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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나비 - 몽양의 붉은 사랑, 진옥출
최산 지음 / 목선재 / 2021년 12월
평점 :
파란 나비
파란나비는 주인공 진옥출의 환생일까? 몽양과의 붉은 사랑, 여운형을 쳐다보는 눈이 어른이나 민족지도자가 아닌 한 남자로 보고있었다. 몽양도 이미 알고 있었다...
진옥출이란 역사 속에 나오는 당찬 열사의 모습도, 그렇다고 나약한 부르조아지도 아닌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독립된 삶을 살아가려는 현대 여성의 모습, 아이를 낳았으대 그 당대의 관습에 얽매이기 싫어 자유 의지를 택한 여성, 아마도 이는 지은이의 탄탄한 지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리라...
지은이는 정치학자로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에 찬 미래를 염원했다. 그 염원을 담아 책도 펴냈다. 하지만, 글을 쓰다가 결국 글을 쓴다는 게 또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그 열정은 정년까지 학자를 할 것인가,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하는 결단의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렇게 글에 취한 지은이가 발굴해 낸 역사가 "진옥출"이다. 그리고 필명 최산으로 등단했다.
파란 나비로 부활...하기 까지 역사
진옥출은 지주 집안 출신, 뭐 흔히 말하는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지주계급으로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입산한 빨치산)지주까지는 되지 못하지만, 기독교 교회의 장로로서 이웃을 챙기고 배려하는 뭐 인문주의자로서 아버지를 둔 덕에 여고보를 거쳐 이화여전을 다니면서 세 살 위의 병세, 진향 등과 YMCA로 세상을 배우러 다녔다. 이른바 기독교사회주의다. 변절해가는 Y의 명망가들, 병세가 진향이 마르크스와 사회주의에 눈을 떠가는 사이, 진옥출은 기독교사회주의로부터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고, 시대 상황은 기사주의를 보는 눈이 달라져 개량 민족주의로 보기 시작했다.방황의 세월을...
고향집와서 쉬는 동안 고모부인 유재경 목사, 그는 후일 사회주의자가 됐지만, 몽양 등과 교분이 있어, 몽양에게 옥출을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유재경 목사를 통해 알게 된 이화여전의 철학자 최호정을, 그리고 몽양의 글이 실린 책들을 접하면서, 새롭게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나간다. 이화여전에 진학, 괜찮다는 일본인 학자들을 과 교류하면서 부르조아 소시민 근성을 목도하게 되고, 병세에게 들어서 알게 된 일본의 연구자들...
일본 유학을 떠나고, 거기서 몽양을 다시 만난다. 첫 만남은 여보고시절 탁구선수로서 대회 우승을 했을 때 만난 적이 있으니, 재회인 셈이다. 1942년무렵 일본 폐망이 점쳐지고, 몽양의 일본방문 대개는 유력정치인이나 군부에 의한 초청이었지만, 도쿄에서 유학 중인 조선학생들과의 만남과 군부와 정치인의 만남, 일본 유학을 포기하려던 옥출은 몽양의 방일일정에 합류 비서로서 함께 한다. 나중에 옥출이 평양의 병원에 폐결핵으로 입원 중일 때, 찾아보고 남겼던 편지에는 몽양을 민족지도자나 어른으로서가 아닌 한 남자로서 보고 있음을 진즉에 알았노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야기의 끝은 인천상륙작전이 감행되고, 북으로 후퇴, 대동강교가 폭격으로 무너질 때, 한 마리의 파란 나비가 남한군 사이를 날아다니며...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 독립주체로 사는 옥출
옥출은 신세대 여성이다. 자신의 사랑에 정직하며, 그를 옭아매려는 당대의 관습을 거부한다. 몽양에게 말하기를, 나는 2년간 지금 일본군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전쟁터로 가겠다고 한다. 후일 만날 것을 약속하며, 거기서 만난 같은 시절 도쿄유학생이었던 허갑, 그와 결혼하게 되고, 그가 일본군의 밀정임을 알았을 때, 제발 단순 부역자이거나 도움을 주고 푼돈을 받은 정도이기를 바랐다. 술에 취해 그녀 앞에서 남성임을...몽양에게 열등감에 사로잡힌 별 볼일없는 인간임을...그리고 그의 몸을 강제로 범하려는 허갑을 총으로 쏜다. 그리고 민족상잔의 비극의 장으로 빨려들어간다.
이 소설은 단순한 소설이 아닌, 역사소설이라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마치 태백산맥의 어느 장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 좌,우파의 대립과 기사주의가 그렇고 사회주의, 자유사회주의 등의 사조의 흐름을 일본의 지식인의 입을 빌어, 뭐 지식기사이겠지만, 그런양하는 부류로서 강단사회주의자들의 허영심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한편으로는 조금 아슬아슬한 부분도 있지만, 소설을 쓴다는 점을 알고, 적당한 선에서 절제하는 인내력도 보인다.
해방전후사를 계급이 다른 등장인물, 옥출, 병세, 진향, 연희 숙진, 허갑, 박갑수, 그리고 고모부와 고모 친구인 허정숙, 무정까지 후일 어떻게 됐는가가 아니라 몇 년 세월 동안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상상하게 해준다.
이야기꾼의 등장, 독립운동가 진옥출 선생의 붉은 사랑
추천사라 할까, 안재성 작가는 이 책은 우리에게 두 가지 선물을 주었다고 한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치학이라는 학문영역에서 그가 천착했던 연구들이 탄탄한 흐름의 배경이 돼주고, 흔하지 않는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여성의 진옥출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어 "완전히 온전히 자기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고뇌하는 여성"으로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몽양과 붉은 사랑의 주도권은 진옥출이다. 그의 배경과 지위따위는 필요없다. 자신의 신념에 들어 맞는 남성상으로, 당당하게 선택한 것이다.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곰씹어서...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