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공식 - 우아하게 내 몫을 챙기는
쟈스민 한 지음 / 토네이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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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도 사칙연산이 있다. 

 

말에 뭔가를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는 요소(+, -, ?, ÷)가 양념처럼 작용한다면, 말은 무기가 되고, 말은 평화와 안전의 보장이 되며, 나를 모두에게 돋보이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주변으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한다. 세 치의 혀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야기는 어릴 적부터 자주 들어온 이야기다. 상대와 나, 같은 언어를 소통의 도구로 쓰면서도 서로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왜 그럴까, 뭣 단어의 뜻, 즉 개념을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를 떠올릴 수 있겠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다르듯, 또한 말뜻을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맥락’ 즉 에둘러서 말하는 ‘고맥락’과 직접 화법을 쓰는 ‘저맥락’의 차이에서 생기는 차이라 할까, 틈이라 해두자. 이게 사소한 정도라면 문제 될 게 없겠지만, 중요한 내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말의 공식

 

1+(4?5)=21

(1?4)+5=9 

 

보다시피 결과는 9와 그 두 배 이상인 21이 나왔다. 이 예는 무엇을 먼저 곱할지를 생각하면 상대를 매료시키고 설득력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오해에서 삼해를 빼면 이해 아닌가(5해-3해 =2해(이해))?’, 이 삼해를 나는 세 가지 헷갈리는 요소로 풀이한다. 오해라는 말 그대로 잘못 이해, 혹은 잘못된 해석이란 뜻이지만 이 역시 5가지의 요소가 있지 않을까? 말보다는 음성, 표정 등에 영향을 받는데, 듣는이가 상대의 말을 들을 때의 감정 상태와 표정, 몸짓, 음성과 말하는 방식에 따라,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5해에서 3해(말하는 방식, 감정, 표정)만 관리하면 ‘이해’로 이어질 것이리라. 

 

이 책은 18년 동안 기업 컨설팅, 코칭 등, 국제무대에서 활약해 온 지은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 다르고 ‘어’다르다는 일반적 차원에서 시작하여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상담기법까지 녹여내 대화의 주제, 상황, 자신이 주도권을 잡을 방안에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대방의 말을 깊이 공감하며, 적극적인 질문, 즉, 초반에 적어도 세 번 이상의 긍정적인 답변 “예”를 유도하여, 긍정심리상태에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등 누군가와 협상을 하거나, 모임의 의견을 집중시키거나 할 때, 염두에 둬야 할 내용이다. 이를 지은이는 “적절깊경” 즉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깊이 경청하라고 하는데, 여기에도 인간의 심리작동 원리를 꿰뚫고 이를 충분히 활용하라는 말이다. 인간은 발전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과 남들로부터 관심을 받고자 하는 등의 허영심의 적절한 결합이다.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적절깊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메시지다. 또한, 고맥락과 저맥락을 이해하는 법, 즉 에둘러서 말하며 말뜻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고맥락’과 주로 MZ세대의 말하는 방법으로 직접 화법을 ‘저맥락’이라 하는데, 이 역시 맥락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김수진<리더의 언어로 말하기>에 이의 취향, 2021-변명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는 맥락 등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이 책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말의 공식은 왜 필요할까?

 

꽤 공감 가는 대목이다. “‘아 괴롭다. 내 의견을 어떻게 말해야 하지? 괜히 이기적이거나 못된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어지간하면 맞춰주고 싶지만 그러면 내가 너무 손해를 보게 될 테고…. 괜히 마음 상하면 서로 괴로우니까 이번 한 번만 그냥 눈감아줄까? 상황이 복잡해질수록 마음이 약해집니다.”(16쪽)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있었고, 지금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 여기서 놓치고 있는 것은 뭘까, 말을 잘한다는 말은 무슨 맥락일까?, 이타적으로 보이는 것이 멋있어 보이고, 좋은 사람처럼 보인다고 하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호구로 보이기도 한다. 진짜로 똘똘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이타적인 듯 보이면서도 이기적인 것도 놓치지 않고, 균형을 잡은 사람이다. “우아하게 내 몫을 챙기는 법”이라 할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것처럼, 말에도 공식이 뭘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눌지를 고민하면, 상대방과 어떻게 대화를 풀어갈 것인가, 나름의 질서가 머릿속에 잡힐 듯, 이 책은 30장에 걸쳐서 사칙연산의 방식을 지은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칙연산

 

덧셈: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듯, 자신의 마음도 경청하여 내 목소리에 힘을 실어야 한다. 

뺄셈: 내 처지를 말하고 싶은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차분하게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질문하자(적질깊경)

곱셈: 상대방에게 승리감을 안겨주고 나는 실리를 취하자.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 중 기억하는 자아에 힘을 실어주자는 말이다. 

나눗셈: 다른 이의 욕망을 건드리면서 내 욕망을 충족하는 방법, 상대방에게 유용한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말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여기에서 상담원칙을 한 번 들어보자. 상대방의 말을 들어만 주어도 상대방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그 해답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상대방의 말을 공감, 비판 없이 수용해주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평가하려 들지 말자. 어차피 문제는 말하는 사람에게 있고,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하고 싶은 말을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과정에서 정리되고, 해결, 해법의 방향이 보이게 마련이다. 시간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기에 더해, 이 책의 핵심인 ’협상‘장면에서는 요구 뒤에 숨겨진 욕구를 읽는 능력 역시 그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이 책의 특장점은 말하는 법, 상대방에게 휘둘리지 않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제목으로 다양한 쟁점과 핵심을 다루는 책들과 다른 점은 ’협상‘에 중점을 두고는 있지만, 사칙연산이라는 점으로 말의 공식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소문난 맛집의 비결처럼, 나만의 사칙연산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 말의 맛을 더하는 게 양념이다. 말도 예술이다. 리더처럼 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어도 내가 하는 말이 ’개소리‘가 되지 않도록, 표정, 감정표출, 억양도 말을 할 때 중요한 요소임을 그래야 오해가 생기지 않고,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될 것이다. 

 

또, 한 가지 몹시 어려운 문제, 내가 안다고 남들이 다 알 것이라는 일반화의 과잉은 피하자, 이 또한 말은 쉽지, 꽤 통제하기 어려운 문제다. 협상인지, 보고인지, 정해진 시간 내에 ’다들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로 시작되는 말‘ 나는 모르는데 모른다고 하면 좀 모자라거나 함량 미달 취급을 받을 것 같아, 모른 척하고 지나간다면, 상대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데…. 실제로 이런 말은 주의하라고 하지만,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역시, 말하는 장소와 내용, 목적에 따라서 준비하는 수밖에, 역지사지의 자세로…. 아무튼 말의 공식, 사칙연산이라도 제대로 이해해 응용할 수 있다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말에 신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덕분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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