가의 삶과 그림 이야기- 어른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책-

당신의 삶에 새들이 깃들기를

 

 

화가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6년, 아버지가 살던 집은 ‘천국미술관’으로, 박유승 화백이 그린 그림과 남긴 <화가의 작업 노트>에 그림에 관한 느낌이 실려있다. 

아버지는 화가요, 엄마의 남편이요, 교사라는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이 섞여 있었기에 화가라는 정체성은 아버지 삶에서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모든 이들이 몇 개쯤의 페르소나(가면, -사회적인 모습, 교사, 화가 등의 얼굴을 각각)가 있다. 

 

몸과 마음(정신)의 병을 얻은 후, 화가의 모습이 두드러졌을까?, 힘든 정신, 온몸의 세포를 갉아먹어 들어오는 암세포들과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소천 전까지 화폭에 당신이 세상살이하면서 하고픈 말을 담아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들게 하는 글들이 실려있다.

 

 

참으로 신선한 작품 구성이다. 돌아가신 날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와 그림이 어우러지는 편집은 낯설지는 않지만, 화가의 작업 노트를 실은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 할까, 아무튼 그림 감상과 화가의 작업 노트, 그리고 작가 글이 한데, 묶여있는 듯하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 작품으로 말하는 아버지는 작가의 귓전에 대고 그림을 술회하는 듯….

 

47년생의 화가는 48년 4.3일 제주도 어디선가 벌어졌던 학살현장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작가의 아버지가 첫 돌이 채 되기 전, 그의 아버지를….

 

고모는 해녀였다. 아버지의 누나, 가장 없는 집, 젊은 시절 제주 여성은 모두 해녀여서, 굳이 해녀라 부를 필요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는 굳이 고모에게 ‘해녀’라는 이름을 달아주었다. 마치 훈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속절없이 늙어만 가는 누이를 보며, 시절이 그랬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하기엔 미안한 마음이 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화가의 작업 노트 중>

 

해녀를 그리는 것이 난감하다. 허리에 찬 납덩이 벨트와 온통 검은색을 회화로 처리하기가…. 하얀 무명옷을 입은 해녀를 그렸다. 젊은 날을 해녀로 살다가 노년에 타지에 나가 사는 누님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이다.

일 년 내내 쉬는 날이 없던 그네들의 삶을 그린 것이다. (50쪽)

 

죽은 아버지는 부끄러움을 모를까?

 

 

 

아버지는 수치심 때문에 암 말기 증상 때문에 관장을 해야 했는데, 이를 거부했다.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것이다. 자존감일까, 자존심일까, ‘염습’을 하면서 몸 구석구석을 모르는 사람이 닦아낸다. 얼굴은 평온하다.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지켜보는 것을 과연 허락했을까, 아버지는…. 이게 정말 아버지를 위한 일일까, 

섬세한 감정이 묻어난다. 

 

발가숭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아버지, 오랜 시간이 흘러서, 또 발가숭이로, 아마도 부끄러움도 모른 채 제주의 대자연 속에 발가벗고 뛰놀던 유년의 기억. 어쩌면 그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일는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

 

이 글의 마력일까, 어느덧 머릿속에 내 아버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장례식날 이런 소회를 담아두기나 했던 것일까, 내가 박현진이었다면, 아버지를 가슴에 담고, 작품에 날개를 달아주었을까, 

 

 

참, 부드럽고 편안한 글이다. 나를 돌아보면서…. 이 책을 읽을 때는 밤이 좋겠다. 따뜻한 차 한잔을 곁들어…. 그림 속에 나를 찾으며, 그곳에 내 아버지가 있는 듯,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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