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는 비폭력 투쟁기
외즐렘 제키지 지음, 김수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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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혐오와 공존은 불가능한가? - 장마르크 로셰트의<늑대>는 공존 가능함을 보여주는데

 

얼마 전 장마르크 로셰트<늑대>(리리, 2022)를 읽었다. 양치기와 늑대는 절대 양립할 수 없다는 양치기 영감의 사고방식을, 그가 쏘아죽인 어미 늑대의 어린 새끼는 그 영감의 자연과 함께 나누는 방식이라는 배려로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어느 날 양 떼가 전몰했고, 그가 아끼고 사랑했던 목양견마저 죽었다. 양치기 영감은 이 모든 것이 그 어린 수컷 늑대의 보복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는 사고였다. 복수심이 불탄 양치기는 수컷 늑대를 쫓기 시작했다. 눈 내리는 겨울 3천 미터가 넘은 산에서…. 다리를 다친 양치기, 눈에 파묻혀 죽음을 기다리는 그를 구하기 위해 늑대가 눈을 헤치고 있었다. 그가 눈에서 나오자 늑대의 어린 시절 양치기가 던져 주었던 산양고기를 그의 앞에 놓아두었다. 이날 이후 두 번 다시 양 떼가 늑대에게 공격당한 일은 없어졌다. 양치기는 죽은 양을 그 늑대 어미를 쏴 죽였던 그곳에 놓아두었다. 양치기와 늑대의 공존은 자연스레…. 아마도 인간이 자연과 함께하는 길이라는 것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책<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을 읽으면서, 덴마크 사회의 무슬림 혐오에 관한 이야기들이 마치 늑대와 양치기처럼, 쌓이고 쌓인 오해들의 상호작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혐오의 근원

 

함께 살 수 없는 적대적 관계, 이는 모두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주인공은 쿠르드족 출신의 터키에서 태어난 무슬림으로 부모와 함께 덴마크에 이민했다. 거기서 간호사가 됐고, 결혼하여 세 아이의 엄마이며, 8년간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그의 앞으로 쏟아져 온 혐오 메일, 양키 고 홈이란 구호처럼 파키(무슬림을 덴마크에서 부르는 비어)는 제 나라로 돌아가라고, 그의 시아버지는 덴마크인들이 우리를 선의로 받아들이고 삶을 터전을 일구도록 배려해주었는데, 배은망덕한 이민자들이 덴마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혐오 사회, 재일동포 작가 이용덕의 <당신이 나를 죽장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시월이일, 2021)에서 작가는 이 책을 읽고 일본에 죄를 묻는 것보다는 세계적으로 만연해 가는 헤이트(혐오)와 소수자들에 대한 부당한 취급이 차별을 바탕에 둔 것일까? 를 생각해보자고 한다. 또 최인철 외<헤이트>(마로니에북스, 2021)는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카롤린 엠케의 <혐오사회>(다산서당, 2017) 는 앞서 언급한 이들이 제기하는 의문의 바탕에 흐르는 혐오와 증오의 메커니즘을 분석, 비판하며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엠케가 본 혐오는 단순한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다름’을 이유로 누군가를 멸시하고 적대하는 행위에서, 또 그런 행위를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태도에서 사회적으로 공모된 것이다. 또 혐오 때문에 사회적 긴장이 높아지면 언제든 통제하기 어려운 집단적 광기와 폭력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혐오의 상호작용

 

혐오 메일을 보냈던 이들에게 지은이는 ‘커피타임’을 제안한다. 그에게 혐오 메일을 보낸 네오나치와 그의 지지자들은 스킨헤드나 건들거리는 건달들이 아니라 반듯한 직장과 복장을 한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다. ‘편견이 빚어낸 오해’들, 무슬림을 혐오하는 이들은 모두 과격하고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다. 지은이는 무슬림을 혐오하면서 자신에게 혐오 메일을 보냈던 이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설득과 이해를 바탕으로 무슬림에 관한 혐오는 누그러질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덴마크의 역사를 보면서, 100년만 해도 여성에게 인정되지 않았던 투표권, 44년 전까지 낙태가 불법이었다. 그리고 36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성애를 질병으로 여겼던 이들, 아동 체벌도 20년 전에 불법이 됐다. 이렇듯 세상은 변해왔다. 혐오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상호이해가 가능함을 믿는 지은이는 혐오주의자와의 대화에 나섰다. 먼저 킴, 앙겔로, 지미, 그리고 한국인 출신 입양아 미, 그리고 무슬림들을….

 

하지만, 지은이 자신 또한 이들에 대한 이해의 눈과 열린 마음이 부족했음을 시인한다. 혐오는 상호작용을 통해 확산하고 굳어진다는 것을…. 혐오가 누구의 탓인지를 묻는 것 가 자체의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그래도 지은이는 차이가 차별되지 않고 다름이 혐오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대화뿐이라고 말한다. 

 

무슬림을 혐오하는 이들, 혐오대상인 무슬림들의 반응과 사고법 ? 건널 수 없는 강-

철길처럼 영원한 평행선이 이어질 것인가?

 

무슬림이라고 모두 같은 태도로 이슬람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며, 덴마크인이라고 모두 무슬림, 인종혐오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 다만, 미디어와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혐오, 인종차별이 미화될 수도 있다는 점, 무슬림 커뮤니티 안의 극단주의자들, 이맘을 외국에서 데려오고, 덴마크말을 못 하며, 남녀를 구분 지어 진행하는 예배, 덴마크인들 눈에는 위화감이 들 것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불안과 두려움’이야말로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 집단 사이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의 주범이라고….

9년 동안 이어온 ‘커피타임’, 매번 대화를 마치고 나면, 틈을 확인하고, 생각이 다름을 느끼며, 지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닌 끝없는 여정, 합일점을 찾기 위한 신념의 행동은 덴마크 사회를 바꿔놓을 것인가? 

 

민주주의는 요원한가

 

지은이는 커피타임의 대화-무슬림 혐오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건- 둘 다 대화를 통해 태산도 옮길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그는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은 것뿐이다. 그의 싸움도 나만큼 정당하다. 무기나 강압적인 행동을 동원하지 않는 한, 나만큼 그도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투쟁할 권리가 있다고.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라는 확인과 그의 사고에 대한 존중이 똘레랑스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하나씩 문제를 풀어서, 무지의 벽을 허물어가는 것만큼, 힘든 것은 없겠지만….

 

 

이 책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 사회는 난민, 이주노동자 등 다문화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지은이가 말한 ‘다름’ 에 장애인, 여성,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모두 포함된다.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 사회는 혐오에 대해서 제대로 된 논의를 해야 한다.

언제쯤 서로 다름을 인정할 것인가 너무 서둘지 말자, 지은이는 10년 동안 ‘커피타임’을 해왔다. 언제 끝날지 모를 여정을, 큰 감동이다. 늘 대화를 마치고 나오면 커다란 벽을 느끼고 평행선을 달리는 듯한 느낌…. 무슬림은 무슬림 나름대로 덴마크인 또한 그들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들이 있고 그 바탕에 깔린 불안과 두려움이 주범이라고…. 너무 빠른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조급함을 앞세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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