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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길 - 엇갈린 남·북·미의 선택
라종일.김동수.이영종 지음 / 파람북 / 2022년 2월
평점 :
하노이의 어설픈 중매쟁이 남한
이 책<하노이의 길>은 세 명의 북한 전문가가 모여 논의하며 정리한 책이다.
필진은 김대중 정부 때 국정에 참여, 국정원 해외 담당 차장까지 했던 정치학자 라종일과 북한의 엘리트 출신 연구자 김동수 그리고 북한학을 전공한 언론인 이영종이 남북통일과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데 있어 이들 필진은 북한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공산주의, 유교와 전시용 주체사상 이론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고 말한다. 북한 이데올로기를 아래와 같이 요약했다.
“조선인들은 혈통이 지극히 순수하고 따라서 매우 고결하기 때문에 어버이 같은 위대한 영도자 없이는 사악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144쪽)
인종에 기반을 둔 북한 세계관을 굳이 전통적인 좌우 스펙트럼으로 보자면, 극우다. 파시스트 일본의 세계관과 비슷한 점이 많다. 아무튼 필자들의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즉 남한에서 민족통일의 ‘민족’과 북한이 생각하는 ‘민족’개념에는 온도 차가 있어 보이는데. 이는 ‘순수혈통 기반한 인종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주로 ‘하노이회담’에 이르는 과정과 그 회담을 둘러싼 북?미 그리고 남한의 노림수들이 어떻게 얽히고설켰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여전히 비밀이 많은 삼국간의 관계, 필진도 정확히 알 수 없어 앞뒤 맥락과 자신들의 경험과 그간의 자료 등을 통해서 공백을 메꿔나가고 있다. 관련 문서가 공개될 때까지는….
이 책은 150여 쪽의 분량이지만, 그간 언론보도 등에서 부분적으로 다뤘던 내용을 총체적으로 조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 구성은 4장으로 삼국 모두 나름의 희망과 기대로 시작된 여정(1장), 북과 미국 사이에 놓인 남한의 처지는 운전자인가 중개인인가 하는 역할의 문제와 북미 관계 속에서의 위상을(2장), 결국 실패로 끝난, 아니 처음부터 북미 모
두 자국 내 사정으로 이러한 쇼가 필요했을지도 모를 정도라는 추론 제기(4장)로
결론은 이렇다. 사람이 있는 햇볕, 사람이 있는 통일이 바로 진정성 있는 통일 노력이라는 걸 강조한다.

필자들은 일본도 북에 납치됐던 자국민을 데려오고, 미국도 이미 오래전에 억류된 군인의 송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남한은 어떠한가, 우편물 왕래도 가족의 만남도 봉쇄됐고, 양국 고위층인사의 기분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운운하는 게 맞는 거냐고….“인권”이 실종된 형식만 남은 일련의 통일정책이 과연…. 남북통일이 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기대로 상징적인 “종전선언”이 실효성이 있느냐며, 현 정권의 통일정책을 꼬집고 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일본의 고이즈미 정권 시절 매파였던 아베 신조가 북으로 가서, 북에 납치됐던 자국민을 만나 데려온다(물론 고향 방문이라는 명목이었지만, 실제로 돌려보내지 않고, 각각 그들의 가족까지도 일본으로 오게 되지만), 북과의 국교 정상화를 위한 노력, 천만에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들에게 남북 분단상태는 늘 자국민을 통제하는데 유효한 수단이다. 강약조절을 해가면서, 하루라도 북쪽 사정을 놓치지 않고, 언론을 통해 내보내고 있는 저의는 뭔가, 핵미사일시험 자국 영토를 지나 공해상에 추락, 북한경제제재 등 정세의 불안감을 조성해야 국내 문제 등으로 권력층을 향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그들의 정권 유지와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북한 납치귀향자(니가타의 하스이케 가오루(蓮池?-김훈의 칼의노래를 “孤?”라는 제목으로 일본어로 번역, 현재 니가타산업대학준교수)씨는 북한생활에 대해서 말한다. 아래(143쪽 인용문)과 같은 맥락으로 인식하고 있다. 식량난으로 시달리는 북한과의 납치자 송환 등은 댓가를 지급하고서라도 진행돼야한다고. 필자들과의 온도차를 느낄 수 있는대목다.
이래저래 살펴보더라도 북미와 남한 관계 속에서만 놓고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6자 회담의 의도도 함께 봤어야 한다. 미국 또한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는 터에 북한에 아직도 억류 미국 병사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이다. 어떻게 하든 데려와야 정권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동상이몽을 꿈꾸는 관계 속에서 펼쳐진 정치쇼가 하노이회담이다.
과연 하노이회담은 어떻게 된 것인가?
평창올림픽에서 보여준 북한의 변화와 남북한 정전선언 등 햇볕정책 이후, 부침이 있었지만 현 정권의 종전선언을 이끌려는 의지와 어떻게든 북한에 대한 미일 등의 경제제재 완화 유도 등, 환경조성에 주력한 듯한 인상이다. 또한, 어찌 보면 북한의 핵무장에 관한 현 정권의 인식을 드러내는 부분인데 필자들의 분석은
“이번 정부는 북한 내부의 변화에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국제사회나 특히 미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에 변화를 추구하려는 그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적대적이며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에 더 근접한 자세 같습니다.” (143쪽)
라는 대목이다. 아주 이상한 해석 혹은 해설이라는 생각이 든다(참조; 이승열, 이승현 “북한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주요 내용과 시사점” 이슈와 논점(1797호, 국회입법조사처, 2021.2.9.), 이승열 등은 김정은 위원장은 로동신문을 통해 남북관계가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언급, 관계 악화에 아쉬움과 향후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두는 복합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썼다.
하노이의 동상이몽
이 회담의 결론은 이미 예측됐다. 트럼프는 체면 유지, 협상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듯했고, 북한으로서는 이 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얻어 낼 것은 별로 없을 것으로 여긴 듯했지만, 어쨌든 국내용으로 정상들의 만남을 추진했다는 점, 오히려 이 회담으로 보복을 당한 것은 북한의 외교관도 트럼프도 아닌 현 정권의 통일정책이었다. 어설픈 중매인으로 나섰다가 뺨을 맞은 셈이다.
하노이에서 트럼프는 북한의 비핵화, “최종적이며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였는데 이전의 수준인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복구 불가능한 비핵화(CVID)”보다 ‘검증’을 강조한 것으로 이제껏 북한의 거부반응을 보이던 검증을 강조, 최종적으로 협상 결렬을 유도한 듯 보인다.
필자들이 분석한 통일의 걸림돌 네 가지를 음미해보자. 첫째는 정체성이다. 남한의 대북 지원이 있을 때마다 북의 지도부는 위기나 자괴감으로 받아들여, 도움은 당연지사라는 주장으로 대응 논리를 개발했다. 둘째는 남북 사이의 불균형, 이는 현실 문제다. 셋째, 과거의 나쁜 기억들, 김신조 사건 등을 비롯한 남한 정부 요인 암살이나, 포섭 시도들 이를 ‘이념의 혈친화’현상이라 했다. 해방 이전 독립운동 과정에서의 갈등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것들이 미래 개척의 걸림돌이라 봤다. 넷째, 국제 정치환경, 6자회담에서 보여지 듯,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통일로 향하는 데 어려움이 마치 지뢰처럼 널려있다.

남북한 모두 일상 속의 파시즘, 주권독재다
이 책을 보면서, 왠지 모를 꺼림직함을 느낀다. 임지현(외9)이 섰던 <우리 안의 파시즘 2.0>(휴머니스트,2022)의 국가주의와 인종주의, 식민주의 남성상 등, 일상 속의 파시즘이 자꾸 떠오른다. 필자들이 북을 파시스트라고 에둘러 말했지만, 임지현 등도 남한 사회를 파시즘이라, 주권독재의 경향성을 지적 비판하고 있다. 남북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인종주의 등을 가지고 있다.
‘하노이회담’을 소재로 햇볕정책을 기점으로 남한의 대북한 통일정책을 어떻게 유지해왔는지를 짐작게 하는 대목 등 아주 중요한 정보와 사실들, 그리고 북한의 핵무장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하는 인식의 문제 등, 실은 이 책은 우리 통일정책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과감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형식적인 통일은 의미 없다. 통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혁명 같은 변화 없이는 꾀하기 어렵다는 등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여러 모순이 분단으로부터 시작됐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분단 70년 여년 이미 두 세대가 흘렀다. 2015년 KBS 생방송<이산가족 찾기>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올랐다. 이게 자랑할 일인가….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