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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평점 :
우리 혹하는 이유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우리는 자주 혹하고 기어이 속는다. 그것도 확신에 차서…. 참으로 그렇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판단과 결정이 이성적으로 생각한 결과라고 믿지만,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직관과 느낌이 판단과 결정을 형성하고, 추론은 이러한 판단과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나중에 따라온다.
이는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재판과정에서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어떤 (형사) 사건을 일으킨 피의자(법원 재판에 넘겨지면 피고인)의 범죄기록과 증거를 보고 적용법조와 형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흔히 말하는 괘씸죄가 끼어들 여지가 많다. 판사는 머릿속으로 이미 유죄라고 판단하고 형량까지…. 그리고 나서 자신의 판단을 뒷받침할 법리를 꿰맞추는 식으로…. 뭐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알만한 사람은 이미 경험 측으로 알고 있을 이야기다. 이런 류도 개소리에 해당한다.

지은이 존 페트로첼리는 여러 실험결과를 끌어다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심리학이 늘 엄숙하고 딱딱하며 신비로운 것만은 아니다. 너는 왜 내 마음을 몰라주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이 옳고, 이를 입증하거나 뒷받침해줄 증거들이 넘쳐난다고 생각한다. 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나머지는 눈길도 주지 않으니 당연히 그럴 테지만, 이런 걸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모든 상황에 적어도 나한테만은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그 믿음,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이른바 아전인수적 사고방식…….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것
왜 우리는 조금만 합리적으로, 조금만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불안, 수상, 의심 그리고 인정, 합리적…. 이런 것들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고 속아 넘어가고, 당했다고……. 할까, 그 이유를 이 책은 조목조목 설명한다. 아 참, 여기서 자꾸만 ‘개소리’라는 표현이 나온다. 영문판 번역서 중에 ‘개소리’라는 자주 쓰는데 개소리가 뭐지, 개가 짖는 소리인가, 우리말로 제대로 표현하면 뭐라고 해야 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뭐 뉘앙스는 알겠다. 우릭 국어사전에는 개소리: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조리 없고 당치 않은 말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또 흰소리를 보자, 터무니없이 자랑으로 떠벌리거나 거드럭거리며 허풍을 떠는 말을 일컫는다.
이 책에서 쓰는 개소리는 개소리와 흰소리의 혼용인 듯하기도 한데…. 개소리를 말을 별로 써보지 않아서 생경하게 느껴지는데, 지은이도 해리 프랑크푸르트의 <개소리에 대하여>를 읽고서야 비로소 자기가 개 소리꾼들에게 평생 둘러싸여 살았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아무튼, 이 책은 프랑크푸르트가 주장에 대한 과학적 해답을 찾기 위해 연구를 해왔고, 개소리 발생원인, 개소리가 개인에게 안기는 잠재적 이익, 개소리가 사회에 파생하는 결과, 개소리의 달갑지 않은 영향을 잘 탐지하고 폐기할 방법 등을 이 책에서 다룬다.

자, 개소리의 개념을 확인해보자. 프랑크푸르트의 견해에 따르면, 개소리는 의도나 인식과 상관없이 진실, 진정한 증거, 확립된 지식과 거의 또는 전혀 관계없거나 이것을 신경 쓰지 않고 의사소통하는 것이라 한다. 또, 개소리의 특징을 보자면, 특정 영역에서 자신이 아는 지식과 역량, 기술을 과장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인상적으로 보이게끔 꾸며내 영향을 미치거나, 설득하기 위해 잘 모르는 사항에 대해 말하는 진실, 증거, 확립된 지식을 무시하도록 설계된 수사적 전략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그 정도는 어떻게 측정하는가, 어떤 주장이 진실, 진정한 증거, 확립된 지식에 근거하는 정도에 반비례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자면 나도 개소리를 자주 하는 편인가 싶다.
개소리와 거짓말의 차이는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동기다. 개 소리꾼과 거짓말쟁이는 같은 말을 할 수도 있지만, 거짓말쟁이는 진실을 숨기려고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현실을 왜곡해 묘사하고 거짓말을 기억하려 하지만, 개 소리꾼은 실제로 자신의 개소리를 믿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진실을 알 필요도 없고, 자신이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부담이 없을 때 얼마나 쉽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 개 소리꾼이 거짓말쟁이보다는 한 수 위라는 이야기다.
거짓말을 듣는 상대방은 금세 거짓임을 알아차리고 화를 내지만, 개소리는 듣는 사람이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거짓말하면 해고당할 수도 있지만, 개소리하면 CEO도 될 수 있다. 뭔가 알쏭달쏭하지만 그렇다.
와인 소믈리에 이른바 전문가도 와인 맛을 모른다. 와인 값이 비싼 이유는 개소리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와인 전문가가 얼마나 와인을 구별해내느냐는 재밌는 실험이 이야기를 싣고 있는데, 결론은 와인 전문가도 와인 맛을 모른다. 제 맘대로 고급이니, 싼 와인이니 판단하는 근거는 포장이나, 선전, 가격, 좀 있어 보이는 선전 문구 등 이른바 개소리에 휘둘리기 때문이란다.
자,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TV 오락 프로그램에 한국 돈으로 20만 원쯤 하는 고급와인(?)과 3만 원짜리 와인 두 병을 놓아두고 와인 전문가가 어느 쪽을 더 비싸다고 생각하느냐는 말 그대로 개소리의 실체를 밝히는 게임이었다. 결론은 3만 원짜리가 훨씬 맛있고, 고급이라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다. 와인 전문가의 판단이 참으로 우습게 여겨질 정도였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바로 마케팅이다. 가격이 비싸면 왠지 고급스럽게…. 이미 뇌는 판단한다.
선입견을 품고 접근하기에 맛도 싸구려보다는 좋았을 것이다. 뻔한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걸 뻔히 알면서도 매번 속는다. 이렇게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그 방법을 적어두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숫자는 늘 진실을 감춘다.
통계니, 백분율이니 하는 걸, 맹신한다. 뭐가 뭔지 모르는데 모른다고 하면 쪽팔릴 것 같아서 아는 체, 이게 바로 개 소리꾼들에게 휘둘리는 이유다. 수치는 진실을 말하는가, 아니면 보고 싶은 것만, 크게 보이게 하는데 알고도 넘어가고 몰라서도 넘어간다. 이 역시 개소리다….
셰리 시세일러의 과학에서 20가지 거짓말이라는 내용으로 펴낸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부키, 2010)도 있고, 또, 대럴 허프는 <새빨간 거짓말, 통계>(더불어책, 2004년, 청년정신.2022),통계야말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절대 쉽게 믿어선 안 되는 거짓말 중의 거짓말”이라고 했다. 통계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온갖 곳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행동 양태에 일정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 독자들은 신문에 실린 주식 폭등 그래프를 보고 쌈짓돈을 만지작거리고, 유권자들은 사표방지 심리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당선권으로 나타난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게 된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라는 산술평균값에 현혹돼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을 놓치게 된다.
이런 통계를 이용한 개소리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총리까지 지냈던 정치가 벤자민 디즈레일리는 이렇게 말한다. 거짓말에는 세 가지가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그 당시에 개소리가 있었다면 아마도 이 표현을 쓰지 않았을까?
성격검사 MBTI도 개소리다. 이건 나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대상화시켜봐야 할 것을 나 중심으로 보면 반드시 빠질 수밖에 없는 함정이 들어있음을 경계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개소리 탐지법- 왜 대신에 어떻게 라고 물어라
테드 강연의 헛소리들을 살핀다. 간헐적 단식에 관한 강연을 했던 설로에 대한 의문들, 설로는 강연 내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만한 진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간헐적 단식의 약점은 생략하고 강점만을, 마치 이것이 모든 건강을 지켜줄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자 이런 개소리를 탐지하는 법은 우선 자료를 수집하고 편견 인식이 있는지 없는지, 편견을 최소화하라, 결론의 타당성 평가, 구상과 적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라. 또, 회의적인 태도와 질문하기를 그치지 마라, 쪽팔리지 않으려고 몰라도 아는척하지 말라는 것이다(218쪽 이하)
왜라고 묻지 말아라. 개 소리꾼은 이 말을 듣는 걸 좋아한다. 왜? 라고 묻는 순간, 현란한 이론과 철학적 논거를 제시하면서 진짜 답변을 보기 좋게 빠져나간다. 그래서 왜라고 묻지 말고 ‘어떻게’라고 물어라. 즉,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라는 일반적인 질문을 고수하고, 무슨 뜻이냐며 반문하는 것이 좋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개소리에 휘둘리지 않을 예방법- 의심하고 경계하고 의문을 제기하라
개소리는 탐지는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보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항도 미리 파악해둔다. 구체적으로는 비교표준, 참조점, 기준점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275쪽 이하).
개소리가 용인되지 않는 세상을 위하여- 과학적 사고라는 안전장치 활용하기
개소리를 탐지하는 과학은 사회 자체를 근본적으로는 바꿀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이런 개소리가 통용되는 환경이 더 이상 진행, 진척되지 않도록 할 수는 있다. 개소리가 더 이상 횡행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생각해본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 영향은 대략 두 가지다. 우선 규범의 사회적 영향, 즉 개인의 가치와 규범에 이끌리지만, 사회적 환경에서는 옳게 행동하려 한다. 그다음으로 정보의 사회적 영향이다(280쪽).
여기에 한 가지 진실을 찾고,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법들을 익혀야 한다. 지은이는 학생들이 비판적이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학교 문을 나서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개소리는 결국, 인간이 갖는 확증편향과 아전인수, 세상의 중심은 나요. 나에게 이런 불행은 오지 않는다. 나만은 예외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개소리를 들으면 개소리라고 말해야만 한다고.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데, 제멋에 사는 게지라는 방관자적 태도는 어느 틈엔가 나도 개소리꾼 대열에 합류하는 셈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