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스노볼 1~2 (양장) - 전2권 ㅣ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평점 :
스노볼
하얀 원구 안에 집이 있고, 물이 들어 있어 마치 눈이 내리는 장난감 스노볼처럼 생겼다 해서 스노볼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세계, 또 다른 의미는 사소한 차이로 큰 차이를 만들어 게임을 풀어내는 것을 스노볼이라 하는데, 이 소설은 아무래도 이 두 가지 의미가 모두 들어있는 듯하다
전쟁문명 때부터 신문, TV 등을 운영해온 이본 미디어 그룹, 평화와 새로운 땅을 찾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아무튼 지구의 기후변화를 거쳐 동토의 땅이 됐고, 선택된 자만이 유리로 만들어진 세계 스노볼로 들어갈 수 있다. 마치 SF영화 <엘리시움>처럼, 하나의 인류, 두 개의 세상 버려진 '지구'와 선택받은 1% 세상 엘리시움과 같은 스노볼 세상, 또 영화<트루먼쇼>처럼, 주인공 짐 캐리의 일상을 공개하는 TV쇼, <매트릭스>처럼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밖은 기계로 돌아가는 세계, 또 영화<인타임>처럼 소수의 성공자를 위해 다수 실패자가 필요한 것처럼, 그리고 헝거게임…. 등등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많은 영화 장면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박소영 작가 2016년 제1회 대한민국 창작소설 공모 대전에서 창작스토리상을, 2020년 이 소설<스노볼>로 제1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대상을 받았다.
지구... 두개의 세계, 미래 인류가 살아가는 동토의 땅과 선택받은자만의 세상 스노볼
미래의 어느 한 시점, 전쟁 문명 시대를 거쳐, 인류발전의 어느 지점, 한겨울 영하 46도, 여름에도 영하 25도인 곳, 화석연료는 없어지고, 이제 지열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실정, 다행스럽게도 지열이 있는 곳에 세워진 스노볼 사실은 여기도 지열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근접할 수 없는 곳 지하에 발전소를 만들고, 쳇바퀴를 돌려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나, 이런 사정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평화스러운 스노볼 세계에 지열이 없음을 알게 된다면….
이런 사실을 감추기 위해 스크린을 TV 앞으로 사람을 모으는데, 이른바 미디어 제국이다. 이 제국의 간판 디렉터 최귀명과 최설 그리고 그의 자매들…. 이 제국건설을 실제로 만든이는 신이채는 선대의 클론이다. 스노볼의 비밀과 목숨이 이어져 있다. 진진서 지열발전소를 관리자, TV에 보도된 사건 사고 후 재판에서 사형을 받게 된 자들을 데려다가 지열발전일을 시킨다. 최면을 걸어서…. 주인공 전초밤과 그의 동료들에 의해 스노볼이 박살 나기까지….
이야기의 첫머리, 스노볼은 말 그대로 핵이다. 이곳에는 배우인 액터와 감독인 디렉터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편집하여 드라마로 스노볼 밖의 사람들에게 방영한다. 스노볼이 파라다이스라고, 너희들도 선택되면 스노볼로 올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면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것을…. 그런 세상이다.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등장하는 빅브라더처럼,
주인공 필름스쿨에 가서 디렉터를 꿈꾸는 전초밤(초여름 밤이란 의미)과 그의 쌍둥이 오빠 전온기,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발전소에서 일하는 엄마, 발전소는 스노볼 밖의 사람들이 일하는 장소다. 에너지를 만들어야 작물도 키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생명줄인 셈이다. 하루에 10시간씩 줄 곳 쳇바퀴를 굴리는 일을 해야 한다. 스노볼 밖의 사람들은 가에서 하까지 나누어진 지역에서 산다. 영하의 세계에서 말이다. 이들에게 희망은 스노볼로 들어가는 것이다.
전 국민의 아이돌 고혜리를 대신해 줄 대역을 찾기 위해 유명한 최설 디렉터가 바이애슬론 챔피언 쿠퍼 라팔리를 데리고 전초밤을 찾는다. 초밤은 고혜리를 닮았다. 최설이 고혜리자살을 숨기고 계속 TV드라마를 이어가기 위해 초밤을 찾아오면서 서막이 열린다. 고혜리는 최귀명, 최설의 아버지로 유명 디렉터다, 드라마의 주인공을 고혜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실은 수십 쌍의 부부를 스노볼로 초청하여 인공수정을 한다. 고혜리의 대역예비군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 수는 알 수 없지만….
그중에 살아남아 스노볼 밖에서 사는 이들, 전초밤, 조연수, 배새린, 명소명 이렇게 4명의 17살짜리 고혜리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각자 어떤 영문인 줄도 모른채 전초 밤의 아빠는 임신한 아내를 지키기 위해 뱃속의 초밤이와 온기를 지키다가 죽었고, 명소명은 그의 엄마가 다른 남자와 바람피워 생긴 자식이라는 의심을 받고 천덕꾸러기로 살아왔다. 이른바 도플갱어인 줄 알았다.
진짜 고혜리 배새린은 3살 때 할머니의 실수로 얼굴에 화상을 입고, 누군가에게 입양됐다가 최설은 동생인 의사에게서 치료를 받고, 흉터가 거의 없어진 상태다. 전초밤이 고혜리 역할을 하는데 질투를 느끼고, 그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전초밤에게 주사를... 그리고 최향에게 보낸다. 이 역시 최설이 기획한 것이다.
고혜리들의 반격
여기에 디렉터출신으로 퇴출당한 뒤 스노볼근처 퇴직자마을에서 사는 최향 그리고 초밤이와 같은 구역 출신의 액터였다가 9명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스노볼에서 쫓겨난 조미류와 4명의 고혜리와 초밤 오빠 전온기, 이본그룹의 후계사 이본회가 엮어가는 이야기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씨줄과 날줄이 제대로 엮어진 듯...
리얼타임으로 스노볼 밖의 사람들에게 TV를 타고 전해지는 고혜리 이야기, 고혜리의 할머니 고매령과 엄마, 이모, 삼촌들, 스노볼은 별 볼 일 없으면 떠나야 하는 치열한 생존게임의 장이다.
스크린 뒤에 감춰진 거짓들, 마치 우리 사회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대목들을 쉬이 상상할 수 있어서인지 그리 생소하지도 낯설지도 않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아마 이 소설에 대한 평가는 이 정도면 충분할 듯싶다. 백문이 불여일견, 다만, 여성들의 분투가, 최설의 역사가, 최향의 이야기가, 배새린의 욕망이, 전초밤의 정의감이 한데 어우러진 샐러드 볼 같은…. 이본회는 또 다른 고혜리 조연수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 '고혜리는 인형이다' 가지고 놀다가 실증나면 버려버리듯...최설은 언젠가 죄값을 치를 것이다. 최설, 이본의 안방까지도 TV에 드러낼 것이다. 아무대도 성역은 없어... 생존, 욕망, 냉혹,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팁은, 위에서 언급했던 영화들의 각 장면과 스토리를 기억해두면 꽤 재미가 더해진다고나 할까, 여론을 조작하고, 통제하기 위해 윤리 도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 과연 뭘 위해서일까? 인간의 욕망이란 이리도 추한 걸까?
이 소설<스노볼>의 독법(읽는 법)은 여러 갈래가 있다.
<창비의 소설 Y 대본집 스노볼1,2의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