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고 나는 의학자가 되었다 -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새로운 문을 연 여성 의학자의 이야기
아니타 코스.예르겐 옐스타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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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출신 영국 이민자 아니타 코스의 분투

 

자가면역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적절한 조건을 만났을 때, 몸 안에 있는 면역체계의 혼란이 일어난다. 이른바,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임무를 지닌 세포 군단이 반란을 일으켜 보호 대상을 적으로 돌리고, 공격한다. 류머티즘, 건선, 다발성 경화성, 루푸스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자가면역질환은 140여 종에 이른다.

 

지은이 아니타 코스, 물론 공저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니타 코스다. 인도 출신의 의사인 부모, 영국 리버풀에서 태어난 아니타, 엄마는 아니타를 낳고 나서 류머티즘이 발병했다. 결국, 아니타가 8살 무렵 세상을 떴다. 이후 아니타는 십 대의 반항기를 겪으면서, 의대에 입학, 류머티즘에 관심을 두게 됐고, 결국 끈질긴 노력 끝에 류머티즘 치료약 개발에 성공한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고 있다.

 

임신의 역설

 

인간의 몸은 방어체계 즉, 면역체계가 작동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킨다. 임신하게 되면 결과는 쌍방향으로, 출산 후, 류머티즘 등 자가면역질환이 발병하거나,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다가 임신하면 그 증세가 줄어들거나 정지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바로 임신의 역설이라는 것이다.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임신 기간에는 상태가 좋아졌다가 출산 후에 병이 더 심하게 재발했다. 임신 기간에 자가면역체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 기제는 무엇인가? 또한, 폐경기 증 생식능력이 없어진 이후에 증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대체 우리 몸 안에서, 특히 여성의 몸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아니타의 고난의 행군

 

아니타는 1920년부터 류머티즘 관절염의 발병, 완치, 재발 등의 메커니즘에 성호르몬이 관여하고 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 그리고 그 답을 밝히는 과정이 바로 이 책의 주요 흐름이다.

 

면역 조절 호르몬: 미래는?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주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몇 년 안에 가능할까? 십 년에서 십오 년 안의 미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제약회사 손에 달려있다고… (90쪽) 아마도 이 이야기가 가장 현실적인 대답이다.

 

자가 면역질환 환자의 대다수가 여성인 이유? 여성의 면역계가 월경주기, 임신, 출산과 같은 큰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 즉, 환경의 변화는 면역체계의 방비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GnRH 차단, 억제제, 뇌에 있는 중요 호르몬 하나를 차단하는 방법

 

성호르몬 생산의 연쇄반응을 중단시키는 방법, 아마도 임신 중에는 신비한 인체의 기능이 가동되는 모양이다. 성호르몬이 임신 중에는 생산의 연쇄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 인위적인 통제로 중단시키면, 류머티즘도 완화, 혹은 치료될 것이라는 가설, 우여곡절 속에서 제약회사가 이를 인정, 제약으로까지 이어졌다.

 

주인공 아니타의 분투는 두 아이의 엄마로, 화려한 스포트를 받을 만큼, 인기 유망 분야도 아닌데도 신념을 갖고 꾸준히…. 한 의사, 연구자의 인간승리, 성장기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류머티즘을 연구하는 이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좌절, 불투명 등을 어떻게 극복해왔는가가 실제 독자들에게는 더 중요하다.

 

오래됐지만 새로운 주제는 우리 생활 속에, 연구 분야에서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흔하게 널려있지 않는가?, 발명이 그러하지만, 결과는 대단히 거창하지도 않다. 바로 문제 안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담고 있는 것이라는 점이 이 책 안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아무튼, 환자 100중 80명의 자가면역질환 환자가 여성이라는 점, 남성과 달리 임신, 출산의 기능을 더 가지고 태어난 여성, 인류 종 보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활동이 질환의 발병률을 더 높인다는 사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참으로 무섭다. 종보존을 위해 자신의 몸이 희생당할 수 있다. 적어도 환경요인에 따라서는 100명 3명~8명, 3~8%의 발병률이다.

 

아니타의 성공담과 류머티즘 치료제 개발에 큰 공헌을 했다. 권위 있는 의사 상을 받았다. 는 사실 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책 제목<엄마가 죽고 나는 의학자가 되었다>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 같다. 인간의 신념, 도전, 바로 이런 개념이, 그리고 어떻게 하나하나 극복했는가, 여성이기에 당했던 차별 등을 극복하고서….

 

우리 사회에 자기 신념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달리는 그런 분위기가 전염되고, 확산하여 널리 멀리 퍼지기를 기대한다. 이 책은 바로 한계란 없다. 노력하면 반드시 조금 아니 많이 늦어질 수 있지만,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희망을 안겨준다.

 

물론 내용은 자기면역질환이란 무엇인가, 면역계, T세포, 류머티즘의 역사 등 의학을 쉽게 설명하고 있는 점도 좋았다. 하지만, 글쓰는 방식이랄까, 표현이 재밌다. 몸 안을 성채로 면역체계는 방어선이며, 세포들은 군인들에 비유하는 것이, 하지만 군대식 표현은 조금 그렇지 않는가, 아마도 그 동네의 표현이지 않을까, 또 다른 예르겐 엘스타는 저널리스트다. 이 역시 글쟁이다. 가독성, 흥미 등을 고려하여 이런 표현을 썼나, 아무튼 몸안에서의 전쟁이라는 이미지를 부각 시키기 위한 하나의 글쓰기 전략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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