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우주로 흐른다 - 문명을 이끈 수학과 과학에 관한 21가지 이야기
송용진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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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우주로 흐른다….문명을 이끈 수학과 과학에 관한 21가지 이야기

 

지은이 송용진은 위상수학자로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단장을 지냈고, 대한민국 수학영재들의 스승이라는 칭호를, 과학기술 훈장 혁신장을 받은 바 있다. 그는 과학이 바꿀 1만 년 후의 세상이 궁금하다고 했다. 또한, 수학과 과학은 우주와의 대화하기 위해 연구되고 발전된 언어라 정의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수학과 과학의 전문분야를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풀어쓴 게 아니라 수학과 과학의 밑바탕을 흐르는 사고, 과학철학들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한다. 즉 수학은 모든 과학의 기본이라는 시각에서 수학이 단지 이론이 아닌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수고로 이 책을 엮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유럽, 아라비아 몽골적, 19세기 과학 등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한, 중, 일 발전과 현재, 인류에게 영향을 미친 과학성과물과 인물, 과거와 현재의 수학 이야기 따위….

 

21가지의 이야기

 

이 책에서 다루는 21가지의 이야기는 과학의 막 태동했음을, 인류라는 하나의 무리 생명체, 자연철학은 어떻게 과학이 됐는지, 현대 문명에서 수학이 하는 일, 수리 자본주시대의 도래 등 우리가 미처 들어보지도 못한 이야기를 담았다. 또, 1000년이란 시간 동안 세상을 바꾼 20인의 과학자들, 종교와 과학의 힘겨루기(신의 세계에서 인간 세계로의 전환), 21세기의 과학전쟁, 그리고 수학적 사고는 왜 필요한지, 1만 년 후의 인간을 상상한다 등 흥미로운 주제다 많다.

 

인류의 출현 10만 년 전, 수학과 과학적 사고가 인류에게 알려진 것은 수천 년 전이지만, 대략 1000년 전부터, 실제로 가동됐고, 사람들이 과학의 영향력 아래에서 살기 시작한 지는 불과 200~300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이다. 미래 사회에서 발전할 가능성이 풍부함을 생각할 때, 우리의 과학은 이제 막 태동한 것이다.

 

과학의 시작 단계, 인류와 과학의 관계에 대한 생산적인 통찰

 

첫째는 과학이 인류의 삶에 미친 영향에 비해 앞으로 과학이 미칠 영향이 더욱 크다는 인식, 둘째는 지금 연구 되는 수학이나 여러 가지 기초적인 이론과학이 미래 언젠가는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믿음이다.

 

과학의 발전과 인류 최대 관심사의 변화

 

빈곤, 종교, 전쟁과 죽음에서 이제는 무엇이 관심사일까? 아쉽게도 돈, 일, 건강이다. 죽음과 종교와의 관계에서 죽음과 의료로 즉 죽음과 신의 관계에서 죽음과 과학 관계로 그 구도가 바뀐 것이다.

사람들이 가난, 죽음, 전쟁에서 벗어난 삶을 살게 된 것은 경제 수준과 문화 수준의 향상 덕분이고 이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이 크다. 역사적으로 보면, 과학기술 발전으로 산업혁명이 시작될 시기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산업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환경오염을 일으켰지만,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서는 새로운 일자리와 환경복원 등의 노력으로 그 공백을 메꿨다. 순환이나 직선 경로의 발전이냐는 관점이나 시각은 여기서는 그리 중요한 접근법이 아니다. 단지, 커다란 틀에서 수학과 과학의 인류발전에 미친 영향들을 스케치하는 정도에 그친다.

 

수리 자본주의 시대의 도래

 

수리 자본주의란 수학과 자연과학 즉 수리(數理)가 자본주의를 이끌어 나간다는 의미다. 즉 과학기술 내에서 각 분야 간의 융합,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 경제학과 수학의 융합 등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수학의 응용에 맞춰 연구하고 있다. 2019년 일본은 경제산업성과 문부과학성이 공동으로 펴낸 보고서<수리 자본주의 시대: 수학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다>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일어날 4차 산업혁명에서 첫째도 수학, 둘째도 수학, 셋째도 수학이라 할 만큼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수학이 국부의 원천이 된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수리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더욱 일반화될 것이다. 미국은 수학자를 30% 고용, 일본은 12% 수준이다. 한국은 이제 걸음마다.

 

명나라 과학은 왜 유럽에 뒤처졌을까?

 

꽤 재미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한 때, 세계 과학의 중심이었던 중국, 왜 과학기술이 정체됐고 결국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유럽에 추월, 크게 뒤처진 이유를, 지은이는 진리탐구 정신이라는 과학철학의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유럽은 르네상스 이후 진리탐구 정신을 바탕으로 과학 연구를 해나갔지만 중국은 실용적인 가치 이상의 과학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했다. 그런가?, 좀 더 주장을 들여다보자. 당대 중국의 과학자들은 자연과 우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나 주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연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중국 사람들은 어떤 과학적 연구이든 바로 실용적으로 활용할 것이 아니면 연구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일부 과학자들이 진리탐구라는 과학철학을 갖고 있더라도 그런 연구를 평생 진행할 만한 직업이나 환경이 제공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울러 유럽과학발전의 환경을 몇 가지 지적했다.

 

그런데, 지은이는 중국의 과학을 서양의 그것으로 단순비교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중국의 자연과학 바탕에는 천자관이 있다. 즉, 하늘의 이치와 변화는 천자만 알아야 하는 고유의 비밀이다. 비가 많이 내려도 가뭄이 들어서 별이 떨어지는 현상은 모두 천자의 지위, 하늘에서 내린 천자이기에 그만이 하늘의 변화를 알 권리가 있었다는 점은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실용적이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당대의 세계관을 더 치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유럽 역시 천동설과 지동설은 단순히 자연현상이 아닌 신의 섭리와 신의 주관에 대한 도전으로 가톨릭교회가 받아들이는 이유다. 종교와 과학,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종교재판의 잘못을 시인한 제2회 바티칸 공회(1962-1965), 바오로 6세는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교회의 임무라고 했듯이 종교와 과학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전환, 즉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이기도 했다.

진화론과 창조론, 이 역시 미국에서는 창조론이 우세하다. 즉, 프로테스탄트 교회를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특히 캘빈파) 와의 관계까지 연결된다.

 

15세기 명나라 영락제 명령으로 항해에 나선 정화함대(1405년~1433년)의 원정 이후, 외국으로 나가는 것을 왜 금지했는지, 과학발전과는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등도 중요한 대목이다.

 

한 가지 일본의 과학발전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 2019년까지 노벨상 수상자가 28명이나 나온 일본을 소개하는 대목도 눈여겨 봐야 할 듯하다.

 

지은이는 수학과 과학의 이론을 쉽게 설명하고자 이 책을 쓴 게 아니라 인문학적 접근으로 수학이나 과학의 딱딱함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보고자 시도했다. 내용 중, 수리자본주의에 관한 소개와 관심 촉구는 공감할만하다.

 

특히 18번째 이야기 수학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는 반드시 읽어봐야 할 곳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판단력은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수학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이 책은 한두 번 읽고 넘어가기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이야기별로 제각각 특징이 있어, 어디를 우선 읽어봐야 하는지를 읽는 이의 취향이다. 다만, 위에서 말한 수학적 사고의 필요성만큼은 반드시 읽어보기 바란다. 덧붙여, 이 책을 읽을 때는 의구심으로 가지고 하나하나 따져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좀 더 많은 공부가 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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