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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알고리즘 - 인간의 뇌는 어떻게 행동을 설계하는가
러셀 폴드랙 지음, 신솔잎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습관의 알고리즘
인간의 뇌는 어떻게 행동을 설계하는가, 이 구조만 알면, 오래된 습관을 고칠 수 있다.
습관이란, 국어사전에서는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나,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적 고정된 반응 양식이라고 풀이한다.
습관의 공식, 왜 습관은 고쳐지지 않을까, 너무 케케묵어서 관성이 생긴 걸까, 아니면 자제력, 인내, 의지가 약해서 그런 걸까, 이에 관하여 지은이 러셀 폴드랙은 단호하게 말한다. 뇌는 뭐가 좋고, 나쁘고 하는지 그 가치에 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는다. 다만, 오랫동안 무의식적으로 몸이 기억하는 행동이 뇌의 신경회로에 안정적으로 정착되었기에 그런 것일 뿐이다. 습관이 좋고 나쁨은 세상 사람들이 가치판단에 따른 것이다. 나쁜 습관이란 오랫동안 지속적 반복적으로 이뤄지면 심신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인 줄 알면서도 행하는 것(술, 담배, 오락 따위)이기에 나쁜 습관이라 평하는 것이다. 한편, 일하는 법(작업절차 등)을 익혀, 숙달되면 자동적 특정한 맥락(상황, 조건, 환경)에서 일어나는 행동 양식 또한 습관이다. 이런 행동은 매번 일할 때마다 고심하지 않고 결정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상의 루틴이 된다. 이미 살아본 어제의 삶이 오늘의 내 선택, 내 삶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그것이 습관이다. 그래서 좋은 습관이 중요하다.
이 책은 뇌가 어떻게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면,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주요 골자다.
습관은 의지 부족, 자제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뇌의 활동문제다
뇌는 왜 습관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일까? 지금도 신체 에너지의 20%를 쓸 정도인데, 인간이 행하는 모든 행동(신체적 움직임이나 생각 패턴), 행위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판단하고, 평가하고, 선택하는 일을 한다면, 뇌는 터지고 말 것이다. 뇌의 능력을 겨우 사용할 정도인데 하루에 보통 혹은 적어도 200번 이상의 무의식적,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 하나하나씩 판단하고 평가해 행동을 실행에 옮길지를 결정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상상만 해도…. 무의식적 습관은 어쩌면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목표지향적 행동과 습관의 차이는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 한다. 삶의 선택 중에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하는 선택과 목표와 상관없이 상황이나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선택이 있다. 습관은 후자를 말한다. 습관을 단순히 행동과 버릇이라고, 고쳐야 한다고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처럼, 유명한 배우가 20년 동안 알코올과 마약을 끊었다고 즉, 중독에서 벗어났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한순간에 중독상태로 돌아가는 게 습관일까? 이 메커니즘은 간단하다. 습관의 없어지는 게 아니라 강력한 또 다른 무엇에 의해 잠재워질 뿐이다, 즉 새로운 습관이 형성되면 오래된 습관이 사라지는 게 새 습관 밑에 깔려있다가 어떤 계기나 사건으로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잠재적이다. 또 다른 표현으로 습관형성과 중독은 충동에서 강박으로 전이되는 과정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환자치료를 위해 새로운 습관형성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습관을 못 하게 다그치고, 자제력이 없네, 인내심이 부족하네, 의지가 굳지 못하다는 비판의 소리는 모두 오해다. 뇌가 어떻게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모르는 즉, 무지 때문이라는 점을 지은이는 밝혔다. 못된 습관을 고치지 못한다고 별별 소리를 다 들었던 이들이 무척 억울해하겠지만, 습관은 자신이 만들어낸 루틴인데 누구를 탓하겠는가, 그게 아니야 문제는 뇌라고, 우리는 몰라도 너무 몰랐다. 습관이란 행동이 좋든 나쁘든 뇌 신경회로에 너무나 묵직하게 자리 잡고 안정적으로 형성(뿌리를 내려버려서)되어 고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가 하는 이야기는 알기 쉽다. 게임이 중독에 빠진 아이(습관에서 중독으로)를 치료한답시고, 게임기를 빼앗아 못 하게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운동이나 다른 새로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습관의 공식(알고리즘)을 알아야 나쁜 습관(술, 담배 따위)을 고칠 수 있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에 이를 고치는 것은 '시간'이다. 또 하나, 우리가 아는 습관은 그저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의 삶 전체가 습관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해보자. 그래서 습관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삶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지 않겠는지, 오십견을 앓아본 사람은 밤잠을 이룰 수 없는 어깨의 고통을 너무 잘 안다. 시간이 흐른 뒤 팔도 조금씩 올라가면서 통증이 줄어들고 잠을 푹 잘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이 달리 보이는 것과 같지 않을까,
이 책에서 얻은 힌트들
목표지향적인 행동과 습관적인 행동의 상호작용에 주의를 기울여라. 행동 변화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신체 행동에만 습관이 있는 게 아니라, 생각에도 습관이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과 행동, 말은 습관성이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만들어진 습관을 의식세계로 끌고 들어와 이를 목표지향이라는 양념을 쳐두면, 내 습관이 뭔지 알게 될 기회가 생길 것이고, 이를 고쳐보려는 노력이라도…. 습관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잠재울 수 있을 뿐이다. 뭐 맥아더가 물러나면서 했던 유명한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처럼….
이 책은 습관을 철저하게 이리저리 톺아보고 있다. 습관은 왜 생기는 것인지, 뇌 활동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등등, 습관 바로 이해하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뇌의 습관 시스템이 어떤 작동원리로 돌아가는지를, 특히 습관형성의 두 가지 메커니즘은 꼭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다음 단계로 나와 또 다른 나와의 투쟁이, 여기에서 등장하는 게 실험심리학 등에서 나오는 강화학습(스키너 등)의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제 여기까지 이해했으면, 본격적인 습관 다스리기,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습관을 만들어보는 과정이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한데, 지은이는 이를 행동 변화에 대한 과학적 접근법이라 했다.
습관은 정말 고칠 수 있을까? 성공을 계획하는 법, 이 대목은 함께 읽어야 할 대목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습관은 고칠 수 있는 것인가? 지은이는 기억의 삭제와 와해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기억을 리셋한다는 것이다. 약으로 행동 변화를…. 개인 맞춤형 습관치료 등을 이야기한다.
습관 변화를 위한 메커니즘
메커니즘은 “환경, 습관, 목표지향적 행동”이다. 우선 환경은 우리를 어떤 행동에 가까워지게 이끌기도 하고, 또 어떤 행동은 멀어지게 한다. 그래서 변화를 위해서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습관, 습관의 지속성은 행동 변화의 걸림돌이 된다. 지속성이 단절 장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목표지향적 행동, 즉 장기적 목표에 부합하는 행동은 즉각적인 충동 또는 습관을 억제하는 억지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만드는 데는 ‘명상’수행 등도 좋은 방법이다. 우선 내가 인식하는 나를 내 안의 있는 또 다른 나(습관)를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건강진단 때 늘 폐암 고위험군이라며 담배를 끊으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이런 의학적 소견, 그런데 병원 문을 나서 몇 걸음을 옮기는 순간, 갑자기 담배를 찾는 나를 보자. 얼마만큼, 어느 정도의 강도로 ‘금연’권고를 받아야 담배를 끊을 것인가, 담배 대신에 다른 무언 가로 내 안에 있는 나를 설득해야 하는데, 게을러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뇌가 행동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인지…. 여전히 실천행은 어렵다.
습관은 나쁜 습관, 좋은 습관 등의 가치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굳어진 무의식적 행동들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장기간 지속하면 심신에 악영향을 미치는 그런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바로 이 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습관의 메커니즘과 행동 변화를 위한 과학적 성과들을 소개하고 있기에 정보로서는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개인의 인내, 자제력, 의지박약, 소심 등의 부정적인 성격이나 기질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이상한 아이 취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겠다.
이 책은 뇌의 활동과 인간 행동의 관련성에 관한 많은 정보가 실려있다. 습관이란 주제 외에도 많은 힌트가 여기저기 지뢰처럼 흩어져 있다. 정독하든 속독을 하든 관계없다. 2부부터 읽어도 되고, 관심 있는 장부터 읽어도 관계없다.
강준만의 <습관의 문법>(인물과사상사) 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그는 습관은 독재자라고 규정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습관은 오랫동안 반복한 행위로 결국 인간의 천성이 된 것이라 봤다. 사람은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에 따라 판명된 존재다. 따라서 우수성이란 단일 행동이 아니라 바로 습관이다이라고...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우리 삶이 일정한 형태를 띠는 한 우리 삶은 습관 덩어리일 뿐이다”고 했으며, 더 나아가 “습관은 사회의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거대한 바퀴이며 가장 중요한 보수적 힘이다”고 했다. 늘 입던 유형의 옷을 바꾸는 게 쉽지 않듯이, 습관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습관을 구슬리기 위해선 우리 인간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뇌과학이 어떻게 행동변화를 설계하는가가 이어진다면...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