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세계 신화 여행 - 오늘날 세상을 만든 신화 속 상상력
이인식 지음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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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이 책의 제목 <처음 읽는 세계 신화 여행>, 오늘날 세상을 만든 신화 속 상상력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지은이는 과학을 통해 세상 이야기를 한다.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의 월간지에 ‘PEN’에 나노기술을 연재하기도 했던 과학 칼럼니스트로 30여 년 집필 활동을 한 것으로 책에서는 소개하고 있다.

 

세계의 신화를 과학적 접근으로 해석하는 글쓰기는 신화를 과학이란 측면에서 접근하는 신선한 발상이다.

 

이 책은 PART 8, 34장으로 구성됐다.

 

 

세상의 시작 “카오스”에서 우주의 질서가 나오다

 

 

중국의 창조신화 산해경을 소개하면서 혼돈을 말하는데 이는 카오스를 의미한다. 카오스(혼돈)는 코스모스(질서)가 있다. 혼돈 속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카오스가 한순간에 질서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발견한 푸앵카레, 그는 이를 나비효과라 한다. 오늘 베이징에서 공기를 살랑거리는 나비가 다음 달에 뉴욕에서 폭풍우를 몰아치게 할 수 있다. 초기 조건에서 작은 차이가 최종 현상에서 큰 차이를 일으킨다는 말이다. 이후 에드워드 로렌츠는 컴퓨터로 기상 모의실험을 하던 중에 이를 입증했다. 이렇게 중국의 혼돈을 자연 현상의 카오스로 풀어내고 있는데, 재밌는 대목이다.

 

 

하지만, 옥에 띠도 없지 않다. 2장 델포이 신탁의 수수께끼 중 일본의 우주 창조신화를 소개하는 대목은, 유럽의 창조신화, 중국, 인도에서 구체적인 인물명이 거론되는 데 반해, 일본의 그것은 일본명이 없다. 적어도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는 소개해야 하는 대목이다.

 

 

소개된 내용을 보자. 신화에는 “머리가 여덟 개 달린 뱀인 하치키 오헤비가 나온다. ‘8’이란 숫자가 성스러운 숫자인 동시에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하치키 오헤비는 일본 왕의 딸 여덟 명 중 7년에 걸쳐 잡아먹었다. 마지막으로 이 딸을 잡아먹으려 할 때 영웅이 나타났다. <중략> 영웅은 술에 취해 떨어진 하치키 오헤비의 목 여덟 개를 잘랐다……. 막내 공주와 결혼했다(41쪽).

 

 

 

일본 신화의 뱀은 강, 농경문화, 하천의 범람을 막는 수전신(논농사신)과의 대립

 

 

이 내용으로는 일본의 천황의 3대 신기(神器)중 하나인 구사나기(草??)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야기의 출전은 고문서 고지기(古事記), 니혼쇼키(日本書紀)에 나오는 내용으로,

 

 

하치키 오헤비[八岐大蛇=야마타노오로치라 읽는다].이 이야기는 건국신화와 관련된다. 신기(神器=草??,八咫鏡,八尺瓊勾玉)는 이른바, 권력을 상징하는 검과, 거울, 그리고 자다. 여기서 나오는 영웅이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스사노오이며, 막내 공주가(공주는 아니다. 귀한 집 여식을 일컫는 히매(?=아가씨) 이며 이름은 구시나다히메(수전, 즉 논을 관장하는 신)이다. 여기에 나오는 큰 뱀은 강을 의미한다. 강과 수전은 일정한 관계가 있으며, 강이 범람하여 논으로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모두 농사, 관개와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八岐大蛇를 ‘야마타노오로치’로 읽지 않고, ‘하치키오헤비(하치키(마을이름)의 큰뱀’ 라는 음+훈으로 표기한다면 정확한 것이라 할 수없다. 고유명사인데, 일본에서 부르는데로 불러야 한다(이 대목은 중-일, 한-일-중의 사람 읽기에서도 상호주의가 적용됐다 안됐다 하지만, 시진핑으로 읽어야 할 것을 습근평으로 읽는다든다, 고이즈미라고 읽어야 할 것을 소천으로 읽는다면 이는 상호주의라는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게 된다)

 

 

물론 이 책의 저술의 의도는 신화 속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는 것이지만, 이는 정확한 소개라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해둔다.

 

이 책이 전문서도 아니고, 신화를 과학의 맥락에서 풀어내는 것이라 가볍다면 가볍겠지만, 신화에 나오는 많은 뱀을 해석하는데, 지역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를 것이다. 문화란 본디 그러한 게 아닌가. 문명과 문화의 경계와 구분을 두고 설왕설래하듯이 말이다.

 

 

28장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근친혼은 금지된 것인가, 회피된 것인가?,문화적 선택의 결과

 

 

고려시대의 근친혼은?, 일본천황가의 근친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은이는 세 사람의 이론을 소개한다. 먼저 19세기말 핀란드의 에드워드 웨스터마크가 근친상간 회피이론을 제시했다. 어릴때부터 같이 자란 사이에 이성을 느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반박한 이가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이른바 오이디피스 콤플렉스로 근친상간의 금기를 설명했는데, 초기 인류는 동물의 세계와 같이 집단 안에서 수컷 하나(수장, 아버지)가 암컷을 독차지, 이에 성욕발산기회를 잃게 된 젊은 수컷들이 음모를 꾸며, 수컷을 잡아먹어버리고 암컷들과 교미한다고...이른바 사회적 제약으로 근친상간을 회피하게 된 것이라고 적고 있다. 그런데 지은이는 이를 공상적이라고 평하면서 또 다른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사회결연 이론을 소개했다. 농경사회에서 결연, 즉 결혼으로 통한 노동력의 충원하기 위해 딸과 누이를 성교대상으로 삼지 못하게 했단다. 지은이는 결론적으로 근친상간의 터부는 문화적 선택의 결과라 말한다(456-458쪽).

 

진짜그런가? 그러면 근친혼은 뭔가, 근친상간이 비공식적인 성관계라면 근친혼은, 남녀칠세부동석, 일본에서 사촌간의 결혼, 근친상간현상을 간단히 문화적 선택이라 간단히 결론 짓기에는 너무 아쉽다.

 

이 책의 저작 의도에서 보자면, 가볍게 스케치한 정도에 그칠테니 내용에 관심과 흥미가 있는 사람은 관련 서적을 좀 더 탐독해보라는 의도가 깔려있다면 꽤 성공한 듯 보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진짜 그랬을까, 그런가 라는 의문이 계속 떠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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