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의 영역 새소설 10
이수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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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의 영역

 

이 소설<시커의 영역>은 제4회 자음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이다. ‘마녀’는 어떤 존재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 이들에게 ‘마녀’는 신비 그 자체다. 말 그대로 마술을 부리는 사람으로 때로는 사람을 해치는 흑마술을 부리기도 한다. 생김새는 매부리코에 꾸부정한 허리, 손에 쥔 긴 단장,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여성이다. 이것이 마녀의 이미지다. 

이연타로점을 열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점을 쳐주는 이연, 이야기는 12살 난 딸 이단, 그리고 단이 친구 로운, 어떤 연유로 로운이 한국에 살게 됐는지, 일설에는 프랑스 아이란다. 

 

엄마를 찾는 이들은 글쎄다. 자기 믿음을 확인받으러 오는 이들인가, 아니면 뭔가 눈에 보이지 않은 기운을 찾는 것인가, 

 

사람들은 스스로가 과학적 사고를 하는 지성인이라는 믿음, 혹은 종교인으로서의 양심 같은 것에 억눌려 자신이 인공지능도 아니고 예수도 아닌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 사람들은 마음이 약해지거나 불안할 때, 가끔은 그저 재미 삼아 점을 본다. 

 

 

 

점괘를 알려주는 순간, 다시 한번 봐달라는 애원형, 저녁 메뉴까지 결정해달라는 의존형, 뭘 안다고 떠드냐는 불괘형, 그럴 리 없다는 부정형, 그럴 줄 알았다는 체념형, 이것이 인간군상의 모습이다. 시커는 점을 보러온 사람이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영역이다….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삶의 여정을 말하기도 한다. 단이처럼...

 

마녀 이연(李緣- 인연 ‘연’)이야기, 이연은 단이 아빠 에이단을 어떻게 만났으며, 어떻게 해서 단이가 태어난 걸까?

단이는 마녀다. 보름달이 뜰 때, 엄마를 보고 한 눈에 반한 에이단이 단이의 생물학적 아빠다. 엄마보다 16살 어리다. 이렇게 신성한 기운이 타고난 단이...

 

이야기의 여정은 엄마 이연의 12살로 되돌아간다. 미국에 유학 온 아버지와 간호사로 일하던 엄마 그리고 연 이렇게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엄마와 아빠는 죽었다. 연 또한 사경을 헤매던 중 

 

영혼을 부른다

일어나 나에게로 오라

나는 자연의 심장이니 

우주에 생명을 주리라

나는 그녀이니(90쪽)

 

희미한 숨이 이연에게로 들어온다. 이렇게 신비한 현상을 경험하고 살아난 연은 키르케라는 마녀에 입양됐다. 이 또한 인연인 것이다. 

 

 

 

16살의 이연은 1974년 4월에 미시시피강 상류의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봄의 마녀’ 모임에 참석하여 마녀선언문을 낭독한다. 

 

16살에 엄마와 미국으로 온 단이, 에이단과 만나기로 한 날, 에이단은 사고에 휘말려 동양인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온 몸으로 그를 감싸안다가 총에 맞는다. 중환자실에서 죽어가던, 아니 생명이 다한 그를 엄마 이연은 헤이든을 데리고 마법이 깃든 장소로, 마녀들과 함께 간다. 마법의 심폐소생술을 하러... 마녀들의 힘으로 숨을 돌린 에이단, 단이에게 인사를 하고, 숨기척이 빠져나간 에이단은 꺼진 전구처럼 그렇게 숨을 거뒀다.

 

에이단이 뉴욕으로 가던 날 뽑았던 카드 ‘메이저 아르카나 12번’ 매달린 남자는 시련과 희생을 의미한다. 이단은 엄마 연에게 카드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했냐고 묻는다. 단이는 타로점 해설을 펼쳐본다. 

 

 

일반적으로 형틀을 이루는 나무는 죽은 나무지만, 이 나무에는 새싹이 돋아 있습니다. 아직 생명이 있다는 뜻입니다. 남자는 죽음의 형벌을 받은 것이 아니라 생명의 길을 위해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157쪽

라고 쓰여 있다. 에이단이 죽은 날부터 단이에게 뿌리내린 죄의식을 어디든 전가하고 싶었다. 

 

아빠 에이단이 보호했던 류이와 단이... 운명은 그렇게 이어지나 보다. 세상이 인연의 줄로 엮이듯, 엄마 이연도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다시 한국을 찾은 단이...

 

 

 

 

 

이 소설 속 마녀는 관성적인 그런 이미지의 마녀가 아니다. 보이는 것만 믿는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인간과 자연의 힘, 자연과의 소통을 부정한다. 사람을 어떻게 살리든 무슨 상관일까, 하지만, 의사면허가 없이 활인하는 행위는 범죄란다. 사람사는 세상에서 자연과 소통하는, 자연의 힘을 의심없이 믿고 하나되는 것은 자연의 순리가 아닌가, 

 

‘마녀’는 1980년대 영화 <위험한 정사> 속 주인공 댄과 유망한 직장 여성 알렉스, 이들은 만나, 하룻밤을 같이 지내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자, 요즘 말하면 쿨하게 즐기는 거야로 시작했지만, 그 사이에 알렉스는 임신하고, 낙태하라는 댄에게 알렉스는 말한다. 내 나이 서른셋, 어쩌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라는 말, 자신감 넘치는 자유로운 직장 여성의 페르소나를 걷어내고 자신을 아내와 어머니 위치로 데려가 줄 구원자를 따분하게 기다리는 비참한 여성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 마치 에이든과 이연의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어린시절 이연의 겪었던 마녀사냥…. 마녀 망치, 실비아 페더리치는 <캘리번과 마녀>(갈무리, 2011)에서 이렇게 말한다. 악의 기운이 그 고통을 막아준다고 죽이고, 또 고통을 더 이상 이기지 못해 모든 것을 체념하고 마녀라고 하면, 마녀여서 죽는다. 한 번 걸리면 영락없이 빼지도 박지도 못한 채 죽임을 당하는 것이 바로 “마녀사냥”이라고...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로 이어지는 마녀의 계보...

 

이 소설은 흥미롭다. 읽을 때마다 자꾸 씩씩한 마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단이도 이제 입회식을 치러야 할 나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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