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사인물 가상 인터뷰집 -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실감나게 풀어낸 역사속 소문의 진상
홍지화 지음 / nobook(노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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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물 가상 인터뷰집

 

이 책은 독특하다.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실감 나게 풀어낸 역사 속 소문의 진상에 접근한다. 지은이는 서문에 ‘알아두면 쓸모 있는 역사 이야기’ ‘읽어두면 쓸모 있는 역사 이야기’라 한다. 이 책은 모 기업의 계간 사외보에 연재했던 글들을 다시 정리해서 엮은 것으로 최대한 고증되고 검증된 자료를 참고해서 글을 썼다고 했다. 이 책을 정독하는 것만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알고, 훌륭한 위인들의 삶을 거울 보듯…….

 

그러나 딴지가 걸릴만한 곳이 여럿 눈에 띈다. 지은이는 이글을 소설가가 쓴 상상의 인터뷰라 했지만, 호칭에 관한(대감과 영감) 구분이 모호하다. 아무튼, 우선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3개 파트(장)로 나눠, 파트 1에서는 나라와 백성을 위한 촛불이 되다 편에서는 이순신과 장영실, 김유신, 김춘추, 허준, 정약용, 우장춘, 이휘소, 최영숙과 석주명까지, 파트 2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영원한 2인자로 광해군과 사도세자 그리고 정도전을, 파트 3에서는 예(예술)와 애(사랑)에 살다로 황진이, 신사임당과 허난설헌, 작가 이상, 윤심덕, 나혜석과 김일엽을….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나라와 백성을 위한 촛불이 되다.

 

첫 이야기가 이순신이다. 이순신이 첫머리에 올 만한 이유가 있을까? 박정희의 상무 정신 진작과 관계가 있을수도 있겠다. ‘문’보다는 ‘무’를 숭상하자는 이데올로기로, 프로파간다로 광화문에 이순신 장군이 동상을 세웠는데, 아직도 그 영향이 미치는 것은 아닌지... 물론 군인으로서는 전범이 될만한 성과가 있어, 영국의 넬슨 제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세계적인 무인이자 해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러일전쟁의 쓰시마 해전 장수 일본군 해군 제독 도고 헤이하치로 역시 이순신을 존경한다고 했다는데, 이에 대한 근거는 충분치 못하는 다는 연구자도 있다. 어쨌든간에 일제 강점기 세기 고세이, 사토 데스타로라는 일본인이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이순신을 넬슨과 비교하거나 그보다 훌륭하다고 칭찬한 적은 있다(이종각<일본인과 이순신> 이상 미디어, 2018), 또한, 임진왜란 때 참전했던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도 이순신을 존경한다고 했다고 그의 후손들이 전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전쟁과 무인, 군인의 세계에서는 그렇다. 물론 구국의 주인공은 출중한 장군도 있어야 하지만, 당시 백성들이 없이는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거북선을 보자, 본디 태종 조에 거북선(귀선)이 이미 만들어졌던 것으로 전한다. 또 볼 대목이 있다. 이순신이 함경도에서 근무할 때, 여진족의 칩입을 막지 못하고 중과부적으로 물러났다 하여 삭탈관직(백의종군)당한다. 이때 경흥부사 이경록도 같이 처벌을 받았는데, 이경록은 종3품 부사다, 그런데 대감이라 칭하고 있다(20쪽). 또, 부산포 수군 총 책임자였던 경상좌수영 원균이라는 표현 역시, 헷갈렸거나, 오기인 듯 보인다. 원균은 경상우수영(영장, 통제사)이며, 부산도 우수영에 속했다(26쪽). 그런데 좌수영이라 적고 있다. 

 

역사(후일 사관들의 이야기, 실록 등)는 선조가 원균을 편애하여 공이 없음에도 군으로 봉했다고 한다. 기실, 일본군이 살해했던 조선군 장수 이름에는 원균이 없다. 실제 전투에서 죽은 것인지, 아니면 그저 사라진 것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원균이 맹장이었다는 설도 있다. 어렸을 때, 아이가 울면 이비온다, 언규온다라는 소리를 들어봄직했을 세대로 있다. 여기서 언규는 원균이며, 북방 여진족이 원균이 뜨면 혼비백산했다는데서 전래한 것이다. 민간에 떠 도는 이야기들 뭐 근거가 있던 없던 원균은 맹장으로서 알려졌던 적이 있었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아울러 무관이 글을 잘했다 못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본디 무관이든 문관이든 천자문을 거쳐 소학, 사서삼경, 즉 글에 눈을 뜨지 않고서는 과거를 보지 못하니 말이다. 장계는 누가 작성하는가? 다 한문인데... 

 

정유재란은 일본이 완전히 본국으로 철수했다가 왔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런데 기실 순천왜성, 울산의 서생포 왜성 등에는 일본군이 남아서 농성 중이었다는 점, 또한 지적해둔다(39쪽). 농성 중에 얼마나 물로 고통을 겪었는지, 나중에 가토기요마사(가등청청)는 나고야성(지금의 나고야)축성 때, 총책임자였는데, 성 안에 곳곳에 우물을 팠을 정도다. 이는 나고야성 뿐만 아니라, 그의 영지가 된 구마토모 성에도 똑 같이 우물을 팠다. 조선전쟁으로 일본의 성곽건설의 방향이 크게 바뀌기도 하였다.

 

 

 

장영실로 넘어가 보자. 장영실은 세종조의 대호군(종3품)으로 대감(정2품)도 영감(종2품~정3품)도 아니다(57쪽). 그냥 대호군 장영실로 불러야 한다. 임금이 타는 연이 부러진 탓에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드라마에서, 소설에서도 나오는 이야기다. 왜 임금에게 중히 쓰였던 장영실이 임금이 연을 타다 부서진 것도 아닌데, 장 100대(맞으면 뭐 거의 죽는 수준인데)에 처할 정도 엄하게 다스려져야 했나? 그 진짜 이유, 또 다른 이유가 있는가? 

 

이에 관하여 장영실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다. 천기누설이라 하여, 왜 이 대목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인터뷰는 당대에 못다한 이야기를 묻는 게 아니었나? 이런 생각이 든다. 장영실을 주인공으로 하는 재미난 소설도 있다. 그가 조선 땅에서 자취를 감춘 후, 이탈리아에 나타난 한복 입은 조선인과는 어떤 관계일까 하는 소재인데, 다빈치가 혹시 바다를 건너온 장영실의 제자일지도 모른다는 ... (이상훈의 장편소설<한복을 입은 남자> 박하, 2014).

 

김유신과 김춘추 편에서는…. 김유신이 미천한 출신성분이라 칭한 것은 글쎄다. 상대적으로 김춘추가 대귀족임을 드러내려 함인가, 실제 김유신도 가야왕국의 왕손이고, 그의 어머니 만명부인 또한 왕족출신의 귀족이다. 대귀족이 아니어서 미천한 출신성분이라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의 신라 귀족사회에서 김유신은 신귀족 주도세력이었다는 점을 짚어둔다(66쪽).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왕위에 올랐다고 적고 있는데(71쪽), 그는 영류왕을 죽이고, 왕의 조카를 보장왕으로 세웠다(영화 황산벌에서도 이런 대사가 나온다 ). 실제 연개소문에 대해서는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는 왕을 죽인 역적으로 고구려 멸망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적고 있으며, 조선 시대까지 그런 평가를 받았다. 이는 유학의 왕과 신하의 관계라는 도식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은식의 <천개소문전>에서는 독립자주의 정신과 대외경쟁의 담략을 지닌 우리 역사상 일인자로 평가하고 있다. 어떤 이데올로기에 취하는 가에 따라 인물 평가가 달라짐을 알 수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은 2009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고, 국보 제319호다. 

 

우장춘과 이휘소을 다룬 점은 아주 긍정적이다. 이휘소는 김진명의 장편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핵물리학자로 소개됐기에 여러 오해가 생긴 듯하다. 이후 TV다큐프로그램에서 문제의 고속도로 차사고에 관한 진위여부를 확인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휘소에 관한 비교적 소상한 이야기를 전하는 그의 평전은 2006년에 이휘소의 제자였던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강주상 씨가 펴냈다(지금은 사이언스북스, 2017).

 

여성이야기, 조국을 위해 던져진 촛불, 

 

한국의 최초 여성경제학사 최영숙을 소개한다. 2017년 EBS의 역사 채널 “콩나물 팔던 여인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최영숙의 일대기를 다뤘다. 최영숙은 노동만으로도 풍족하게 살 수 있었고 여성들도 차별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었던 스웨덴에서의 경험을 바탕삼아 여성과 노동자의 권리가 인정될 수 있는 조선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궁핍한 생활 가운데서도 낙원동 여자소비조합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빚을 내 조합을 인수하기도 했다. 

 

오늘날 여전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니 이미 알고 있는 이유다. 여성차별이다. 그가 떠난 지 90년이 흘러도, 여전히 유리 천창아래 여성이 있다. 물론 이대남(20대 남성)들의 항변, 우리사회는 남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소리... 그저 혼란스럽다. 

 

역사의 2인자들

 

광해군에 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이덕일의 역사책 속에 등장하는 광해는 자주권을 확립하려는 왕으로, 그리고 한명기의 <광해군-탁월한 외교정책을 펼친 군주>(역사비평사, 2018)에서는 명, 청 전환기의 국제질서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던 군주로, 식민사관과 광해 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조선의 지배이념인 유학, 성리학의 사고 틀에서는 어떨지, 

 

사도세자에 관한 역사적 평가도 자못 흥미롭다. 천재에서 정신병자까지….관련 서적도 많다. 서정미가 쓴 <영조, 사도세자, 정조 그들은 왜>임오화변에 대한 정신분석(한국심리치료연구소, 2016), 영조의 지독한 열등감, 콤플렉스가 사도세자를 잡아먹었다?, 정조 역시 이들 선왕의 콤플렉스에 영향을 받았는지?, 

 

예와 애…. 삶을 당당하게 헤쳐나간 그녀들, 신사임당론에 관하여 

 

우리나라 최고액권 화폐 5만 원권에 왜 신사임당이 들어갔는지?, 의문이다. 여권신장 때문인가, 아니면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를 세뇌하려 함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사임당이란 당호 역시, 그런 냄새가 난다. 중국의 주나라 문왕 어머니인 ‘태임’을 본받기 위해 스스로 지었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여러 각도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사임당의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이 소설에서는 당당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지평을 열어가는 여성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 인터뷰 중 남편 복이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이 원수가 그리 출세를 못 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송시열 등이 이이를 숭앙하다 보니, 그의 주변까지 성스럽게 만들기 위함이었나?, 여기에 관한 깊은 이야기 없어서 조금은 아쉽지만....

 

 


 

이 책이 소설로 당대에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그저 침묵해야 했던 인물들을 불러 이야기를 들어보는 대담이다. 특히, 역사적인 쟁점에 관해서 물어보는 게, 의미 있는 인터뷰가 아니었을까, 글쎄다. 통설에서 벗어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말들을 담아낸다면, 마치 TV에 등장하는 엔터테이먼트 역사강사처럼... 왜곡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때문인가, 그래서 통상…. 고교 한국사 수준에서 통설만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꽤 헷갈린다. 지은이의 의도가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면, 대단히 성공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쉽다. 인터뷰 자체는 어차피 픽션인데, 거의 논픽션 수준의 정리를 하고 있어서... 기발한 답이 나올법도 한데... 

 

그렇다고 폄훼할 생각은 없다. 최경숙과 석주명을 끌어내고, 붉은 꽃의 나혜석을, 김일엽을, 현해탄에 몸을 던졌다는 윤심덕을….소개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소 옥에 티도, 철저한 고증을 거친 자료를 토대로 했다고 하나,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들과 군데군데 보이는 오자들도 눈에 띈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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